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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두려워하지 마라. 잠자코 있지 말고 계속 말하여라.” (암브로시오회 미사 강론)
   2020/05/26  14:45

암브로시오회 미사

 

2020. 05. 22.

 

우리 교구가 지난 2월 19일부터 미사를 중단한 후 제가 신자들과 함께 하는 미사를 오늘 여러분들과 처음 드리는 것 같습니다.

‘암브로시오회’는 2011년 12월 7일에 창립되었습니다. 성 암브로시오는 4세기 성인으로서 서방교회의 4대 교부 중의 한 분입니다. 그분은 원래 30대에 밀라노 집정관으로 있었는데, 마침 밀라노 주교가 사망한 후 아리우스 이단과 정통교회 간의 큰 분란이 일어났습니다. 그래서 밀라노 집정관으로서 중재에 나섰다가 갑자기 주교로 선출되는 일이 생기고 말았습니다. 아직 교계제도가 확립되기 전이었으니까 그런 일이 가능하였을 것입니다. 그는 할 수 없이 백성의 뜻에 따라 밀라노의 주교가 되었고 이렇게 말하였다고 합니다. “학생도 되기 전에 스승이 되었구나. 배워야 할 내가 가르치게 되었구나.”

그는 주교가 된 후 자신의 재산을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희사하였고 성경공부에 몰두하였으며, 수도자와 같이 청빈과 극기생활을 하면서 사목활동에 전념하였습니다. 그는 서방교회 4대 교부 중의 한 분인 성 아우구스티누스의 회개와 개종에 큰 영향을 끼친 분이기도 합니다.

성 암브로시오의 인품과 성덕이 알려져 역대 황제들이 그의 자문을 구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는 황제들의 잘못을 지적하는 엄한 주교이기도 하였습니다.

유명한 일화가 있습니다. 테오도시우스 황제 시대 때 그리스의 테살로니카 지방에 소요가 일어났고 지방 총독이 살해당하는 일까지 생겼습니다. 그래서 황제는 군인들을 보내어 진압을 하였는데 그 과정에 7천 여 명의 주민들이 사망합니다. 그 소식을 듣고 성 암브로시오 주교님은 황제로 하여금 참회복으로 갈아입고 석고대죄(席藁待罪)할 것을 요구하였습니다. 황제가 누구 앞에 석고대죄를 하겠습니까? 하느님 앞에 해야 하는 것이다. 성 암브로시오는 “황제가 교회 안에 있는 것이지 교회 위에 있는 것이 아니다.”고 하였습니다. 황제도 하느님을 섬기는 백성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테오도시우스 황제는 참회복으로 갈아입고 성당 마당에 꿇어서 참회를 하고 난 뒤에 성당에 입장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가톨릭 공직자들은 이런 성 암브로시오 주교님과 같은 신앙과 교회정신을 지니고 있어야 할 것입니다.

 

2020년 올해는 코로나19가 세계를 휩쓸고 있습니다. 혹자는 오늘날 시대를 ‘코로나19 전 시대(BC)’와 ‘코로나19 후 시대(AC)’로 나누기도 하고, ‘코로나 이전 시대는 결코 다시 오지 않는다.’는 등의 말을 합니다. 하여튼 코로나19가 인류사회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고 지금도 끼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확진자가 며칠 동안 20명대를 유지하고 있지만, 그저께 20일부로 세계적으로 확진자가 50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지금 중남미 대륙에서 엄청나게 확진자가 많이 불어나고 있어서 큰 걱정이 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특히 대구 경북에 피해가 많았습니다. 그동안 방역에 수고가 참 많았습니다. 공무원들과 의료진들에게 특별히 감사를 드립니다.

이런 와중에 지난 4월 15일에는 국회의원 선거가 있었습니다. 이번에 당선되신 분들에게 축하를 드리며 하느님의 은총이 함께 하시길 빕니다. 우리 지역에 여섯 분이 당선된 것 같은데 오늘 세 분이 참석하셨습니다.

이번 선거 결과, 대구 경북은 통합당이 승리하였지만 전국적으로는 여당이 완승하고 야당이 완패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 결과와 원인에 대하여 많은 이야기와 반성이 있었던 것으로 압니다. 그에 대하여 저까지 왈가왈부하고 싶지 않습니다. 단지 여러분들이 공직자로서, 특히 가톨릭 공직자로서 바르고 열심히 일하시면 좋겠다는 말씀만 드리고 싶습니다.

 

오늘 복음(요한 16,20-23)에서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너희는 울며 애통해 하겠지만 세상은 기뻐할 것이다. 너희가 근심하겠지만 그러나 너희의 근심은 기쁨으로 바뀔 것이다.” 그러면서 해산할 때의 진통의 시간을 말씀하시면서 제자들을 위로하십니다. 어쩌면 지금의 이 시대가 진통의 시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 제1독서는 사도행전 18,9-18 말씀입니다. 바오로 사도가 코린토에서 하느님 말씀을 선포하다가 재판정에 끌려가는 등의 고초를 겪는 이야기입니다. 그래도 바오로 사도의 열정은 꺾이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해서 로마제국이 복음화되어 갔던 것입니다.

하느님 나라는 누군가의 희생과 헌신과 노력과 봉사와 열정으로 완성되어 가는 것입니다. 그 중에 공직자의 책임이 매우 큽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프랑스어: Noblesse oblige)’란 말이 있습니다. ‘귀족에게는 의무가 따른다.’라는 뜻입니다. 권력과 부와 명성은 사회에 대한 책임과 함께 해야 합니다. 그래서 유럽의 왕실의 자녀들은 가장 모범적으로 군 복무를 합니다. 예부터 귀족들은 전쟁이 났을 때 가장 먼저 입대를 하였고 왕과 나라를 위하여 목숨을 바쳤던 것입니다. 그러나 조선의 양반들은 세금도 면제받고 양반의 자제들은 전장에도 나가지 않았던 것으로 압니다. 그래서 몇몇 임금님들이 대동법을 만들려고 시도하였지만 양반들의 반대로 실패했던 것으로 압니다.

여러분들은 모범된 공직자의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 것입니다.

 

가톨릭 공직자는 여당이냐 야당이냐, 진보냐 보수냐를 떠나서 가톨릭 정신과 가톨릭 교리, 더 나아가 복음정신에 맞는 활동을 해야 하고, 올바른 정치를 통하여 세상을 성화하고 복음화해야 하는 책임과 의무를 갖는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주님께서 환시 속에서 바오로 사도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잠자코 있지 말고 계속 말하여라. 내가 너와 함께 있다.”(사도 18,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