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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새로운 정의, 더 큰 사랑 (사순 제1주간 금요일 가톨릭평화방송 매일미사 강론)
   2020/03/06  8:52

사순 제1주간 금요일 가톨릭평화방송 매일미사

 

2020. 03. 06. 교구청 경당

 

오늘 이 미사는 가톨릭평화방송의 제안과 배려로, 그리고 가톨릭신문사의 도움으로 방송미사로 봉헌하게 되었습니다. 

아시다시피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19’로 인해 우리나라가, 특히 대구 경북에 수많은 환자가 발생하여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하루빨리 이 전염병이 퇴치되기를 간절히 기도하며, 특별히 ‘루르드의 원죄 없이 잉태되신 성모 마리아’의 도우심을 간구합니다. 

 

우리나라에 첫 번째 환자가 발생한 것이 지난 1월 20일이었고, 대구에 첫 번째 환자가 발생했다고 발표한 날이 2월 18일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날 대구에서 오전에만 10명이 넘는 환자가 발생하였다는 뉴스를 접하고 그 전염성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감지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날 저녁 다섯 시에 긴급 지침을 발표하여 교구의 모든 본당과 기관과 성지에 신자들과 함께 하는 미사와 모임을 모두 중단하기로 하였던 것입니다. 

우리 교구의 이러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안타깝게도 대구 경북에는 31번 환자를 기점으로 엄청난 속도로 환자들이 증가하였습니다. 그 숫자가 너무 많아 병원에 다 입원할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자가 격리되어 있든지, 혹은 관에서 정해준 ‘생활치료센터’에 격리되어 치료를 받든지 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우리 교구도 ‘한티 피정의 집’을 생활치료센터로 사용하도록 내놓았습니다. 

여러 교구의 주교님들과 신부님들과 교우들이 대구가 어렵다고 전화를 주시고 격려와 위로의 말씀을 주셨습니다. 그리고 성금이나 마스크 같은 물품도 보내주셨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감사를 드립니다.

너무 걱정하거나 불안해 할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주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나 너와 함께 있으니 두려워하지 마라.”(이사야 41,10)

우리는 이 사태를 충분히 이겨낼 수 있습니다. 주일이 되어도 성당에 가지 못하고 집에서 지내야 하니까 답답하시겠지만, 올해는 사순시기를 좀 더 진하게 보내고 있다고 생각하시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희망을 가지시면 좋겠습니다. 곧 부활의 그날이 올 것입니다. 

사실 온 나라가 ‘코로나 19’의 퇴치를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공무원들과 의료 관계자 분들이 밤낮 없이 애를 쓰고 계십니다. 우리는 정부 방침에 협력하면서 각자 자신과 가족과 이웃의 건강과 위생을 위한 수칙들을 잘 지켜 나가면 될 것이라 생각됩니다.

 

오늘 복음(마태 5,20-26)에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너희의 의로움이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의 의로움을 능가하지 않으면, 결코 하늘나라에 들어가지 못할 것이다.”(20) 

이 말씀이 무슨 뜻입니까?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은 누구보다도 열심히 사는 사람이었습니다. 그야말로 법대로 사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그런 사람을 능가하라고 하십니다. ‘법대로 사는 사람’보다는 ‘법 없이도 사는 사람’이 되라는 것입니다. ‘새로운 정의’, ‘더 큰 사랑’을 요구하시는 것입니다. 

“‘살인해서는 안 된다. 살인한 자는 재판에 넘겨진다.’고 옛사람들에게 이르신 말씀을 너희는 들었다. 그러나 나는 너희에게 말한다. 자기 형제에게 성도 내지 말고, ‘바보!’라고, 혹은 ‘멍청이!’라고 하는 욕도 하지 마라.”(21-22)고 예수님께서는 강하게 말씀하시고 계십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 얼마나 많은 증오와 혐오로 갈등이 깊어지고 분열이 일어나는지 모릅니다. 그리고 얼마나 많은 쓸데없는 말들과 거짓 증언으로 인하여 상처를 받고 힘들어 하는 사람들이 많은지 모릅니다. 

예수님께서는 또 말씀하셨습니다. “네가 제단에 예물을 바치려고 하다가, 거기에서 형제가 너에게 원망을 품고 있는 것이 생각나거든, 예물을 거기 제단 앞에 놓아두고 물러가 먼저 그 형제와 화해하여라. 그런 다음에 돌아와서 예물을 바쳐라.”(23-24)

예수님의 이 말씀처럼 우리도 사실은 형제들과 화해하지도 않고 용서해 주지도 않으면서 미사를 드리고 성사를 봤다고 스스로 위안을 삼으며 살고 있지 않은지 모르겠습니다. 신앙과 삶의 분리가 우리에게는 늘 큰 고민거리이며 해결해야 할 문제라 생각합니다. 

이번에 ‘코로나 19’로 인하여 미사가 중단됨으로써 미사의 소중함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몇 사람들한테서 듣게 되었습니다. 저도 이 기회에 제가 그동안 미사를 너무 형식적으로 드렸지 않았나 하는 반성을 하게 됩니다. 

 

머지않아 ‘코로나 19’ 사태가 끝이 나고, 다시 각 성당에서 미사가 드려지고 성사생활을 정상적으로 할 날이 곧 오리라 생각합니다. 우리가 이 기회에 가톨릭신자로서 주님 말씀대로 더욱 열심히 살고 의연한 모습으로 모범된 생활을 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다들 가지시면 좋겠습니다. 우리 모두가 그렇게 할 때 신천지와 같은 유사 종교들이 더 이상 발을 붙이지 못하지 않겠나 생각됩니다. 

하느님께서 여러분들과 함께 하시고 여러분들을 지켜주시기를 빕니다. 루르드의 원죄 없이 잉태되신 성모 마리아님, 저희와 우리나라를 위해 빌어주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