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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복음의 기쁨을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 (2020년 대리구 사제 연수 훈화말씀)
   2020/09/28  11:6

2020년 대리구 사제 연수

 

2020. 09.

 

지난 2월 18일에 우리 교구는 범어대성당 드망즈 홀에서 사제연수를 개최하였습니다. 그날 대구에서 코로나19 확진자 1번이 나왔습니다. 그 사람이 전국에서는 31번 환자였습니다.

그 다음날인 19일에 성김대건성당에서 황용식 신부님의 모친 장례미사가 있었습니다. 미사를 마치고 교구청으로 돌아오는 길에 뉴스를 듣게 되었는데 대구에서 확진자 10명이 발생하였다는 것이었습니다. 조짐이 심상치 않았습니다. 오후에 몇 명의 확진자가 더 늘어났습니다. 그래서 그날 오후 5시경에 교구청의 몇몇 신부님들의 회의를 소집하고 대리구장 신부님들의 의견을 전화로 들어 교구의 모든 미사와 모임을 중지하는 공문을 내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로부터 2달 반 후인 5월 7일에야 미사를 재개하게 되었습니다. 그 후 다시 넉 달이 흘렀지만 아직까지 기본적으로 미사만 드리지 다른 신심단체 모임들은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루빨리 코로나가 물러가기를 저는 매일같이 기도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가 우리의 신앙생활과 일상을 다 흩트려 놓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우리 지역에 확진자가 발생한 후부터 매일 그날의 코로나19 발생현황을 확인하는 일이 일상 중의 하나가 되었습니다. 지난 8월말부터 다시 코로나19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하여 다시 전국적으로 확산하는 바람에 계획되어 있던 대리구별 사제연수도 1주, 혹은 2주씩 미루어 실시하게 되었습니다. 코로나19 때문에 계획된 행사를 할 수 없는 일이 여러 차례 발생할 뿐만 아니라 불편한 일들도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그래도 우리는 방역을 잘 지키면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교구사목연구소의 도움으로 ‘교구 10년 장기사목계획’을 세웠습니다. 2021년-2030년까지 ‘복음의 기쁨을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라는 모토를 정해놓고, 말씀, 친교, 전례, 이웃사랑, 선교라는 다섯 가지 핵심가치들을 매 2년씩 중점적으로 살기로 하였습니다. 2021-2022년은 그 첫 번째로 ‘하느님 말씀을 따라’라는 주제로 살려고 합니다.

연구소장 박강희 신부님이 ‘주교님의 의지를 보여주면 좋겠다.’고 하여 이런 시간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교구장 사목교서와 사목지침이 대리구와 본당과 각 기관에 제대로 전달되고 실천되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지난 연말 교구 통계에 의하면 교구 신자수는 511,757명입니다. 지역 인구 대비 11.4%입니다. 지난 1년 동안 어른 세례자가 3,911명. 유아세례자는 1,354명. 계 5,892명이었습니다. 10년 전인 2009년에는 어른 영세자가 8557명, 유아세례자가 2200명, 계 10757명이었습니다. 20년 전인 1999년에는 어른 영세자가 11209명, 유아세례자가 3374명, 계 14583명이었습니다. 그동안 10년이 지날 때마다 영세자수가 반 토막이 나고 있습니다.

냉담신자수는 더 심각합니다. 지난해 주소확인 냉담신자는 68,005명이며, 거주불명 냉담신자는 190,870명, 계 258,875명입니다. 전체 신자수의 50%가 넘습니다. 거주불명 냉담신자 대부분은 본당이 아니라 교구 이향사목부에 잡혀있기에 본당에서는 실감이 덜 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심각한 현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냉담신자 증가에 따라 주일미사 참례자수는 더 심각합니다. 작년 평균 주일미사 참례자수는 93,831명이었습니다. 본당에서는 대개 30% 안팎이지만 거주불명 냉담신자수를 포함하면 교구 전체 신자수의 18.3%만이 주일미사에 빠지지 않고 나온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이 통계는 코로나 이전의 통계입니다.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미사에 참석하지 않는 사람이 훨씬 늘어났습니다. 코로나 이후에 대개 50-60%가 참석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개신교는 우리보다 훨씬 나은 것 같습니다. 등록신자의 대다수가 나오는 것으로 압니다. 청소년과 젊은이들 사정도 우리보다 훨씬 나은 것 같다. 왜 그럴까요?

우리가 개신교에 대한 비판을 많이 합니다. 요즘은 코로나 방역에 협조하지 않고 예배만 고집하는 일부 교회들 때문에 개신교가 사회적인 지탄을 받고 있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런 것을 떠나서 우리가 그들에게서 배울 것을 배우고 본받을 것을 본받아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개신교는 냉담하고 싶어도 냉담하도록 그냥 두지 않는다고 합니다. 안 나오면 심방 가고, 아프면 병문안 가고, 그냥 내버려두지 않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누가 안 나오는지, 누가 아픈지 알지도 못하고 가보지도 않지 않은가 하는 반성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천주교는 나오는 사람 관리하는 수준인데, 있는 사람 관리도 잘 못해서 자꾸만 냉담신자가 양산되고 있지 않은가 생각됩니다.

