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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지식과 실천이 균형을 이루는 사람 (가톨릭 교수회 피정 미사 강론)
   2022/07/15  16:33

가톨릭 교수회 피정 미사

 

2022. 07. 15. 성 보나벤투라 주교학자 기념일

 

코로나 때문에 한 동안 모임을 가지지 못했는데 코로나 사정이 나아졌기 때문에 이런 모임도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요즘 코로나가 다시 유행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지만 하여튼 마스크를 쓰고 조심하면서도 본당이든 단체든 이런 모임을 가능한 한 자주 갖는 것이 좋습니다. 위축되었던 일상생활과 함께 신앙생활이 빨리 회복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마테 12,1-8)을 보면, 예수님과 제자들이 안식일에 밀밭 사이를 지나가다가 제자들이 배가 고파서 밀 이삭을 뜯어 먹었다고 합니다. 그것을 보고 바리사이들이 시비를 거는 것입니다. ‘왜 안식일에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하느냐?’는 것입니다.

안식일은 하느님께서 엿새 동안 세상을 창조하시고 이레 째 되는 날 쉬셨기 때문에 사람도 짐승도 다 쉬어야 합니다. 일을 하지 말아야 합니다. 여행도 가지 말아야 합니다. 오늘 복음에 보면 예수님과 제자들이 밀밭 사이를 걸어갔다고 하는데 아마도 안식일에 걸을 수 있는 거리 안에 있었던 모양입니다.

하여튼 안식일에 일을 일체 하지 말아야 하는데 밀 이삭을 뜯어 먹었다는 것도 일이니까 안식일 법을 어겼다고 바리사이들이 시비를 걸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들이 볼 때 참으로 우습다는 생각마저 듭니다만 그 당시 안식일 법은 엄청 엄격하였던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다윗의 예를 듭니다. ‘다윗이 적들에게 쫓겨 다니다가 하도 배가 고파서 하느님의 집에 들어가 사제가 아니면 그 누구도 먹을 수 없는 제사 빵을 먹지 않았느냐? 또 안식일에 사제들이 성전에서 안식일 법을 어겨도 죄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모르느냐?’ 하시면서 ‘성전보다 더 큰 이가 여기에 있다.’고 하십니다.

성전보다 더 큰 이는 바로 예수님 당신을 말하는 것입니다. 결론으로 ‘사람의 아들이 안식일의 주인이다.’고 말씀하십니다. ‘내가 안식일의 주인인데 너희들이 뭐라고 하느냐?’ 하는 말씀인 것입니다.

마르코 복음을 보면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안식일이 사람을 위하여 생긴 것이지, 사람이 안식일을 위하여 생긴 것은 아니다.”(마르 2,27)

안식일 규정은 하나의 법입니다. 사람이 법을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법이 사람을 위해 있는 것입니다. 법과 법의 정신과 법의 실천이 일치해야 좋은 법질서라 할 수 있고 그 사회는 건전하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잘못 하면 알맹이는 날아가고 껍데기만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

우리들이 연구하고 연마하는 지식도 하느님을 잘 알고 인간을 잘 알기 위해서, 더 나아가서 하느님을 더 사랑하고 인간을 더 사랑하기 위해서 있는 것입니다. 지식을 위한 지식, 연구를 위한 연구는 별 의미가 없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7절에서 구약의 호세아서 6,6을 인용하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바라는 것은 희생 제물이 아니라 자비다.’ 하신 말씀이 무슨 뜻인지 너희가 알았더라면, 죄 없는 이들을 단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우리가 기도를 많이 하는데, 기도가 무엇입니까? 내용상으로 볼 때 감사기도, 찬양기도, 청원기도 같은 것이 있고, 방법상으로 볼 때 염경기도, 통성기도, 묵상기도, 관상기도 같은 것이 있는데, 근본적으로 기도는 무엇입니까?

기도는 ‘하느님과의 대화다’, ‘하느님과의 만남이다’ 고 하는데, 근본적으로 기도는 하느님의 뜻을 찾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느님의 뜻을 찾고 그 뜻을 실천할 힘을 받는 것이 기도인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성목요일 밤에 겟세마니 동산에서 피땀을 흘리면서 기도하셨습니다. “아버지, 하실 수만 있으시면 이 잔이 저를 비켜 가게 해 주십시오. 그러나 제가 원하는 대로 하지 마시고 아버지께서 원하시는 대로 하십시오.”(마태 26,39)

그리고 얼마 후에 다시 이렇게 기도하십니다. “아버지, 이 잔이 비켜 갈 수 없는 것이라서 제가 마셔야 한다면,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게 하십시오.”(마태 26,42)

이처럼 기도는 내 뜻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을 헤아리고 그 뜻을 실행할 결심과 함께 힘을 받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우리들도 이런 자세로 기도를 하고 신앙생활을 해야 할 것입니다.

 

오늘은 성 보나벤투라 주교 학자 기념일입니다. 일찍이 프란치스코 작은 형제회에 입회를 하였고, 수도자로서 파리에 가서 공부를 한 뒤 젊은 나이에 파리대학교의 교수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일부 교수들이 탁발수도자는 교단에 설 수 없다고 반대하는 바람에 7년 만에 교수를 그만 두고 수도회에 다시 돌아와서 수도생활에 전념하다가 수도회 총장으로 선출되었고, 나중에는 알바노의 교구장 주교까지 됩니다.

보나벤투라 성인께서는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성인의 전기’와 ‘완덕생활’ 등 많은 저서를 남기며 탁발수도회의 인정을 받는 데 있어서 큰 역할을 하셨습니다. 보나벤투라 성인이야말로 지식과 실천에 있어서 균형과 일치를 이루신 분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가톨릭 교수회도 이 성인을 본받아 지식과 실천에 균형을 이루고 교회의 성장과 하느님 나라 건설에 더욱 이바지 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