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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주님의 보이는 얼굴 (대구 가톨릭 본당사회복지협의회 설립 25주년 미사 강론)
   2016/10/10  11:1

대구가톨릭본당사회복지협의회 및
대구가톨릭사회복지시설협의회 설립 25주년 미사


2016. 10. 08. 대구가톨릭대학교 대강당

 

올해로 대구가톨릭본당사회복지협의회와 대구가톨릭사회복지시설협의회가 설립된 지 25년이 되었습니다. 두 협의회가 25주년을 맞이한 데 대하여 진심으로 축하를 드리며 하느님의 축복이 가득하시기를 기도합니다. 오늘 이 뜻깊은 25주년을 맞이하여 그동안 교구 사회복지를 위하여 헌신해 오신 종사자분들과 봉사자분들, 그리고 많은 도움을 주시는 후원자 여러분들에게 감사를 드리며 주님의 은총을 빕니다.

 

사실 오늘날과 같이 사회복지사업이 조직화되고 체계화되기 전에도 교회가 있는 한 사회복지사업은 늘 있어왔었습니다. 
대구의 초대 본당신부인 김보록 로베르 신부님의 서한집을 보면 1880년대에 이미 성당에서 연령회와 성영회를 운영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연령회는 가난한 사람이 죽었을 때 무료로 장례를 치러주는 단체이고, 성영회 사업은 버려진 아이들과 고아들을 거두어서 보육하는 사업이었습니다. 
수도회도 마찬가지입니다. 수도회가 출범하면 대체로 사회복지사업도 같이 하게 됩니다. 1935년 예수성심시녀회를 창립했던 남대영 루이 델랑드 신부님께서 경북 영천의 용평성당에서 6명의 정녀들과 함께 오갈 데 없는 할머니 한 분과 고아 두 명을 데리고 살기 시작하였는데 그것이 오늘날 사회복지법인 ‘성모자애원’인 것입니다.
이처럼 사회복지사업은 ‘네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에 교회가 있는 곳에는 늘 사회복지사업이 있어왔고 또 있어야 한다고 하겠습니다. 
 
25년 전 대구가톨릭사회복지회가 정식 출범하기 전에는 ‘인성회’라 불렀고 ‘교구인성회연합회’가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1985년에 한국 천주교 200주년 기념으로 대구대교구 사목회의가 내놓은 의안집의 사회복지분야를 보면 복지시설의 운영과 재정상의 어려움에 대한 교구 차원의 지원과, 복지시설 종사자에 대한 처우 개선, 본당별 인성회 조직에 대한 독려, 교구 내 다양한 복지사업에 대한 통괄 조정 전담기구의 설치 등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제안으로 1991년 4월에 대구교구인성회연합회의 지도신부였던 박병기 신부님께서 옛날 효성여고 건물에 사무실을 마련하고 ‘대구대교구 가톨릭사회복지회’ 간판을 달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김경수씨를 초대회장으로 ‘대구가톨릭본당사회복지협의회’가 창립되었고 당시 대구결핵요양원장이었던 김철재 신부님을 지도신부로 하여 ‘대구가톨릭사회복지시설협의회’가 창립되었습니다. 이리하여 교구 사회복지사업은 제대로 된 모양을 갖추게 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 25주년을 경축하면서 지난 세월 동안 교구 사회복지사업을 위해 헌신하셨던 신부님들과 수도자들을 비롯하여 모든 종사자들을 기억하고 그분들의 노고에 감사의 마음을 표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지난 세월 동안 대리구와 각 본당에서 사회복지위원으로서 열심히 활동하셨던 분들과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시고 후원해 주셨던 분들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오늘 25주년을 지내면서 우리가 가져야 할 마음가짐은 감사와 반성과 새로운 다짐이라고 생각합니다. 25주년을 경축하면서 감사와 함께 ‘현재 우리는 참된 사랑의 정신과 복음의 기쁨으로 사회복지사업을 하고 있는가?’ 하고 스스로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되며, 보다 나은 사회복지를 위하여 새로운 다짐을 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올해 우리는 특별히 ‘자비의 특별 희년’을 지내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아버지께서 자비하신 것처럼 너희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라.”(루카 6,36) 하셨습니다. 우리는 과연 그런 사람으로 살고 있는지를 돌아봐야 할 것입니다. 
자비의 특별 희년에 바치는 기도에서 우리는 “이 세상에서 교회가 부활하시고 영광을 받으신 주님의 보이는 얼굴이 되게 하소서.”하고 기도합니다. 이 세상에 ‘주님의 보이는 얼굴’이 되는 것, 이것이 우리가 하는 일의 본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예수님께서 그러하셨듯이 특히 가난하고 소외되고 곤경에 처한 사람들에게 ‘주님의 보이는 얼굴’이 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오늘날 이 사회는 그런 사람을 외면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루카복음 10,29-37을 보면 어떤 사람이 길을 가다가 강도를 만나 다 빼앗기고 두들겨 맞아서 초주검이 되었는데 어떤 사제도 그냥 지나가고 어떤 레위인도 그냥 지나가 버립니다. 세상이 대체로 이렇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가끔 착한 사마리아인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그는 강도 만난 사람과 같은 민족도 아니고 아무 관계도 없는 사람이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해 그를 도와주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인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이 비유말씀을 마치시면서 “가서 너도 그렇게 하여라.”(루카 10,37)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말씀은 우리 교구 100주년 때의 주제 성구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우리도 ‘가서 그렇게 하여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사회복지 활동을 하면서 자기 영달이나 자기만족, 그리고 어떤 위신이나 체면 때문에 활동해서는 안 됩니다. 자비로우신 아버지의 마음으로, 예수님 마음으로 일하고 봉사해야 하는 것입니다. 아무리 보잘 것 없고 미소한 자라도 그들을 예수님 보듯이 바라봐야 할 것입니다. 
사실 사회복지사업을 한다는 것, 사회복지 활동을 한다는 것이 쉽지가 않습니다. 현장에서 여러분들이 겪게 되는 어려움이 많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주님의 보이는 얼굴’이 되어야 한다는 우리의 사명을 되새기면서 주님의 도움을 청하면 좋겠습니다. 자비로우신 하느님께서 여러분들이 하는 일에 축복하시고 힘을 주시기를 바랍니다. 
 
다시 한 번 대구가톨릭본당사회복지협의회 및 대구가톨릭사회복지시설협의회 설립 25주년을 축하드리며 하느님께 감사드리고 여러분 모두에게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