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구 그룹웨어
Home > 교구장/보좌주교 > 교구장 말씀
제목 당신이 천주교인이오? (성 이윤일 요한 축일미사 강론)
   2021/01/22  16:39

성 이윤일 요한 축일미사

 

2021. 01. 21. 주교좌 계산성당

 

찬미예수님.

오늘은 우리 교구의 제2주보성인이신 ‘성 이윤일 요한 순교 기념일’입니다. 성인의 순교 기념일을 맞이하여 오늘날 코로나19로 인해 방역지침에 따라 사회적 거리두기를 할 겸 해서 관덕정순교기념관이 아니라 이곳 계산주교좌성당에서 성인의 축일미사를 봉헌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103의 성인 분들이 계십니다. 이윤일 요한 성인은 103위 성인 중에서 가장 마지막, 즉 103번째로 이름이 올라와 있습니다. 1번은 올해 탄생 200주년을 맞이하신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이십니다. 2번은 대표적인 평신도 순교성인이라 할 수 있는 성 정하상 바오로이십니다. 그 다음 부터는 순교하신 날짜순으로 배치한 것 같습니다.

이윤일 요한 성인께서 1867년 1월 21일에 순교하셨으니까 103분의 성인들 중에서는 순교 날짜가 가장 늦은 것으로 압니다. 하여튼 오늘 이윤일 요한 성인 축일을 맞이하여 성인을 본받아 우리들도 굳건한 믿음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느님의 은총을 간구해야 하겠습니다.

 

아시다시피 올해 우리는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탄생 200주년 희년’을 지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올해는 최양업 토마스 신부님 탄생 200주년이기도 합니다. 최양업 신부님도 김대건 신부님과 같은 해에 태어나셨고 마카오로 유학도 같이 갔습니다만, 아직 복자도, 성인도 되지 못하였습니다. 사제가 되어서 10여 년 동안 충청도와 강원도와 경상도의 교우촌 곳곳을 방문하면서 땀의 순교를 하신 최양업 신부님께서 빨리 시복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성 김대건 신부님에 대해서는 여러분들이 잘 아실 것입니다. 김대건 신부님은 1821년 8월 21일 충남 당진 솔뫼에서 태어나서 1836년에 최양업과 최방제와 함께 마카오로 유학을 떠났으며 1845년에 드디어 조선인으로서 최초로 사제가 되셨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중국에 있는 선교사들을 모셔올 뱃길을 알아보기 위해 바닷가에 나갔다가, 사제가 되신 지 채 1년도 되지 않았는데 체포되시어 고된 심문을 받으시고 1846년 9월 16일에 한강변 새남터에서 군문효수형을 받고 순교하셨습니다.

이번 희년의 주제어가 무엇이지요? “당신이 천주교인이오?”입니다. 이 말은 김대건 신부님께서 체포되시어 처음 취조 받을 때 관장이 물었던 말입니다. 그래서 김 신부님이 어떻게 대답하셨겠습니까? “그렇소. 나는 천주교인이오.”하고 대답하셨던 것입니다. 이 내용은 김 신부님께서 감옥에 계시면서 페레올 주교님께 보낸 편지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이윤일 요한 성인께도 이와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성인께서는 충청도 홍주 출생이지만 박해를 피해 소백산맥을 넘어 문경 여우목에서 살았습니다. 그곳에 정착하면서 30여 호가 되는 마을사람들을 다 전교하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1866년 병인박해가 터지고 그 문경 골짜기까지 포졸들이 들이닥쳤던 것입니다.

포졸이 마을 사람들을 다 붙잡아 놓고 물었습니다. “이 마을의 대표가 누구요?” 그래서 이윤일 요한 성인께서 “나요.”하고 대답했습니다. 다시 포졸이 “당신이 천주교인이오?” 하고 묻자 이윤일 요한 성인께서 “그렇소. 내가 천주교인이오.”하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당신이 천주교인이오?” 라는 말은 박해시대 때 수많은 순교자들이 심문받을 때 들었던 질문이 아니었는가 싶습니다. 이 말은 오늘날 우리들에게도 세상 사람들이 묻는 말이라고 생각됩니다. “당신이 천주교인이오?”

