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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진정한 승리 (성정하상성당 주님부활대축일 파스카 성야 미사 강론)
   2022/04/20  15:24

주님부활대축일 파스카 성야 미사

 

2022. 04. 16. 성정하상본당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축하드립니다. 알렐루야!

부활하신 예수님의 사랑과 평화가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정과 온 세상에 가득하길 축원합니다.

아버지의 뜻에 따라 이 세상에 오신 예수님께서는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온갖 좋은 일을 하셨지만 악당들에 의해서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셨습니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었습니다. 당신께서 말씀하신 대로 사흘 만에 부활하셨습니다.

오늘 복음을 보면, 주간 첫날 새벽 일찍이 여자들이 예수님의 무덤에 갔더니 무덤이 비어있어서 당황하고 있는데, 눈부시게 차려입은 남자 둘이 나타나 이렇게 말하였다고 합니다.

“어찌하여 살아 계신 분을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찾고 있느냐? 그분께서는 여기에 계시지 않는다. 되살아나셨다.”(루카 24,5-6)

이렇게 예수님께서는 부활하신 것입니다.

그리고 예수님의 부활은 바로 우리의 부활로 연결됩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을 믿고 따르는 이는 누구나 부활하여 영원한 생명을 얻으리라는 약속을 하셨고 그 약속의 실현을 보여 주셨습니다.

그래서 오늘 제2독서에서 바오로 사도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그리스도께서 아버지의 영광을 통하여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되살아나신 것처럼 우리도 새로운 삶을 살아가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그리스도와 함께 죽었으니 그분과 함께 살리라고 우리는 믿습니다.”(로마 6,4.8)

오늘 4월 16일은 세월호 침몰 사건이 일어난 지 8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8년 전 남해 진도 앞 바다에서 차마 상상하기도 싫은 끔찍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죄도 없이 죽은 많은 영혼들이 주님의 자비와 은총으로 부활할 것을 간절히 희망합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근본적으로 부활에 대한 믿음과 희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부활은 우리 신앙의 핵심인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 일 년 중에서 가장 ‘거룩한 밤’을 맞이하였으며, 그래서 가장 성대한 전례를 거행하고 있습니다.

오늘 밤에 우리는 9개의 성경말씀 중에서 6개의 성경말씀을 들었습니다. 인간을 위한 하느님의 구원의 역사가 어떻게 시작하여 어떻게 완성되는지를, 오늘 밤 몇 개의 독서와 기도로써 간략하게나마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 밤을 전에는 ‘부활성야’라고 하였습니다만, 몇 년 전부터는 ‘주님부활대축일 파스카성야’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지난 성목요일 저녁부터 부활대축일까지를 전에는 그냥 ‘성삼일’이라고 했는데, 지금은 ‘파스카 성삼일’이라고 합니다. 파스카를 강조하고 있는 것입니다.

‘파스카’는 본래 이스라엘 백성이 이집트의 종살이에서 해방된 것을 기념하는 축제였습니다. 오늘 제3독서로 읽은 탈출기 14,15-15,1 말씀이 그것을 말해줍니다.

‘파스카(Pascha)’라는 말은 ‘건너가다’, ‘지나가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오늘 밤 죽음에서 생명으로 건너가셨습니다. 우리 믿는 사람들도 이미 죽음에서 생명으로 건너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을 통하여 그렇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이 세상은 아직도 죽음과 악의 세력이 기세를 떨치고 있는 듯이 보입니다. 여전히 세계 곳곳에서 전쟁과 테러가 벌어지고 있고, 혐오와 차별과 갈등과 분열, 그리고 온갖 질병과 환경오염 등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우리는 부활의 의미를 어떻게 이해하고, 부활의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지난 주 ‘주님수난성지주일’ 미사를 주례하시고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킨 당사자들에게 말씀하시기를, “주님 부활 대축일에 무기를 내려놓고 휴전하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이 휴전은 재무장과 전투재개를 위한 휴전이 아니라 진정한 협상을 통해 평화를 이루기 위한 휴전”이라고 말씀하시고 “잔해더미 위에 깃발을 꽂아서 이루는 승리가 과연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반문하셨습니다.

