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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역전의 축복 (제2대리구 교구장 대리 취임미사 강론)
   2016/09/29  17:33

제2대리구 교구장 대리 이성한 신부 취임미사


2016. 09. 28 범어대성당

 

이성한 베르나르도 신부님께서 제2대리구 교구장 대리로 취임하게 됨을 축하드립니다. 이성한 신부님께서는 지난 2년간 제3대리구 교구장 대리를 역임하시고 이번에 다시 제2대리구를 맡으셨습니다. 자비로우신 하느님께서 신부님의 그 임무 수행에 있어서 필요한 은총을 내려주시기를 빕니다.
 
오늘 복음말씀(루카 9,57-62)은 우리가 예수님을 따르는 데 있어서 어떤 자세로 따라야 하는지를 잘 말해주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어떤 사람이 예수님께 “어디로 가시든지 저는 스승님을 따르겠습니다.”고 말하자 예수님께서는 “여우도 굴이 있고 하늘의 새들도 보금자리가 있지만 사람의 아들은 머리를 기댈 곳조차 없다.”고 하셨습니다. ‘그대가 제자가 되면 나와 같이 살아야 하는데 나는 몸을 뉘일 집도 없다. 그래도 나를 따르겠느냐?’라는 말씀입니다. 
예수님의 제자가 된다는 것은 그분과 같은 삶을 나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분의 삶이 만만치가 않습니다. 안락함을 포기해야 하고, 대신 많은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며 역경을 각오해야 하는 삶입니다. 
예수님께서 또 다른 사람에게 “나를 따르라.”고 했더니 그 사람은 “먼저 집에 가서 아버지의 장사를 지내게 허락해 주십시오.”하고 청합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는 그에게 “죽은 이들의 장사는 죽은 이들이 지내도록 하고 너는 가서 하느님의 나라를 선포하여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세 번째 사람은 “먼저 가족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게 허락해 주십시오.”라고 말합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는 그에게 “쟁기에 손을 대고 뒤를 돌아보는 자는 하느님 나라에 합당하지 않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예수님의 이런 말씀이 인간적으로 보면 가혹하게 들릴 수도 있습니다. 예수님의 말씀은, 세상에 무엇보다도 시급하고 중요한 것은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들은 세상의 어떠한 것에도 구애되지 않고, 그리고 조금도 지체하지 않고 복음을 선포하는 일에 매진해야 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일화 하나를 소개할고자 합니다. 
독일 베를린 장벽이 세워지기 전에 수많은 동독인들이 자유를 찾아 서독으로 이동하기 시작하였습니다. 1954년 수많은 사람들이 서쪽으로 이동하는 가운데, 정반대로 동쪽으로, 동쪽으로 떠나가는 한 가족이 있었습니다. 서독 출신의 ‘호르스트 카스너’(Horst Kasner)라는 목사의 가족이었습니다. 
카스너 목사 가족은 피난 행렬을 역행해 동쪽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동독에서 많은 목사들이 계속 넘어오기 때문에 서독에는 목회자가 넘쳐나고 있었지만 동독에서는 목회자가 없어서 수많은 영혼들이 방치되고 있었던 것입니다. 
카스너 목사는 서독에서 안정된 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당시 그에게는 함부르크에서 낳은 겨우 6주가 된 신생아가 있었습니다. 부인의 반대를 설득하며 이 신생아를 데리고 머나먼 동쪽, 정해진 거처도, 교회도 없는 곳을 향해 간다는 것은 누가 봐도 이해가 잘 안 되는 일었습니다. 하지만 하느님 앞에 바른 삶을 고민하던 그는 결단을 내렸던 것입니다. 안락한 생활을 포기하고 공산치하의 동독 교회로 들어가기로 마음먹었던 것입니다. 그것은 십자가의 길이었고 고난의 길이었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역사가 그 다음에 펼쳐졌습니다. 당시 아버지의 품에 안겨 동쪽으로 갔던 그 어린 딸이 아버지의 엄격하고 철저한 신앙생활로 양육 받으며 잘 자랐습니다. 
세월이 흘러 1990년에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독일은 통일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2005년 한 여성이 독일 총리가 되었습니다. 그가 바로 1954년, 태어난 지 6주만에 아버지의 품에 안겨 서독에서 동독으로 갔던 ‘앙겔라 메르켈’(Angela Merkel) 총리입니다. 공산치하의 동독교회를 세우겠다고 서독에서 동독으로 건너간 그 아버지의 그 딸입니다. 그가 지금 10년이 넘도록 통일 독일을 이끌고 있습니다. 
당대의 세상 풍조에 흔들리지 않고 오로지 주님의 뜻을 찾아 살아가는 것이 고난의 길일 수 있고 또 시대를 역행하는 일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진실로 주님을 따른다면 그것이 오히려 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역전의 축복을 이룰 수 있는 것입니다.
신앙인이지만 그 속은 여전히 세속적이고 기복적인 신앙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 오늘의 현실에서 진실로 주님을 따르는 참된 제자가 필요합니다. 오늘날 주님을 따르겠다는 사람은 많은데 진실로 자신을 다 바쳐 따르는 사람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오늘 이성한 베르나르도 신부님의 제2대리구 교구장 대리 취임미사를 봉헌하면서 신부님께서 자신에게 맡겨진 소임을 잘 하실 수 있도록 여러분들이 늘 기도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주님을 따르는 모든 이들이 참된 제자의 삶을 살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