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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하느님만으로 만족하도다 (샬트르성바오로수녀회 종신서원 미사 강론)
   2015/02/06  10:24

종신서원


2015. 02. 02. 샬트르 성바오로 수녀회 대구관구


 먼저 오늘 종신서원 하시는 다섯 분의 수녀님들에게 축하를 드리며 주님의 은총이 가득하시길 빕니다. 

 

 오늘은 ‘주님 봉헌축일’이며 ‘봉헌생활의 날’입니다. 주님봉헌축일은 예수님께서 태어나신 지 40일째 되는 날 성모님께서 모세의 율법대로 정결례를 치르고 아기 예수님을 성전에서 봉헌하신 것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그 내용이 오늘 복음말씀인 루카복음 2,22-40에 비교적 상세하게 나옵니다. 

 1970년대 이전까지는 이날을 ‘성모 취결례축일’이라 불렸던 기억이 납니다만 그 후 축일의 명칭과 의미가 예수님 중심으로 바뀐 것 같습니다. 

 그리고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께서는 1996년에 ‘봉헌생활’이라는 문헌을 발표하셨고 그 다음해부터 오늘 주님 봉헌축일을 ‘봉헌생활의 날’로 정하셨습니다. 교황님께서 오늘을 봉헌생활의 날로 정하신 것은 예수님께서 태어나신 지 40일만에 당신 자신을 성전에서 하느님께 봉헌하셨고, 또 실제로 당신의 온 삶을 성부께 바침으로써 희생제물이 되시고 봉헌제물이 되신 것을 모든 수도자들이 본받자는 뜻이라 생각합니다. 또한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수도자들이 살고자 하고 또 살고 있는 이 봉헌생활의 본질적인 의미를 잘 인식할 뿐만 아니라 수도자들을 위해 기도하고 수도 성소를 위해 기도하자는 의미가 담겨있지 않은가 생각합니다.

 아시다시피 올해는 특별히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 ‘수도생활의 쇄신에 관한 교령, 완전한 사랑’ 반포 50주년을 맞이하여 선포하신 ‘봉헌생활의 해’입니다. 이 ‘봉헌생활의 해’와 ‘봉헌생활의 날’에 수녀님들이 종신서원을 하는 것은 더욱 의미가 깊다고 하겠습니다. 

 

 올해는 샬트르 성 바오로회 대구 수녀원이 세워진 지 10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합니다. 100년 전에 안세화 드망즈 주교님께서 불란서 샬트르에 연락을 하여 수녀님들을 초빙함으로써 시작이 되었던 것입니다. 

 지난 연말연시에 저는 프랑스 루르드 성지에서 5일간 재유럽사제모임을 마치고, 교구 평신도 임원들과 계산본당 사목회 임원들과 함께 ‘안세화 주교님과 김보록 신부님의 자취를 찾아서’라는 주제로 성지순례를 하고 왔습니다. 이번 성지순례의 주된 목적은 우리 교구가 100주년을 잘 지낸 데에 대하여 우리교구 제1주보이신 ‘루르드의 원죄없이 잉태되신 성모 마리아’께 감사의 기도를 드리는 것이며, 특별히 우리 교구 초대교구장이셨던 안세화 드망즈 주교님과, 대구본당 첫 본당신부이셨던 김보록 로베르 신부님의 고향을 방문하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교구가 100주년을 지낸 지가 벌써 3년이 지났습니다만, 저는 100주년을 준비하고 지내면서 이 두 분 성직자의 고향을  방문하여야 하겠다는 생각을 늘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것이 이번에 실행에 옮겨지게 된 것입니다.

 한 150여 년 전에 그분들이 태어나고 세례를 받고 신앙을 키웠던 고향을 방문하고 그분들의 가족이나 친척의 후손들을 만났다는 것은 참으로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순교와 같은 그분들의 헌신과 희생이 있었기 때문에 오늘날 우리가 있고 대구교구가 있으며 오늘날의 샬트르 성바오로 수녀회 대구관구가  있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13세기에 어느 날 한 청년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쓰러져가는 내 집을 다시 세워라.”

