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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죄를 짓지 않겠다는 단호한 자세 (용계성당 세계 이주민과 난민의 날 미사 강론)
   2021/09/28  16:50

연중 제26주일(나해), 세계 이주민과 난민의 날 미사

 

2021. 09. 26. 용계성당

 

찬미예수님.

한 3년 전에 용계본당 설립 25주년 감사미사와 견진성사를 집전하기 위해 방문하였던 기억이 납니다. 오늘은 새로 꾸민 성모동산과 대건회관과 교육관 축복을 위해 방문하였습니다.

미사 전에 축복식을 거행하였습니다만, 그동안 어려운 코로나 시대에도 불구하고 성당을 아름답고 편리하게 꾸미기 위해 노력하신 본당신부님과 교우 여러분들에게 감사를 드리며 하느님의 강복이 있기를 빕니다.

 

오늘은 연중 제26주일이며 ‘세계 이주민과 난민의 날’입니다.

지난 추석 연휴에 영화를 한 편 봤습니다. ‘모가디슈’라는 영화입니다. 모가디슈는 아프리카의 ‘소말리아’라는 나라의 수도입니다. 지금부터 한 30여 년 전의 일인데, 그 나라에 내란이 일어나 모가디슈가 반란군에게 점령되고 그곳에 있던 한국대사관 직원들이 탈출을 하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북한대사관 직원들도 탈출을 하게 되는데, 남북한 사람들이 서로를 믿지 못해 싸우면서도 함께 힘을 합쳐서 탈출에 성공하는 이야기입니다.

바로 얼마 전에 있었던 아프가니스탄 탈출 사건과 거의 비슷한 일이 30년 전에 소말리아에서 있었는데 그것을 영화화한 것입니다.

이번에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하고 탈레반이 나라를 점령함으로써 수많은 난민들이 생겼습니다. 우리나라도 그 난민들 일부를 받아주었습니다만, 수십 년 동안 내전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시리아 난민들을 포함하여 전쟁과 배고픔으로 인해 발생하는 난민의 문제가 오늘날 이 지구촌 시대에 큰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래도 각 나라들이 형제애를 발휘해서 그들을 껴안아야 할 것입니다. 예수님과 성모님과 요셉 성인도 한 때는 난민이었습니다. 성모님과 요셉 성인은 어린 예수님을 안고 헤로데를 피하여 이집트로 피난을 가야만 했습니다. 헤로데가 죽고 난 뒤에 다시 고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던 것입니다.

저는 지난 5월 30일에 난민 가정의 세 아이에게 세례를 주었습니다. 시리아 난민 가정 한 아이와, 라이베리아 난민 가정 두 아이에게 세례를 주었던 것입니다. 교구 이주사목위원회에서는 세계 이주민과 난민의 날을 맞이하여 해마다 행사를 하였는데, 작년에도 그랬고 올해도 코로나 때문에 행사를 하지 않기로 하였습니다.

하여튼 우리나라나 어디든 살기 위해서, 생존을 위해서 이주해온 사람들을 따뜻이 맞이하고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오늘 복음(마르 9,38-43.45.47-48)을 보면 제자 요한이 예수님께 다가가 한 가지를 일러바치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스승님의 이름으로 마귀를 쫓아내는 것을 보았는데 그가 우리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그런 일을 하지 못하게 막았다’는 것입니다. 그런 요한에게 예수님께서는 ‘그러지 마라. 우리를 반대하지 않는 사람은 우리를 지지하는 사람이다.’고 하시며 요한의 배타적인 사고방식에 대하여 ‘함께 살아가는 열린 마음’을 주문하십니다.

오늘날 나라와 민족과 종교 간의 갈등뿐만 아니라 우리의 일상생활 안에서도 서로 생각이 다르고 우리 편이 아니라고 해서 얼마나 차별과 불이익이 많은지 모릅니다. 문제는 신앙을 가진 사람도 그렇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바른 신앙을 가져야 합니다. 신앙은 당신의 부르심에 따르라는 주님의 초대에 응답하는 행위입니다. 신앙은 당신의 말씀에 귀를 기우리라는 주님의 요청에 따르는 것입니다. 신앙은 회개하라는 주님의 말씀에 따라 끊임없이 회개하는 작업인 것입니다. 진정한 신앙은 독선과 아집과 시기와 질투를 버리고 형제를 사랑하라는 복음의 요청에 끊임없이 응답하는 행위인 것입니다.

세례만 받았다고 다 신앙을 갖는 것은 아닙니다. 올바른 신앙을 가지는 것이 중요한 일인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네 손이 너를 죄짓게 하거든 그것을 잘라 버려라. 두 손을 가지고 지옥에, 그 꺼지지 않는 불에 들어가는 것보다, 불구자로 생명에 들어가는 편이 낫다. 네 발이 너를 죄짓게 하거든 그것을 잘라 버려라. 두 발을 가지고 지옥에 던져지는 것보다 절름발이로 생명에 들어가는 편이 낫다.”(마르 9,43.45)

예수님의 말씀이 맞는 말씀이긴 하지만 좀 가혹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사실입니다. 우리가 그 말씀대로 다 했다가는 많은 사람이 불구자가 되고 절름발이가 될 것입니다. 이 말씀은 한 마디로 죄를 짓지 않겠다는 단호한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말씀인 것입니다.

이탈리아의 밀라노 주교좌대성당 문에 이런 글이 쓰여 있다고 합니다. 왼쪽 문은 장미로 조각된 문인데 ‘모든 고생도 잠깐이다’, 오른쪽 문은 십자가로 조각된 문인데 ‘모든 영화도 잠깐이다’, 가운데 큰 문 위에는 ‘다만 중요한 것은 영원이다.’ 라는 글이 쓰여 있다고 합니다. 옳은 말입니다. 고생도 잠깐이요 영화도 잠깐입니다. 중요한 것은 영복을 누리며 사는 것입니다.

 

용계본당 주보성인이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이시지요? 9월은 ‘순교자 성월’이고, 특히 올해는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탄생 200주년’이 되는 해로서 희년을 지내고 있습니다.

김대건 신부님께서는 21통의 편지를 남기셨는데 마지막 편지가 감옥에서 교우들에게 쓴 편지로서 유일하게 한글로 쓴 것입니다. 그 마지막 구절을 듣고 묵상하겠습니다.

“내 죽는 것이 너희 육정과 영혼 대사에 어찌 거리낌이 없으랴. 그러나 천주 오래지 아니하여 너희에게 내게 비겨 더 착실한 목자를 상 주실 것이니 부디 설워 말고 큰 사랑을 이뤄 한 몸같이 주를 섬기다가 사후에 한가지로 영원히 천주 대전에서 만나 길이 누리기를 천만 천만 바란다. 잘 있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