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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꿈,기억,기도의 세 가지 길을따라 (양남성당 견진성사 강론)
   2021/07/28  10:18

양남성당 견진성사 및 제1차 세계 조부모와 노인의 날 미사

 

2021. 07. 25. 연중 제17주일

 

제가 양남성당을 공식적으로 방문하여 미사를 드린 것이 상당히 오래된 것 같습니다. 기록을 찾아보니까 2009년 11월 말에 견진성사를 위해 방문하였습니다. 그리고 3년 후인 2012년 11월 중순에 경주 보문단지에 있는 현대호텔에서 2박3일간 ‘한일주교교류모임’이 있었는데, 하루는 한 25분가량의 많은 주교님들이 월성원자력발전소 현장 방문을 왔다가 이곳 양남성당에서 미사를 함께 드렸던 일이 있습니다. 우리 교구의 그 많은 성당 중에서 그때처럼 한국과 일본의 그 많은 주교님들이 함께 미사를 드렸던 성당은 양남성당 말고는 아마도 없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요즘 코로나19 때문에 힘드시지요? 양남본당이 설립된 지 올해로 25년이 되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행사도 제대로 못했을 것 같습니다. 지금 코로나가 4차 유행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주로 젊은이들이 많은 도회지에서 유행을 합니다만 그래도 최대한 조심을 하셔야 합니다.

백신은 다 맞으셨지요? 저도 지난 5월에 1차 접종을 했습니다. 다음 달에 2차 접종을 해야 하는데, 지금으로서는 백신을 빨리 맞는 것이 상책인 것 같습니다. 백신 수급이 좀 문제인데 우리나라 정부가 이 점에 있어서는 잘못 대처한 것 같습니다.

하여튼 전 국민이 백신을 맞고 집단 면역력이 생겨서 자유로운 일상과 활발한 신앙생활을 하루빨리 찾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오늘은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제정하신 ‘제1차 세계 조부모와 노인의 날’입니다. 내일이 무슨 날이죠?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부모님이신 ‘성 요아킴과 성녀 안나 기념일’입니다. 이분들은 예수님의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가 되시는 분이십니다. 그래서 교황님께서는 ‘성 요아킴과 성녀 안나 기념일’에 가까운 주일에 올해부터 ‘세계 조부모와 노인의 날’로 지내도록 하셨습니다.

교황님께서는 이날을 맞이하여 ‘내가 너희와 함께 있겠다.’(마태28,20)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주제로 삼아 담화를 발표하셨습니다. 교황님께서는 이 담화에서 “복음을 선포하고 손주들에게 전통을 전하는 과업에서 물러나는 나이란 없다.”고 하시면서 “우리의 자녀, 손주들과 함께 살아갈 세상을 형제애와 사회적 우애를 통해 만들어가는 데에 여러분들이 필요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교황님께서도 현재 연세가 만으로 85세인 것으로 압니다. 2013년에 교황님이 되셨는데 이번에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제가 로마의 주교로 부름 받았을 때는 퇴임할 나이였고, 그 어떤 새로운 일을 하게 되리라고 생각하지 못한 때였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여러분의 나이가 몇인지, 일하고 있는지 아닌지, 혼자인지 가족이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면서 꿈, 기억, 기도의 세 가지 길을 따라 새로운 여정을 시작하자고 말씀하셨습니다.

지난 3월부터 감포공소에 계시는 허연구 모이세 신부님의 연세가 교황님과 동갑이 아닌가 싶습니다. 신부님께서는 원로사제로서 은퇴하신 지가 15년이 지났지만 감포공소에서 새로운 여정을 시작하시고 계십니다. 장차 감포공소가 본당이 될 수 있도록 선교를 해보시겠다고 하십니다. 참으로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교황님께서는 우리는 “자기 자신 밖으로 나가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하시면서 우리의 소명을 일깨우고 계십니다. 특히 조부모님들과 어르신들은 자녀들과 손주들에게 이 귀중한 신앙의 유산을 물려주고 삶의 지혜를 전수해 주셔야 합니다. 그리고 자녀들과 젊은이들은 조부모와 어르신들의 이 무형의 유산을 귀하게 여기고 받아들여 자신의 영적인 성장의 밑거름으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역대기 하권 10장을 보면 솔로몬 왕이 죽고 아들 르하브암이 왕이 되었는데 북쪽 이스라엘 지파들이 찾아와 솔로몬 왕 때 부역과 세금이 너무 과했으니 그 짐을 좀 가볍게 해달라고 청하였습니다. 그래서 르하브암 왕이 사흘 후에 답을 주겠다고 하면서 그들을 돌려보냈습니다. 그리고는 원로들을 불러 의견을 들었더니 그들의 청대로 그렇게 해주면 좋을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르하브암 왕은 원로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자신과 함께 놀며 자신을 받들던 젊은이들의 의견을 들어 이스라엘 북쪽 지파들에게 더 모질게 대하고 그들의 멍에를 더 무겁게 하였습니다.