새로운 복음화는 다른 것이 아닙니다. 새로운 열정, 새로운 방법, 새로운 표현입니다.

신부님들의 사목에 대한 신자들의 불평불만이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세상이 많이 변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옛날에는 다 참고 살았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참지 않습니다. 부당하다고 생각되면 행동으로 옮기는 세상입니다.

하여튼 이대로 가면 곤란합니다. 위기입니다. 50년 후에 우리 가톨릭교회가 어떻게 될까, 어떤 모습일까를 생각해 봤습니다.

신설성당인 갈밭성당이 11월에 봉헌될 예정이다. 갈밭성당 주임인 김해인 신부님이 신자들로 하여금 하느님께 드리는 편지나, 후손 누군가에게 남기는 글을 쓰게 하여 제대 밑의 큰 항아리에 넣어 두었다가 50년 후에 개봉하여 전달하겠다고 합니다. 김 신부님이 저한테도 참여하면 좋겠다 하여 지난 9월 8일에 하느님께 드리는 편지를 작성하여 보냈습니다.

그 편지에서 마지막에 ‘50년 후에는 제가 세상에는 없겠지만 가장 궁금한 것은 우리 교구가 어떤 모습이 되었을까 하는 것’이라고 말씀 드렸습니다. 서양의 많은 교회처럼, 아니 오늘날 코로나 시대의 교회처럼 ‘텅 비어 있고 닫혀 있는 교회’가 되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올해 코로나로 인해서 신천지나 개신교 때문에 천주교가 반사이익을 볼 수 있지 않겠나 하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종교 자체에 대한 반감이 깊어지고 탈종교화 현상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것이 더 걱정스럽습니다.

요즘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교회가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에 대하여 여러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가톨릭신문에서도 이 문제를 가지고 시리즈로 심층 기사를 내고 있고 최근에는 동아시아복음화연구소와 함께 심포지엄도 개최했습니다.

지난 5월 17일자 가톨릭신문에는 체코 프라하 카롤 대학의 토마시 할리크 신부의 글을 전주교구장 김선태 주교님의 번역으로 실렸는데 이런 글이 있습니다.

“텅 비어 있는 교회의 모습은 우리에게 감추어진 교회의 공허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교회가 세상에 그리스도교의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려고 진지하게 노력하지 않을 경우 교회의 미래가 실제로 그렇게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동안 우리는 우리 자신이 ‘회개’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먼저 세상이 바뀌어야 한다고 더욱더 생각했다. 그리고 여기서 우리 교회의 회개란 하나의 ‘개선’이 아니라, ‘정적인 그리스도인의 존재’에서 ‘역동적인 그리스도인’이 되는 방향전환을 뜻한다.”

교회가 지금까지 살던 방식으로 살아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오늘날 교회가 바뀌지 않는다면 ‘텅 비어 있고 닫혀 있는 교회’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교회가 ‘변방으로 나가야 한다.’ ‘야전병원이 되어야 한다.’고 말씀하신 것과 일맥상통하는 말입니다. 교회가 가만히 앉아서 찾아오는 사람들만을 대상으로 사목하는 데 머물지 말고 육체적으로, 심리적으로, 사회적으로 힘든 사람들을 찾아 나서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그렇게 하셨습니다. 이것은 복음의 핵심, 즉 예수님의 사목방식으로 돌아가는 것을 말합니다.

교회 안에도 소외된 사람들이 있습니다. 아무리 보잘 것 없는 사람이라도 그들 한 사람 한 사람을 정말 귀하게 대하고 정성으로 대하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얼마 전 ‘슬기로운 의사생활’ TV 드라마가 있었습니다. 의과대학 동창생 5명이 같은 종합병원에 근무하면서 있을 수 있는 몇 가지 에피소드를 엮은 드라마입니다. 다섯 명의 젊은 의사들이 다들 성격이 다르고 개성이 다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자기가 맡은 환자는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끝까지 책임진다는 것입니다. 끝까지 살리려고 온 힘을 다 한다는 것입니다. 또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다들 음악을 좋아해서 일주일에 한 번 밴드활동을 같이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도 하느님께서 우리들에게 맡기신 양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정성을 다 하는 사람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것이 ‘복음의 기쁨을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를 이루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그 첫 번째 단계로 2년 동안 ‘하느님 말씀을 따라.’ 살려고 합니다. 우리부터 말씀을 가까이 하고 말씀을 사는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그래야 하느님을 사람들에게 제대로 전할 수 있습니다.

교황권고 ‘복음의 기쁨’은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당신의 재임 동안 펼쳐나갈 사목방향이라고 하셨습니다. ‘복음의 기쁨’ 제3장 전체가 강론에 대한 것입니다. 강론의 핵심은 자신이나 주변의 이야기가 아니라 복음말씀, 하느님 말씀을 전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하느님 말씀을 따라’ 사는 것이 복음의 핵심이며 우리들의 삶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