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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기쁜 소식을 전하는 이들의 아름다운 발 (민족들의 복음화를 위한 미사 강론)
   2021/10/27  10:11

민족들의 복음화를 위한 미사 (다사성당 견진성사)

 

2021. 10. 24. 다사성당

 

요즘 코로나19 때문에 힘드시지요? 맨날 마스크를 써야 하고, 마음대로 사람을 만날 수도 없고, 사람들과 마음 놓고 식사를 할 수도 없는 등 불편한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다음 달부터 ‘위드 코로나’로 갈 수 있다고 하니까 좀 나아지지 않겠나 하고 기대를 합니다만, 그래도 코로나가 완전히 없어질 때까지 마스크를 써야 할 것이라고 합니다. 하여튼 불편하고 어려움이 있더라도 좀 더 참으시고 개인 방역을 잘 하셔서 건강을 잘 유지하시길 바랍니다.

 

오늘 우리는 ‘전교주일’을 맞이하여 ‘민족들의 복음화를 위한 미사’를 봉헌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상의 모든 민족들에게 주님의 복음이 전해질 수 있도록 이 미사 중에 열심히 기도하고, 또한 우리들이 그 복음화 전선에서 각자의 몫을 다 할 수 있도록 다짐해야 할 것입니다.

오늘 복음은 마태오복음서 마지막 부분을 봉독하였습니다.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고, 내가 너희에게 명령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여라. 보라, 내가 세상 끝날 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28,19-20)

이 말씀은 예수님께서 지상에 계실 때 하신 마지막 말씀이고 명령이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예수님을 믿고 따르는 제자라면 모두가 이 말씀을 지켜야 하는 것입니다.

이 말씀을 가장 잘 지킨 사람은 누구라고 생각합니까? 저는 선교사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작년에 ‘엔니오 모리꼬네’라는 이탈리아의 유명한 영화음악가가 돌아가셨는데 그분의 아름다운, ‘가브리엘의 오보에’라는 음악이 나오는 영화 ‘미션(The Mission)’을 다시 보았습니다. 원주민들이 사는 정글 속의 선교지를 강제로 정복하려는 군인들에 대항하여 무력으로라도 지키려는 선교사들도 있었고, 반대로 성체행렬을 하면서 비폭력으로 나서는 선교사들도 있었지만 결국은 안타깝게도 다 죽게 되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그 당시 남미를 점령하고 있던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분쟁지역에 교황특사로 파견되었던 추기경께서 교황님께 보내는 보고서에서 ‘그 선교사들은 살아있고, 죽은 것은 제 자신’이라고 말하는 모습이 기억에 남습니다.

우리나라에 순교성인이 103분 계십니다. 그 중에 10분이 외국인으로서 파리외방선교회 소속 선교사제들입니다.

그리고 올해 탄생 200주년을 맞이한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도 선교사라 할 수 있습니다. 김대건 신부님께서 감옥에 계시면서 여러 신부님들에게 하직 인사를 올리는 편지(음력 1846년 6월 8일자, 열아홉 번째 편지) 마지막에 이렇게 쓰고 있습니다.

“무익하고 부당한 종, 그리스도를 위하여 감옥에 갇힌 조선 선교지의 교황 파견 선교사 김 안드레아가 올립니다.”

그리고 마태오복음서에 나오는 예수님의 마지막 분부 말씀을 누구보다도 잘 지켰던 사람은 ‘성 바오로 사도’가 아닌가 싶습니다. 다사본당의 주보성인이시지요?

역사가 토인비가 말하기를, 지난 2000년의 인류역사에 있어서 가장 위대한 사건 하나를 든다면, 그것은 바오로 사도가 배를 타고 유럽으로 건너간 사건이라고 하였습니다. 그 사건으로 인하여 유럽이 그리스도교 문화권으로 변하였다는 것입니다. 사도행전을 보면 바오로 사도의 세 번에 걸친 전교여행이 나오고 마지막에는 재판을 받기 위해 로마로 배를 타고 건너가는 것이 나옵니다. 바오로 사도도 결국 네로 황제 때 순교를 합니다만, 로마에 가서 한 동안은 큰 어려움 없이 복음을 전하였던 것입니다.

오늘 제2독서인 로마서에서 바오로 사도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자기가 믿지 않는 분을 어떻게 받들어 부를 수 있겠습니까? 자기가 들은 적이 없는 분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습니까? 선포하는 사람이 없으면 어떻게 들을 수 있겠습니까? ‘기쁜 소식을 전하는 이들의 발이 얼마나 아름다운가!’”(로마 10.14-15)

무슨 발이 아름답다고 했지요? 기쁜 소식을 전하기 위해서 달려가는 발이 아름답다고 했습니다. 여러분들은 하느님의 기쁜 소식을 전하기 위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얼마나 달려갔었습니까?

여러분들도 오늘 성령의 은혜를 가득히 받으시고 참으로 하느님 말씀을 듣고 실천할 뿐만 아니라 그 말씀을 다른 이들에게 담대하게 전할 수 있는 성숙한 신앙인으로 거듭나시기 바랍니다.

요즘 코로나 때문에 성당에 안 나오시는 분들이 더러 계십니다. 그분들도 이제 다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이러다가 많은 사람들이 조그만 이유가 닿기만 하면 주일 안 지키는 것이 습관화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요즘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여러분들은 그러지 않겠지만 여러분들이 그분들을 이끌 수 있는 사도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방역을 지키며 신앙생활을 하면 별 문제가 없습니다. ‘위드 코로나’라는 말은 코로나와 함께 일상생활을 하자는 것입니다. 다음 달부터는 주일학교나 예비신자 교리도 하고 레지오도 해야 할 것입니다.

작년부터 코로나 때문에 전교를 거의 하지 못했습니다. 이제 제대로 선교를 해야 합니다. 선교는 교회의 존재 목적입니다. 따라서 선교는 우리가 하느님 자녀로서 갖추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의무입니다. 미션이라는 말이 그러하듯이 선교는 우리의 사명이며 소명인 것입니다.

 

“오소서, 성령님,

저희 마음을 가득 채우시어

저희 안에 사랑의 불이 타오르게 하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