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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믿음과 희망과 사랑 위에 지은 성전 (갈밭성당 봉헌미사 강론)
   2020/11/19  13:55

갈밭성당 봉헌미사

 

2020. 11. 15.

 

오늘 우리는 갈밭성당을 축성하여 하느님께 봉헌하는 미사를 드리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이 성당과 이 제대와 우리들에게 은혜를 베푸시어 거룩하게 해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그리고 갈밭본당의 주보이신 패트릭 성인께서 갈밭본당과 우리들을 위해 하느님께 전구해 주시길 빕니다.

 

갈밭본당은 2019년 1월 16일에 설립되었습니다. 초대 주임으로 김해인 바드리시오 신부님이 부임함으로써 본당이 시작되었습니다만, 터만 있지 건물이 없는 상태로 시작하였습니다. 모본당인 도원성당에서 미사시간을 별도로 정해서 미사를 드리고 건립기금을 모금하였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김해인 신부님의 이야기로는 올해 들어 다른 본당에 모금을 하러 가려고 계획을 하였는데 코로나 바이러스가 터지는 바람에 한 군데도 나가지를 못했다고 합니다. 대신에 도원본당과 교우들이 많이 도와주었다고 합니다.

코로나 시대에 모금을 하러 다니지 못하니까 ‘갈밭성당 50년의 기도’ 프로젝트를 만들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본당에서 동영상을 만들어 유투브에 올렸던 것을 저도 보았는데 아주 잘 만들었다고 생각되었습니다. 영화 ‘미션’에 나오는 장면들, 특히 가브리엘 신부가 원주민들이 사는 정글 속에 들어가 오보에를 부는 장면을 보여주면서 선교의 전초기지로서 갈밭성당 건립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홍보하는 내용인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신자들로 하여금 50년 후에 후손들에게 전하는 편지나 하느님께 드리는 기도편지를 쓰게 하여 제대 밑의 타임캡슐에 넣는다는 것입니다.

어느 날 저에게도 그 편지봉투가 배달되어서 저는 하느님께 드리는 편지를 써서 보냈습니다. 50년 후에 제 편지가 누구에게 전달되어 누가 읽을지 알 수 없습니다만, 저는 50년 후에도 하느님께서 우리 교구를 잘 지켜주시고 성모님께서 우리 교구를 잘 보호해 달라는 말씀을 드린 것으로 기억합니다.

요즘 코로나 때문에 성당에 안 나오는 신자들이 많은데 50년 후에는 우리 교회가 어떻게 될까 하는 걱정을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어쨌든 우리 교회는 세상 끝까지 갈 것이고 하느님 나라의 완성을 보게 될 것입니다.

 

오늘 복음(마태오 16, 13-19)은 베드로 사도의 신앙고백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카이사리아 필리피 지방에 이르시자 제자들에게 “사람들이 나를 누구라고 하더냐?” 하는 질문을 하십니다. 그래서 제자들이 ‘사람들의 소문에 의하면 이러 이러 합니다.’하고 대답하자 이어서 “그러면 너희들은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느냐?” 하는 질문을 던지십니다.

사실 ‘사람들이 예수님을 어떻게 생각하느냐?’ 하는 것보다 ‘내 자신이 예수님을 어떻게 생각하느냐?’ 가 훨씬 중요한 것입니다. 내 자신이 예수님을 주님으로 믿고 영접하고 따르느냐가 중요한 문제인 것입니다.

예수님의 두 번째 질문에 시몬 베드로가 이렇게 대답합니다. “스승님은 살아계신 하느님의 아드님 그리스도이십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는 시몬 베드로를 칭찬하시며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는 베드로이다. 내가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울 터인즉, 저승의 세력도 그것을 이기지 못할 것이다.”

이렇게 베드로의 신앙고백 위에 교회가 세워지게 된 것입니다. 베드로 사도의 이 신앙고백이 교회를 받치고 있는 반석이 되었듯이 우리들도 이 세상에 믿음의 반석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올바른 믿음과 사랑의 삶을 통하여 살아계신 하느님을 세상 사람들에게 보여 줄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갈밭본당 주보성인이 ‘성 패트릭’입니다. 4-5세기 영국 출신 사제이며 주교가 된 분이신데, 아일랜드로 건너가서 아일랜드를 복음화 이룬 성인입니다. 아일랜드에서 300개가 넘는 교회를 세웠다고 합니다. 그래서 성 패트릭은 아일랜드의 수호성인이 되었던 것입니다. 이번에 미국에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되었습니다. ‘조 바이든’ 이라는 사람입니다. 조상이 아일랜드 사람입니다. 그래서 케네디 이후로 두 번째로 가톨릭 신자가 미국 대통령이 되었다고 합니다.

하여튼 그저께 김해인 신부님한테 전화할 일이 있어 통화를 하다가 “왜 ‘성 패트릭’을 본당 주보성인으로 선택을 하였는가?”하고 물었습니다. 신자들에게 응모를 하였는데 성 패트릭이 가장 많이 나왔다는 것입니다. 김해인 신부님의 본명이 ‘바드리시오’입니다. ‘패트릭(Patrick)’은 영어식 이름이고 라틴어로는 ‘바드리시오(Patricius)’, 혹은 ‘파트리시오’라고 부릅니다. 본당 신자들이 본당신부님을 좋아해서 그랬는지, 아니면 성 패트릭의 정신처럼 이 지역에서 선교의 전초기지가 되자는 뜻이 맞아떨어졌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유명한 이탈리아 작곡가 엔니오 모리꼬네(Ennio Morricone 1928-2020)가 지난 7월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는 많은 음악을 작곡하였지만 특히 ‘미션’, ‘시네마 천국’, ‘황야의 무법자’ 등 수많은 영화음악을 작곡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래서 저는 지난여름에 ‘미션’이란 영화를 다시 보았습니다. 남미의 어느 정글에서 예수회 선교사들이 목숨을 걸고 선교를 하는 장면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국경분쟁으로 인해 마지막에 예수회 신부들과 많은 원주민들이 희생되는 일이 벌어지는 모습은 참으로 안타깝게 여겨졌습니다. 두 나라의 국경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교황님으로부터 파견되었던 추기경님이 교황님께 올리는 보고서의 마지막 말은 이런 말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선교사 사제들은 모두 죽고 저는 살아있습니다. 그러나 사실은 그들은 살아있고 죽은 것은 저입니다.”

 

오늘 제2독서인 코린토 1서에서 바오로 사도께서는 “여러분이 바로 하느님의 성전”(1코린 3,17)이라고 했습니다. 왜냐하면 “하느님의 영께서 우리 안에 계시기 때문”(1코린 3,16)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하느님을 믿고 하느님을 받아들이면 하느님께서 우리 안에 사시기 때문에 우리가 바로 하느님의 성전이라는 것입니다.

갈밭성당을 지으면서 많은 교우들이 성경필사를 했다고 합니다. 그 필사본도 제대 밑의 타임캡슐에 넣을 것이라 합니다. 성경필사를 김해인 신부님은 ‘내적 성전 짓기 운동’의 하나라고 했습니다. 우리는 눈에 보이는 성전만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내적 성전을 잘 지어야 합니다. 그 성전은 우리의 믿음과 희망과 사랑 위에 지어져야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성전을 잘 가꾸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오늘 갈밭성당을 하느님께 봉헌하면서 그동안 저희들을 지켜주시고 수많은 은혜를 베풀어 주신 하느님께 감사와 찬미를 드려야 하겠습니다.

 

“성 패트릭과 모든 성인들이여,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