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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자비의 희년을 마치며 (자비의 특별희년 폐막미사 강론)
   2016/11/22  17:43

자비의 특별희년 폐막미사 


2016. 11. 20. 그리스도 왕 대축일 

 

작년 12월 8일 ‘원죄 없이 잉태되신 성모 마리아 대축일’에 개막하였던 ‘자비의 특별 희년’이 오늘 연중 마지막 주일이며 ‘그리스도 왕 대축일’에 폐막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작년 대림 제3주일에 계산성당의 남쪽 출입문을 ‘자비의 문’으로 정하여 문을 여는 예식과 함께 개막미사를 봉헌하였습니다. 오늘 거의 1년 만에 다시 폐막미사를 드리면서 지난 ‘자비의 특별 희년’을 되돌아보며 어떻게 살았는지를 반성하게 됩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자비를 말로만 이야기하다가 1년을 보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오늘 폐막미사를 드리면서, 과연 우리는 ‘자비를 베푸시는 아버지의 뚜렷한 표지’(자비의 얼굴 3항)가 되어 살았는지를 되돌아보아야 할 것입니다. 만약 그렇게 살지 못했다면 앞으로는 그렇게 살겠다는 다짐을 하여야 할 것입니다. 
자비의 특별 희년의 주제 성구는 “아버지께서 자비하신 것처럼 너희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라.”(루카 6,36)였습니다. 한 마디로 ‘아버지처럼 자비로워지라’는 것입니다. 자비의 희년을 마감하면서 우리는 얼마나 자비로워졌는가를 스스로에게 물어보아야 할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사목 표어가 ‘자비로이 부르시니’이듯이 교황님의 사목 영성은 바로 ‘자비의 영성’이라 할 수 있습니다. 교황님의 사목 영성과 사목 방향에 따라 사는 것이 우리들의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자비의 특별 희년은 오늘로써 끝나지만 우리들의 자비의 마음과 자비의 실천은 지속되는 것입니다.

 

오늘은 전례력으로 연중시기 마지막 주일이며 ‘그리스도 왕 대축일’입니다. 우리 인간을 구원하러 오신 예수님께서 우리의 왕이심을 고백하고 기리는 날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세상의 통치자들처럼 정치권력을 장악하여 백성을 지배하고 억누르는 임금이 아니라 백성을 위해 자신의 목숨까지 내놓는 메시아이심을 드러내셨던 것입니다. 
지금의 우리나라는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엄청난 혼란에 빠져있고 중대한 기로에 서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 사태를 지켜보면서 참으로 이 나라의 지도자들이 사심 없이 백성을 위해 봉사하지 않으면 이런 사태가 언제라도 올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우리 교구도 이번 희망원 사태를 겪으면서 우리들이, 특히 성직자, 수도자들이 사심 없이 봉사하고 바르게 살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습니다. 
지난 주 월요일 저녁에 동성아트홀에서 ‘오, 마이 파파’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았습니다. 그 영화는 1957년에 우리나라에 선교사로 오셔서 부산과 서울에 ‘소년의 집’을 세우시고 ‘마리아수도회’를 창설하신 소알로이시오 신부님에 관한 영화였습니다. 자신에게는 철저하게 엄격하면서 가난하게 사시고, 아이들에게는 최고로 잘 해주시는 신부님의 모습을 보면서 그렇게 살지 못하고 있는 제 자신을 돌아보게 하였습니다. 신부님은 나중에 루게릭병에 걸려서 3년 동안 투병생활을 하시다가 1992년에 60대 초반의 나이로 하느님께로 돌아가셨습니다. 길지 않은 생애였지만 우리들에게 많은 것을 남기신 생애였습니다.  
 
그리스도인의 세 가지 사명 중에 ‘왕직’이 있습니다. 여기서 왕직이란 백성을 지배하고 다스리는 직분이 아니라 백성을 섬기고 봉사하는 직분을 말하는 것입니다. 
마태오복음 20, 25-28에서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너희도 알다시피 세상의 통치자들은 백성 위에 군림하고, 고관들은 백성들에게 세도를 부린다. 그러나 너희는 그래서는 안 된다. 너희는 백성을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하고 백성들의 종이 되어야 한다. 사람의 아들도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고, 자기 목숨을 바치러 왔다.”
예수님께서는 십자가상에서 섬김의 극치를 보여주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자신을 십자가에 못 박고 매다는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셨습니다. “아버지, 저들을 용서해 주십시오. 저들은 자기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모릅니다.”(루카 23,34) 
그리고 오늘 복음(루카 23,35-43)을 보면 예수님께서는 유대인 지도자들과 군사들, 그리고 당신과 함께 매달린 죄수의 조롱까지 참아 받으셨습니다. 그런데 또 다른 한 사람의 죄수는 자신과 함께 십자가에 매달리신 분이 진정한 왕이심을 알아보고 예수님께 자기를 기억해 달라고 청합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는 그 죄수에게 “내가 진실로 너에게 말한다. 너는 오늘 나와 함께 낙원에 있을 것이다.”(43)고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예수님이야말로 용서의 하느님이시요 자비의 하느님이시며 진정한 왕이신 것입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께서는 ‘자비로우신 하느님’이란 회칙에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교회는 자비를 고백하고 선포할 때에 본연의 삶을 사는 것입니다. 자비가 창조주와 구세주의 가장 놀라운 속성이기 때문입니다. 교회는 사람들을 구세주의 자비의 샘에 가까이 가게 만들 때에 본연의 삶을 사는 것입니다. 교회는 그 자비의 관리자요 분배자이기 때문입니다.”(13항)
따라서 우리가 자비로우신 아버지의 표지가 되어 우리가 있는 곳 어디에서나 하느님 아버지의 자비가 드러나도록 살아야 할 것입니다. 
“행복하여라. 자비로운 사람들! 그들은 자비를 입을 것이다.”(마태 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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