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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군대 두 번 가는 사람 (군종후원회 창립 50주년 감사미사 강론)
   2022/05/09  9:53

군종후원회 창립 50주년 감사미사

 

2022년 5월 5일 범어대성당

 

찬미예수님! 주님의 부활을 축하드립니다.

올해 우리 교구 군종후원회가 창립된 지 50주년을 맞이하였습니다. 그래서 작년 말에는 ‘감사 음악회’가 있었고, 오늘은 조금 전에는 특강이 있었으며 지금은 감사미사를 봉헌하고 있습니다. 이번 행사를 계획하고 추진하신 후원회 임원 여러분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오늘은 5월 5일 ‘어린이 날’입니다. 1922년에 방정환 선생님께서 ‘어린이 날’을 제안하여 기념하게 된 것이 올해로 100년이 되었다고 합니다. 이 세상 모든 어린이들이 악에 물들지 않고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이것은 모든 어른들의 의무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올해는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님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김 추기경님께서는 1922년 5월 8일에 대구 남산동에서 태어나셨습니다. 그리고 1951년에 계산성당에서 사제품을 받으시고 1966년에 마산 교구장으로 가실 때까지 15년간 우리 교구의 사제로 사셨습니다. 태어나신 5월 8일이 음력이기 때문에 올해 양력으로는 6월 6일이 됩니다. 그날 성모당과 군위 김수환 추기경 공원에서 기념미사를 드리려고 계획하고 있습니다. 추기경님께서는 한국 군종단의 총재도 하셨고 군 사목에 많은 격려와 도움을 주셨기 때문에 우리 모두가 기억하시면 좋겠습니다.

 

지난 2월 24일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여 두 달 넘게 전쟁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지난 부활절에 “무기를 내려놓고 휴전하라.”고 권고하였지만 전쟁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교황님께서는 지난 5월 1일 성모성월 첫날을 맞이하여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과 세계 평화를 위해 매일 묵주기도를 바치자고 제안하셨습니다. 평화의 모후이신 성모님께서 도와주시도록 열심히 기도해야 할 것입니다.

사실 원죄에 물든 인간 세상에는 예나 지금이나 늘 싸움이 있습니다. 국가 간에도 가끔 전쟁이 발발합니다. 그래서 나라마다 군대를 가지고 있는데, 엄밀히 말해서 군대는 전쟁을 하기 위해서 있는 것이 아니라, 전쟁을 막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입니다. 목숨을 빼앗기 위해서 있는 것이 아니라, 목숨을 지키기 위해서 있는 것입니다.

그런 군대가 있기 때문에 군종이 있습니다. 저도 예전에 ‘군종신부’를 하였습니다만, ‘군종’이라는 말은 군대에서 종교 활동을 하는 사람이나 그 행위와 제도를 말하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우리나라에 군종제도가 생긴 것은 6.25전쟁이 발발하고 그 다음해부터입니다. 그래서 우리 교구에서는 김수환 추기경님의 형님인 김동한 가를로 신부님 등이 전쟁 중에 군종으로 입대하여 활동을 하였던 것입니다.

그리고 6.25전쟁 중에 군종신부님들의 활동을 돕고자 계산성당에서 ‘종군신부 전교사업 대구후원회’라는 단체를 만들어 활동하였다고 합니다. 이것이 우리나라 가톨릭 군종후원회의 효시라고 할 수 있는데, 이렇게 치면 군종후원회가 설립된 지 50년이 아니라 70년이 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1년 반 후에 휴전이 되었고 각 군 본부가 서울로 이전을 함에 따라 대구의 군종후원회는 침체하게 되고 얼마 후에 활동도 중단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1961년 11월 2일에 ‘한국 가톨릭 군종신부단’이 발족을 하였고, 1968년 6월에는 한국 주교회의에 의해서 ‘군종의 날’이 제정되었습니다. 그리고 1969년 10월 3일에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에서 ‘군종후원회’ 결성 안을 가결하였고, 그 이듬해인 1970년 1월 14일에 ‘한국가톨릭군종후원회’가 정식으로 출범하였던 것입니다.

우리 교구는 1972년 5월 29일 한일관광호텔에서 서정길 요한 대주교님을 비롯하여 70여 명의 사람들이 참석한 가운데 ‘대구대교구 군종후원회’를 발족하였습니다. 그날 계산성당의 황기석(골롬바노) 박사님을 초대 회장으로, 이문희 바오로 신부님을 지도신부로 선임하였고, 후원회를 위한 모금을 하였는데 214만원이 모였다고 합니다.

그날 행사에 참석했던 사람들의 방명록이 조금 후 빵과 포도주와 함께 봉헌될 것입니다. 50년 전 그 방명록에는 그날 창립총회에 참석한 사람들과 후원금을 내신 금액까지 자세히 적혀있어서 귀중한 자료가 되었습니다. 기록이 참으로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지난 세월 동안 우리나라 군 사목을 위해 헌신하셨던 모든 신부님들과 수도자들과 평신도 분들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무엇보다도 군 사목 후원을 위해 활동해 주신 역대 회장님들과 모든 후원회원 분들에게 감사를 드리며 하느님의 강복이 있기를 빕니다.