또한 교황님께서는 “오늘날까지도 전쟁이 존재하는 것은 세상이 이것을 승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면서 “이는 승리가 아니라 패배의 방식일 뿐”이라고 지적하셨습니다. 그러면서 “전쟁이라는 어리석은 행위로 예수님을 또 다시 십자가에 못 박은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셨습니다.

우리가 부활의 삶을 사는 것은 이제 무기를 내려놓고 대화하고 협상하고 용서하고 포용하는 것입니다. 그게 쉽지는 않겠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해야 합니다. 교황님께서는 지난 사순시기 담화문에서도 바오로 사도의 갈라디아서 6,9-10 말씀을 인용하시면서 ‘낙심하지 말고 포기하지도 말며 계속 좋은 일을 하자.’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나라도 지난달 대통령 선거를 통해 새로운 정부를 국민들이 선택했습니다. 이제 3주 정도 후면 새로운 정부가 출범을 하는데, 경제 살리기 등 수많은 현안들이 있을 것입니다. 저는 무엇보다도 갈라져 있는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우고 통합하는 일이 중요하지 않은가 생각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세 번이나 당신을 모른다고 배반했던 베드로를 품어주셨습니다. 끝없는 사랑이 또 다른 부활을 낳는 것입니다. 용서와 사랑이 없이 정의만 이야기하는 것은 그리스도교가 아닙니다.

다음 주 월요일부터 마스크 착용은 당분간 그대로 유지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전면 해제한다고 합니다. 2년 1개월 만에 해제가 된다고 하는데 그동안 경제적으로 그리고 사회 심리적으로 어려움이 많았던 분들이 빨리 회복되기를 바랍니다.

이와 함께 우리 신앙생활도 빨리 회복되어야 할 것입니다. 마스크를 쓰면서 할 수 있는 모든 활동을 해야 할 것입니다. 마스크도 벗고 음식도 같이 먹을 수 있는 날이 곧 오리라 생각합니다만, 지금부터 모임도 하고 활동도 해야 합니다.

그리고 소공동체 모임도 이제 열심히 해야 합니다. 아시다시피 성정하상 본당은 설립될 때부터 소공동체 본당으로 시작하였습니다. 그래서 계속 소공동체 본당을 유지하도록 하였는데, 중간에 몇 년간 방향이 좀 흔들렸던 모양입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2년 이상 코로나19로 인해 모임 자체를 잘 못했던 것으로 압니다. 그러나 코로나가 이제 끝나가는 시점이기 때문에 다시 소공동체 모임을 통하여 본당의 분위기를 끌어올려야 할 것입니다.

지난 해 11월에 본당 사목평의회가 한티 피정의 집에 가서 ‘성정하상본당 소공동체가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하여 연수를 하였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 연수에서 나온 최종 선언문도 제가 보았습니다. 선언문에도 나와 있듯이 핵심은 ‘좀 더 많은 신자들이 참여하고 복음의 기쁨을 누리기 위해서는 소공동체 사목이 보다 자율적이며 다양하고 유연성 있게 운영되어야 한다.’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좋은 의견이라 생각합니다.

지금 우리 교회는 시노드 중에 있습니다.‘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를 준비하기 위한 것이지만, 세계의 모든 지역 교회의 하느님 백성들의 의견을 듣고자 하는 것입니다. 그 주제는 시노드적인 교회가 되기 위해서, 즉 하느님 백성 모두가 함께 가기 위해서 어떤 모습의 교회가 되어야 하겠는가 하는 것입니다. 소공동체 사목도 이런 시노드 정신으로 함께 만나 기도하고 대화하며, 경청하고 공동식별을 하면 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다시 한 번 주님의 부활을 축하드리며, 여러분의 매 순간이 부활의 삶이 되기를 바랍니다. 주 참으로 부활하셨습니다. 알렐루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