우리는 어떻게 대답할 것입니까? “그렇소. 나는 천주교인이오.” 라고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천주교인이라면 천주교인답게 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우리 교구는 이윤일 요한 성인께서 돌아가신 그 자리에 30년 전에 ‘관덕정순교기념관’을 지어 성인의 유해를 제단 밑에 모셨습니다. 그리고 그 해부터 해마다 ‘윤일제’를 한 해도 거르지 않고 개최하였는데 올해로 30회를 맞이하였습니다.

이번 윤일제 주제는 ‘사람은 아름답다.’입니다. 관덕정순교기념관 관장 이찬우 다두 신부님이 온라인으로 9일기도 강의를 하신 것으로 압니다. 많이 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다두 신부님이 왜 ‘사람이 아름답다.’라는 주제를 택하였을까를 생각해 봤습니다. 첫째는, 사람은 모두 하느님의 모상으로 만들어졌고 하느님의 모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아름답다는 것이고, 둘째는, 그래서 모든 사람은 다 성인이 될 소지를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현재 자신이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여 산다면 말입니다. 셋째는, 코로나19로 어렵고 실의에 찬 사람들이 많으니까 그런 사람들에게 위로와 용기와 힘을 주고자 함이 아닌가 싶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지난해 사순절과 부활절에 이어 성탄절에도 신자들과 함께 하는 미사를 드리지 못했는데, 지난 월요일부터 좌석수의 20%만이라도 신자들과 함께 미사를 드릴 수 있게 되어서 다행이라고 생각됩니다.

우리가 하느님을 알고 하느님을 믿으며 자유롭게 신앙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귀한 일인지 모릅니다. 박해시대 때는 이런 신앙생활이 얼마나 간절했겠습니까!

 

오늘 이 미사 끝에 김현준 베네딕도 신부님의 선교사 파견예식이 있을 것입니다. 김현준 신부님은 이번 우리 교구 사제 인사를 통하여 남미 볼리비아의 선교사로 파견됩니다. 이미 그곳에는 여덟 분의 우리 교구 신부님들이 선교사로 일하고 계십니다. 이번에 새롭게 파견되는 김 신부님과 우리 교구의 모든 선교사 신부님들을 위해 기도해 주시길 바랍니다.

‘선교는 순교다’라는 생각을 저는 가끔 하게 됩니다. 옛날에는 더욱 그러했겠지만 지금도 선교는 순교 정신이 없으면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대부분의 선교지가 어렵고 환경이 열악하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누군가는 그 일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도 시작은 우리 선조들이 스스로 배워서 시작하였지만 그 후부터는 외국 선교사들이 목숨을 걸고 들어와서 전교를 하였던 것입니다.

프랑스 파리에 있는 파리외방전교회 본부 성당에 들어가면 유명한 그림이 걸려있습니다. 그 그림은 한 200년 전에 조선이라는 나라로 떠나는 선교사들의 파견 예식의 한 장면을 그린 것입니다.

그 그림 속에는 어떤 사람이 오르간을 치고 있는 모습이 그려져 있는데, 그 사람이 그 유명한 ‘아베 마리아’의 작곡가 ‘구노’라고 합니다. 작곡가 구노는 <선교사 파견가> 라는 노래도 작곡하였는데, 파리외방전교회에서 선교사 파견미사를 들릴 때마다 불러졌다고 합니다. 5년 전에 관덕정순교기념관 개관 25주년 기념 음악회를 하면서 이 노래를 어느 중창단이 불렀던 기억이 납니다. 그 노래 가사가 좋아서 오늘 소개하면서 이 강론을 끝맺고자 합니다.

 

“떠나라, 복음의 군사들이여,

그대들이 기대했던 날이 왔도다.

이제 그 무엇도 그대들의 열정을 막지 못하리.

떠나라, 친구들이여,

그대들은 얼마나 행복한지

선교사들의 발걸음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우리는 거룩하게 그 발에 입 맞추네.

오, 아름답고 멀고 먼 땅이여, 오류와 죽음이 있는 그 곳.

친구들이여, 떠나라.

이 세상에는 안녕이라 고하고, 먼 땅에 하느님의 이름을 전하라.

우리는 어느 날 천국에서 다시 만나리.

안녕, 형제들이여, 안녕.”

 

루르드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님, 저희와 저희 교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성 김대건 안드레아와 성 이윤일 요한, 저희와 저희 교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