그 결과가 어떻게 되었습니까? 북쪽 지파들이 임금에게 반기를 들어 결국 남과 북이 갈라지게 되었던 것입니다.

이것을 볼 때 우리들도 어르신들을 존중하고 그분들의 경험과 지혜를 귀하게 여기며 귀담아 들어야 한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오늘은 13분이 견진성사를 받게 되었습니다. 이 분들에게 미리 축하를 드리며 하느님의 축복과 성령의 은혜가 충만하기를 빕니다. 2000년 전 오순절 날에 성모님과 사도들 위에 내렸던 그 성령께서 오늘 이분들에게 내리시어 하느님의 성숙한 자녀로, 그리스도의 일꾼으로 확고하게 변화시켜주시고 그 믿음을 견고하게 해 주시기를 빕니다.

견진성사는 주교의 안수기도와 크리스마 성유의 도유로 ‘성령 특은의 날인’을 받는 성사입니다. 견진성사를 통하여 성령께서 주시는 특별한 은혜를 받는다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예전에 우리가 받았던 세례성사를 완성하게 되고, 하느님께 대한 우리의 믿음과 소망과 사랑이 확고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여러분들은 성령의 은혜로 자신의 믿음에 대해 확신을 가지게 되고, 세상 사람들 앞에서 하느님의 말씀을 자신 있게 전할 수 있으며, 자신의 삶으로 하느님을 증거할 수 있는 성숙한 신앙인이 되는 것입니다.

아시다시피 올해는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탄생 200주년 희년’이며, 가경자 최양업 토마스 신부님 탄생 200주년이기도 합니다.

이번 희년의 주제어가 무엇이지요? “당신이 천주교인이오?”입니다. 이 말은 김대건 신부님께서 체포되시어 처음 취조 받을 때 관장이 물었던 말입니다. 그래서 김 신부님이 어떻게 대답하셨겠습니까? “그렇소. 나는 천주교인이오.”하고 대답하셨던 것입니다.

“당신이 천주교인이오?” 라는 말은 박해시대 때 수많은 순교자들이 심문받을 때 들었던 질문이 아니었는가 싶습니다. 양남성당 주보이신 성 정하상 바오로도 심문 받을 때 들었던 질문일 것입니다.

그리고 이 말은 오늘날 우리들에게도 세상 사람들이 무언중에 묻는 말이라고 생각됩니다. “당신이 천주교인이오?”

우리는 어떻게 대답할 것입니까? “그렇소. 나는 천주교인이오.” 라고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천주교인이라면 천주교인답게 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우리의 변화된 삶을 통해서 살아계신 하느님을 보여줘야 하는 것입니다. 여러분도 오늘 성령을 받으시고 사도들과 성인들처럼 변화된 삶을 통하여 하느님을 증거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이제 이 강론을 마치면 우리 모두가 새롭게 신앙을 고백할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견진대상자들을 위해 성령안수기도를 바치고, 견진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마에 크리스마 성유를 발라드릴 것입니다. 이렇게 성령을 받은 분들은 이제 주님의 일꾼이요 성숙한 신앙인으로서 자신의 신앙을 이 세상에 당당하게 드러내며 살아가시기 바랍니다.

이제 우리는 마음을 열고 성령께서 우리에게 다시 오시기를 청합시다. 그럼, 저를 따라서 합니다.

“오소서, 성령님,

저희 마음을 가득 채우시어

저희 안에 사랑의 불이 타오르게 하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