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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랑깊은 펠리칸 (제3회 한국 가톨릭 농아인의 날 미사 강론)
   2014/06/27  14:48

제3회 한국 가톨릭 농아인의 날


2014. 06. 22. 성체성혈대축일. 성김대건기념관

 

 찬미예수님! 반갑습니다. 
 오늘 ‘제3회 한국 가톨릭 농아인의 날’을 맞이하여 전국 각지에서 오신 교우 여러분들을 진심으로 환영하며 오늘이 기쁘고 의미있는 축제가 되기를 바랍니다.
 협의회의 연혁을 보니까 올해가 ‘한국 가톨릭 농아 선교협의회’가 창립된 지 20년이 되는 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20주년을 맞이한 것을 축하드리며 주님의 사랑 안에서 서로 소통하며 신앙적으로 더욱 성숙하고 이 세상을 복음화 하는 데에 있어서 한 몫을 다 하는 선교협의회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오늘은 ‘그리스도의 성체성혈 대축일’입니다.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영원한 생명의 양식을 주시기 위해서 친히 세우신 성체성사를 기념하고 그 신비를 묵상하는 날입니다.
예수님께서 수난하시기 전날 저녁에 최후만찬을 하시면서 빵을 손에 드시고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너희는 모두 이것을 받아먹어라. 이는 너희를 위하여 내어 줄 내 몸이다.”
 이어서 포도주를 손에 드시고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모두 이것을 받아 마셔라. 이는 새롭고 영원한 계약을 맺을 내 피의 잔이니 죄를 사하여 주려고 너희와 모든 이를 위하여 흘릴 피다.”
 그것은 빈말이 아니었습니다. 실제로 그 다음날 성금요일에 예수님은 십자가상에서 당신의 몸을 바치셨고 당신의 피를 우리를 위해, 우리 죄 사함을 위해서 다 흘리셨던 것이다.
 우리는 매 미사 때마다 이것을 재현하고 있습니다. 빵과 포도주를 주님의 몸과 피로 축성하여 우리의 양식으로 받아먹고 있는 것입니다. 왜 그렇게 합니까?
 오늘 복음에 그 답이 있습니다.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있는 빵이다. 누구든지 이 빵을 먹으면 영원히 살 것이다. 내가 줄 빵은 세상에 생명을 주는 나의 살이다.”(요한 6,51)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을 얻고, 나도 마지막 날에 그를 다시 살릴 것이다. 내 살은 참된 양식이고 내 피는 참된 음료이다.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사람 안에 머무른다.”(54-56)
 이 말씀처럼 성체성사는 장차 죽을 수밖에 없는 우리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는 천상의 양식인 것입니다. 이 어찌 주님께 찬미와 영광과 감사를 드리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오늘 부속가 3절에 이렇게 나와 있습니다.
 “생명주는 천상양식 모두 함께 기념하며 오늘 특히 찬송하라.”
 성 토마스의 성체찬미가에는 ‘사랑 깊은 펠리칸, 주 예수님’이라는 표현이 나옵니다. 예수님을 펠리칸이라는 새에 비유했습니다.
 어미 펠리칸이 새끼들을 먹이기 위해 날마다 먹이를 구하여 가져다주는데 한 해는 심한 기근이 들어 더 이상 먹이를 구하지 못하자 부리로 자기 가슴을 쪼아 구멍을 내고 새끼들에게 자기 피를 먹게 하여 새끼들을 살려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눈물겨운 이야기이지만 진짜 사랑이 무엇인지 가르쳐주는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성체성사는 바로 사랑의 성사입니다. 예수님께서 우리를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당신의 몸과 피를 우리의 양식으로 내어주신 것입니다.

 그러면, 사랑이 뭡니까? 한 마디로 ‘주는 것’입니다. 자신의 것을 주는 것입니다. 나에게도 필요한 것이지만 나보다 더 필요한 사람에게 주는 것입니다.
 나의 가장 귀한 것까지 주는 것이 사랑입니다. 나의 가장 귀한 것이 무엇입니까? 그것은 나의 목숨, 나의 생명일 것입니다. 따라서 자신의 생명까지 줄 수 있는 사랑이 가장 귀한 사랑일 것입니다. 예수님은 그런 사랑을 우리에게 보여주셨던 것입니다.
 자식에 대한 부모의 사랑은 아낌없이 주는 사랑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자식뿐만 아니라 부부간이나 다른 사람에게도 그렇게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네가 잘 해줘야 내가 잘 해주지 하는 것은 너무 계산적입니다.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보여주신 사랑은 그런 계산적인 사랑이 아닙니다.
 성체성사는 주님의 사랑이 얼마나 깊고 큰지를 잘 보여주는 성사라고 하겠습니다.
 
 바다를 항해하던 배가 폭풍을 만나 파선이 되어 가라앉고 있습니다. 그 때 다행히 구조 헬기가 와서 밧줄을 내리는데 열 명이 밧줄 하나에 매달렸습니다. 그런데 그 밧줄 힘은 아홉 사람까지만 지탱할 수 있다고 해요. 그래서 열 사람 중에 한 사람이 밧줄을 놓고 뛰어내려야 하는데 아무도 밧줄을 놓지 않습니다. 여러분들 같으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그런데 그 열 명 중에 천주교 신자가 한 사람 있었어요. 그 사람이 이렇게 외쳤습니다.
 “저는 가톨릭 신잡니다. 제가 뛰어내리겠습니다.”
 그러자 나머지 아홉 명이 좋아서 박수를 쳤습니다. 어떻게 되었겠습니까?
사랑은 이렇게 자신을 내어주는 것이지만 늘 손해만 보는 것은 아닙니다. 언젠가 주님의 은혜로 보답을 받습니다. 자신을 아낌없이 내어주는 사랑이 다른 사람을 살리고 결국 자신도 구원하는 것입니다.

어떤 부인이 본당신부님을 찾아갔습니다.
“도저히 이래 가지고는 제 남편하고 같이 살 수가 없습니다. 신부님한테 제 남편을 보낼 테니 어떻게 혼을 좀 내 주시든지 해 주십시오.” 하였습니다. 그런데 그 남편이 신부님한테 갔다 오더니 부인한테 얼마나 잘 해 주는지 놀라울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부인이 궁금하여 다음 날 성당에 가서 신부님한테 물었습니다. “어떻게 하셨기에 제 남편이 저렇게 달라졌습니까?”
본당신부님 왈 : “원수를 사랑하라고 했습니다.”

여러분도 원수를 사랑하십시오.
코린토 전서 13장에 나오듯이, 사랑이 없으면 우리는 아무 것도 아닙니다. 아무리 뛰어난 능력과 재주를 가졌다 하더라도 사랑이 없으면 아무 것도 아닙니다. 엄청난 성령의 은사를 받았다 하더라도 사랑이 없으면 아무 것도 아니며 구원에서 멀어지는 것입니다.

오늘 제3회 한국 가톨릭 농아인의 날과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을 맞이하여 우리 모두가 참으로 자신을 다른 이와 공동체를 위하여 내어 줄 수 있는, 그야말로 참으로 사랑할 줄 아는, 성숙한 사람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