 

일반적으로 세상 사람들은 가능하면 군대에 안 가려고 하는 경향이 있는데, 신부님들은 교구 인사명령으로 인해 군대를 두 번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도 군대 두 번 갔습니다. 그래서 저에게 내세울 만한 경력은 군대경력밖에 없습니다. 병사 때는 1975년 1월 말에 입대했는데 강원도 고성군과 양양군의 해안중대에서 33개월 근무하였습니다. 그리고 군종장교로 1983년 3월 말에 입대했는데 또 강원도로 배치 받았습니다. 강원도 인제에서 3년을 살았습니다.

“인제 가면 언제 오나, 원통해서 못 살겠네.”라는 말 들어보셨지요? 육군 보병 12사단에 배치되었는데, 주소가 ‘강원도 인제군 북면 원통리’였습니다.

그런데 12사단에 간 지 1년 만에 3군단 사령부로 자리를 옮기게 되었습니다. 저는 예상치 않게 1년 만에 3군단으로 가게 되었는데, 원통보다는 약간 남쪽이지만 주소는 ‘인제군 기린면 현리’로서 원통보다 더 골짜기였던 것입니다.

그곳에 가니까 사람들이 말하길, “이곳에 오면 올 때도 울고, 갈 때도 웁니다.”라고 하였습니다. 왜 그러냐고 하니까, 올 때는 하도 골짜기라서 울고, 갈 때는 정이 들어서 운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곳 현리에서 다시 2년을 살면서 성당을 지었습니다.

그 당시 군단장님이 신치구 벨라도 장군님이신데, 김수환 추기경님과 친분이 있으셔서 추기경님께서 부대에 몇 번 들리셨습니다.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에 있는 성모상 축복식에 김 추기경님께서 오셔서 축복을 해주셨는데 그 덕분에 저도 같이 헬기를 타고 현장에 갔던 기억이 납니다.

제 군대경력이 화려하지요? 저는 그렇게 강원도 인제에서 3년을 근무하고 대구 2군사령부에 내려와서 2년 더 근무한 후 전역하였습니다.

 

신부님들이 군대에 파견되어서 군 사목을 하고, 각 교구에 군종후원회를 만들어 군 사목을 후원하는 목적이 어디에 있습니까? 그것은 군 장병들을 영적으로 돌보고, 더 나아가 군 복음화를 이루기 위해서인 것입니다. 교회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목적도 바로 복음화에 있는 것입니다.

오늘 성경말씀도 결국 복음화를 어떻게 이룰 것인가를 말해주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오늘 제1독서로 읽은 사도행전 8,26-40 말씀은 필리포스가 에티오피아 여왕의 재정 담당 고관에게 세례를 주는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습니다. 필리포스가 누구입니까? 사도행전 6장을 보면 초대교회가 열두 사도들을 돕는 일곱 봉사자를 뽑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 일곱 봉사자(부제) 중의 한 사람입니다. 필리포스는 그 에티오피아 사람에게 세례를 주기 위해 예루살렘에서 가자까지 갔었고, 다시 카이사리아로 올라오면서 모든 고을을 두루 다니며 복음을 전하였다고 합니다.

우리가 복음을 전하는 이유는, 오늘 복음(요한 6.44-51)에 나오듯이 예수님만이 살아있는 ‘생명의 빵’이시기 때문입니다.

“나는 생명의 빵이다. 너희 조상들은 광야에서 만나를 먹고도 죽었다. 그러나 이 빵은 하늘에서 내려오는 것으로, 이 빵을 먹는 사람은 죽지 않는다.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 있는 빵이다. 누구든지 이 빵을 먹으면 영원히 살 것이다.”(요한 6,48-51)

 

오늘날 전교한다는 것이 쉽지가 않습니다. 한 동안 군대를 ‘황금어장’이라고 불렀습니다. 황금어장이라는 말이 무슨 말입니까? 고기가 많이 잡힌다는 말입니다. 군대는 공을 들이고 노력한 만큼 전교를 많이 할 수 있는, 아주 좋은 어장이라는 뜻입니다. 지금도 군대는 황금어장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군 사목에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지난 2년 반 동안 코로나19 때문에 장병들이 거의 성당에 나가지 못했었고, 특히나 요즘은 주일에 병사들이 외출을 나가든지, 아니면 내무반에서 휴대폰을 가지고 쉬고 있기 때문에 성당에 잘 나오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병사들의 신앙생활과 전교에 어려움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세상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서 해야 하는 것이 선교이고 군 사목이라고 하겠습니다.

오늘 제2독서에서 사도 바오로께서는 이렇게 말씀하고 있습니다.

“낙심하지 말고 계속 좋은 일을 합시다. 포기하지 않으면 제때에 수확을 거두게 될 것입니다.”(갈라디아 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