 그 청년은 그 후 철저히 예수님을 추종하는 삶을 살았습니다. 더 나아가 청빈과 정결과 순명의 덕으로 쓰러져가는 하느님의 집을 다시 세우기 시작하였던 것입니다. 

 그분이 21세기에 교회의 최고 지도자로 우리들 앞에 다시 나타나셨습니다. 이분도 ‘내 집을 다시 세워라.’는 주님의 소명을 받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이분께서 지난 여름에 우리나라를 찾아오셔서 조선시대 순교자 124분을 복자품위에 올려주셨고, 각계각층의 사람들, 특히 아시아 청년들을 만나셨고 세월호 유가족들과 고통받고 소외받는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시고 이야기를 들어주시고 위로와 격려를 주시고 가셨습니다. 그분께서 남기고 간 감동과 여운은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있습니다. 그분의 가르침을 곰곰이 새기며 하나하나 실천해 나가는 것이 우리들의 도리라 생각합니다.

  

 교황님께서는 지난 11월 30일 ‘봉헌생활의 해’를 시작하면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수도 생활의 쇄신에 관한 공의회 교령 ‘완전한 사랑’의 반포 50주년에 봉헌 생활의 해를 소집하면서 저는 교회 전체에, 복음 권고의 서원을 통해 좀 더 가까이서 그리스도를 닮기 위해 모든 것을 버리기로 결정하신 여러분 모두가 보여주신, 그리스도를 따르는 이 독특한 형태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무엇보다도 다시 제안하고 싶었습니다.”

 이 말씀은 교황님께서 정결과 순명과 청빈이라는 복음삼덕의 서원을 통하여 더욱 그리스도를 닮기 위해 모든 것을 버리기로 결심한 수도생활의 그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강조하면서 모든 수도자들이 그렇게 살도록 다시 한 번 제안하고자 하신다는 말씀이라 생각됩니다.  

 아까 미사 시작 전에 복도에서 기다리면서 게시판에 ‘봉헌생활의 해’에 대한 홍보문구들을 보았습니다. 거기에 ‘세 가지의 목표’와 ‘네 가지의 기대’라는 글이 있었습니다. 대충 말씀드리면 ‘세 가지의 목표’는 첫째는 ‘과거에 대하여 감사하기’, 둘째는 ‘현재를 열정으로 살기’, 세 번째는 ‘미래를 희망으로 끌어안기’였습니다. 그리고 ‘네 가지의 기대’는 첫째는 ‘기쁨의 존재가 되기’, 두 번째는 ‘세상에 대하여 예언자적 소명으로 살기’, 세 번째는 ‘친교의 삶을 살기’, 네 번째는 ‘변방으로 나아가기’였습니다. 게시판에 적힌 문구대로 정확하게 전달한 것은 아니지만 뜻은 전달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말씀, 그 뜻대로 살아가는 여러분들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올해는 또한 아빌라의 성녀 데레사의 탄생 50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데레사 성녀께서 생전에 사용했던 지팡이가 얼마 전 우리나라에 왔다 갔습니다. 성녀께서는 하늘나라에 가셨는데 생전에 짚고 다녔던 그 지팡이가 세계에 흩어져 있는 갈멜수도원을 1년 동안 순례하고 있는 것입니다. 

 ‘아무것도 너를’이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이 노래 가사가 성녀 데레사께서 지으신 것이라는데 탄생 500주년을 맞아 한 번 읊도록 하겠습니다.

“아무것도 너를 슬프게 하지 말며

아무것도 너를 혼란케 하지 말지니

모든 것은 다 지나가는 것, 다 지나가는 것.

하느님은 불변하시니 인내함이 이기는 것이니라.

하느님을 소유한 자는 모든 것을 소유한 것이니

하느님만으로 만족하도다. 

하느님만으로 만족하도다.”


 오늘 종신서원하시는 수녀님들과 모든 수도자 분들이 ‘봉헌의 해’(축성생활의 해)를 주님의 은총으로 잘 사시기 바랍니다. 그리하여 자신의 봉헌생활을 통하여 복음의 기쁨을 살고 복음의 기쁨을 세상에 전하는 증거자가 되시기 바라며 기도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