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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저의 주님, 저의 하느님 (모화본당 20년, 경주외동지역 복음화 80주년 감사미사 강론)
   2022/04/26  13:44

모화본당 20년, 경주외동지역 복음화 80주년 감사미사

 

2022. 04. 24. 부활 제2주일

 

찬미예수님! 주님의 부활을 축하드립니다.

오늘은 부활 팔일 축제 마지막 날로서 ‘부활 제2주일’ 곧 ‘하느님의 자비 주일’입니다. 옛날에 한 때는 ‘사백주일’이라고도 했었는데, 그것은 부활 팔부 축일 동안 부활을 상징하는 흰 옷을 오늘까지 입고 있다가 벗었기 때문이 아니었는가 생각됩니다. 예전에는 오늘 야외미사를 많이 갔었던 기억이 납니다.

하여튼 주님의 부활은 참으로 큰 축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주님의 부활이 있었기 때문에 십자가가 의미가 있고 우리의 신앙과 희망이 확실해 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교황 성 요한 바오로 2세께서는 성자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로 우리를 구원하신 하느님의 크나큰 자비에 감사드리고자 오늘을 ‘하느님의 자비 주일’로 정하셨던 것입니다.

 

오늘 이 뜻깊은 날에 모화본당 설립 20주년과 경주 외동 지역 복음화 80주년 감사미사를 드리고 있습니다. 지난 80여 년 동안 지역 복음화를 위해 헌신하셨던 역대 신부님들과 공소회장님들과 본당회장님들을 비롯한 모든 신자 분들에게 감사를 드리며 하느님의 은총이 가득하시길 기도합니다.

경주 외동지역은 경주에서 울산으로 가는 길목이며 경북과 경남의 경계 지역이라 할 수 있는데, 그 옛날 우리 순교자이신 복자 허인백 야고보, 복자 김종륜 루카, 복자 이양등 베드로, 이 세분이 산내 진목정 뒷산에서 붙잡혀서 경주진영 감옥에 갇혀 계시다가 울산 장대로 끌려갔던 길이 아니었는가 생각됩니다.

외동지역에 복음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일제강점기 시절 경주본당의 강달순 요셉 신부님께서 전동수(요한) 형제님에게 전교를 위해 외동지역으로 이사할 것을 권유하심으로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에 따라 전동수 요한 형제님께서 1941년 외동 입실로 이사를 하게 되고, 그 후 전동수(요한) 형제님 댁에서 첫 공소가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1981년에 입실공소에서 모화공소가 분리 독립하였고, 2000년 8월부터는 박도식 신부님께서 입실공소에서 매 주일 미사를 봉헌하시면서 사재를 털어 이곳 모화에 본당을 설립할 준비를 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2002년 1월 30일에 주흥종 신부님께서 초대 주임사제로 부임함으로써 모화본당이 설립되었던 것입니다. 그 후 윤지종 신부님께서 2010년 2월에 제4대 주임신부로 부임하시고 지금의 이 성전을 건립하였던 것입니다. 제가 2013년 4월 7일에 이곳에 와서 새 성전 봉헌미사를 집전하였는데 그날도 부활 제2주일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오늘이 바로 부활 제2주일인데 벌써 9년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잘 지내셨는지요? 코로나19 때문에 힘드셨으리라 생각됩니다만, 이제 사회적 거리두기가 거의 다 해제되었으니까 다들 부활하셔서 기쁘게 신앙생활 하시길 축원합니다.

 

부활 제2주일에는 복음말씀으로 늘 요한복음 20,19-31을 읽게 됩니다. 오늘 복음의 주인공은 예수님과 토마스 사도입니다.

‘주간 첫날 저녁’, 즉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바로 그날 ‘저녁이 되자, 제자들은 유다인들이 두려워 모두 문을 잠가 놓고 있었다.’고 합니다. 마리아 막달레나가 제자들에게 찾아와서 예수님의 부활 소식을 전하여 주었지만, 제자들은 주님의 부활을 아직 믿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유다인들이 두려워 여전히 숨어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그들 가운데 오시어 “평화가 너희와 함께!”하고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그렇게 제자들은 엉겁결에 주님을 뵙고 기뻐하였다고 성경은 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자리에 토마스 사도가 없었습니다. 나중에 토마스가 돌아왔을 때 다른 제자들이 “우리가 주님을 뵈었소.” 하고 말했지만, 토마스는 믿지 않았습니다. 자신이 직접 예수님의 손에 있는 못 자국을 만져보고 창 자국이 있는 옆구리에 직접 손을 넣어 보지 않고는 결코 믿지 못하겠다고 했습니다.

이것 때문에 토마스는 의심자 내지 불신자의 대명사처럼 여겨지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토마스를 충분히 이해합니다. 누구나 그럴 수 있다고 봅니다.

그만큼 믿는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닌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믿음이 약해질 때마다 “주님, 저희에게 믿음을 더하여 주십시오.”(루카 17,5)하고 기도해야 할 것입니다. 약하고 부족하고 휘청거리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하느님께 의탁하는 끈기가 곧 믿음으로 연결되는 것입니다.

믿음은 이성과 경험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거기에 우리의 의지와 기도와 성령의 이끄심이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 복음에서도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성령을 받으라.”(22)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바오로 사도는 ‘어느 누구도 성령의 이끄심이 없이는 예수가 주님이시라고 고백할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성령의 이끄심에 자신을 맡김으로써 더 굳은 믿음을 가질 수 있는 것입니다.

여드레 후에 예수님께서 다시 나타나셨습니다. 토마스 사도는 자신 앞에 나타나신 예수님의 상처에 손을 대보지도 않고 “저의 주님, 저의 하느님!”(28)하고 신앙을 고백합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너는 나를 보고서야 믿느냐?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29)

이 말씀처럼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를 본 일이 없으면서 그분을 믿고 있으며 그분을 사랑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분의 십자가와 부활로 인한 우리 영혼의 구원을 믿고 있기에 우리 모두는 기뻐하고 있는 것입니다. “믿음은 우리가 바라는 것들의 보증이며 보이지 않는 실체들의 확증입니다.”(히브리 11,1)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오늘 이렇게 말씀하신 것입니다.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요한 20,29)

토마스는 언젠가 예수님께서 죽은 라자로에게 가자고 하셨을 때 “우리도 스승님과 함께 죽으러 갑시다.”(11,26)고 말할 만큼 용기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그에게 한 가지 과오가 있습니다. 그는 동료 사도들을 떠나 혼자 떨어져 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자 크게 상심하고 절망에 빠져 혼자 밖을 돌아다녔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는 여드레 전에 예수님께서 오셨을 때 예수님을 만나지 못했던 것입니다.

우리는 항상 교회 공동체 안에 머물러 있어야 합니다. 언제나 성경말씀과 교회의 가르침에 귀를 기울이고 교회 안에서 친교를 나누며 신앙생활을 해야 합니다. 주님의 역사하심은 대부분 교회 공동체 안에서, 교회 공동체를 통하여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이제 코로나19 때문에 약해진 우리 신앙을 바로 세우고, 흐트러졌던 공동체 모습을 다시 일으켜야 할 것입니다. 더 나아가 믿는 이들의 모임인 교회가 오늘날 이 혼란한 세상에 하느님의 자비를 선포하고 하느님의 자비를 실천함으로써 주님 부활의 참된 증인으로 살아가야 할 것입니다.

 

다시 한 번 주님의 부활을 축하드리며 여러분과 이 본당에 주님의 은총과 축복이 가득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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