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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세 가지 기적 (2015년 대구 성령대회 미사 강론)
   2015/05/26  21:59

2015년 대구 성령대회 미사


2015. 05. 23. 성김대건기념관


 찬미예수님!

 오늘 ‘2015년 대구 성령대회’에 참여하신 모든 분들에게 하느님의 은총 가득 내리시고 성령의 은혜가 충만하시기를 빕니다. 

 오늘은 ‘성령강림대축일’ 전날인데, 2000년 전 성모님과 사도들 위에 내리셨던 성령께서 오늘 여러분들에게도 내리시어 여러분도 많은 성령의 은사와 성령의 열매를 맺으시기를 빕니다.

 

 지난 주일이 ‘예수승천대축일’이었습니다만, 성경을 보면 예수님께서 아버지께 가시기 전에 여러 번 말씀하셨습니다. 성령을 보내주시겠다고 말입니다. ‘내가 너희를 고아처럼 버려두지 않겠다. 내가 아버지께 가면 협조자, 즉 성령을 보내주겠다.’고 하셨습니다. 

 드디어 성령께서 오셨습니다. 그 내용이 오늘 제1독서인 사도행전 2장 말씀입니다. 예수님의 말씀에 따라 어떤 방에 모여서 기도하고 있던 성모님과 사도들은 예수님께서 승천하신 후 열흘 째 되던 날에 불혀 모양으로 내려오시는 성령을 뜨겁게 받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큰일이 생겼습니다. 무슨 큰일이냐 하면, 사람들이 달라진 것입니다. 사도들은 예전에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던 말씀들을 다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유대인들이 무섭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가슴이 뜨거워졌습니다. 방 안에 그냥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거리에 나갔습니다. 그리고 외쳤습니다. 

 ‘여러분들이 십자나무에 매달아 죽였던 예수님이 다시 살아나셨다. 그분이야말로 우리의 주님이시다. 우리를 구원할 수 있는 이름은 예수 그리스도뿐이시다.’ 고 외쳤던 것입니다.

 이것이 그 유명한 베드로의 ‘오순절 설교’의 요점입니다. 베드로의 설교를 듣고 마음이 찔려서 사람들이 ‘그러면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합니까?’ 하고 묻습니다. 그래서 베드로가 대답하기를, ‘회개하시오.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으시오. 그러면 성령을 선물로 받게 될 것입니다.’ 했습니다. 그리하여 그날 회개하여 세례를 받고 신자가 된 사람이 삼천 명이나 되었다고 합니다. 

 오늘 여러분들도 모두 회개하시고 성령의 선물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주님의 제자들은 성령을 받고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유대인이 무서워서 문을 잠그고 있던 제자들이 이렇게 달라졌던 것입니다. 그것은 성령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성령을 받은 그들은 한결같이 죽기까지 복음을 선포했습니다. 그래서 오늘의 교회가 있고 오늘의 저희들이 있는 것입니다. 

성령을 받은 우리는 무엇이 달라졌습니까? 물론 이 자리에 모인 여러분들은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시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오늘 제2독서인 코린토 1서 12장 3절에서도 “성령을 힘입지 않고서는 아무도 ‘예수님은 주님이시다.’ 할 수 없습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물론 여러분들은 기도도 열심히 바치고 계실 것입니다. 가정의 성화와 교회일치와 나라와 세상의 평화를 위해 열심히 기도하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그리고 갈라디아 5,22에서 말한 ‘사랑, 기쁨, 평화, 인내, 호의, 선의, 성실, 온유, 절제’ 라는 아홉 가지 성령의 열매를 맺고 계실 것입니다. 그렇지요? 

그런데 어떤 분이 말하기를, ‘그리스도인에게는 날마다 일어나는 세 가지 기적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것은 예수님을 믿는다고 하면서 성경말씀은 거들떠보지도 않는 것이며, 둘째는 예수님을 사랑한다고 하면서 전교할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 것이고, 마지막으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수님을 믿고 사랑한다고 자신 있게 말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일리 있는 이야기입니다. 적지 않은 신자들이 그렇지 않나 생각됩니다. 예수님을 믿는다고 하면서 그래서는 안 되는데 그렇게 살고 있으니 기적이라는 것입니다. 예수님을 사랑한다고 하면서 그렇게 살아서는 안 되는데 그렇게 살고 있으니 이 또한 기적이라는 것입니다. 적지 않은 신자들이 이런 기적 아닌 기적을 많이 행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예수님을 믿는다고 하면서 자기 가정을 성화시키지 못하고, 예수님을 사랑한다고 하면서 이웃과 불목하게 지내는 일들을 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성령을 받은 사람은 그래서는 안 됩니다. 달라져야 합니다. 내 자신이 달라지면 내 가정이 달라지고 내 이웃이 달라지고 교회가 달라지고 나라가 달라지는 것입니다. 내가 먼저 달라져야 하는 것입니다. 

“내 말은 이렇습니다. 성령의 인도에 따라 살아가십시오. 우리는 성령으로 사는 사람들이므로 성령을 따라갑시다. 잘난 체하지 말고 서로 시비하지 말고 서로 시기하지 맙시다.”(갈라 5,16.25-26)


이제 우리는 마음을 열고 그 옛날 성령강림절에 내려오셨던 성령께서 우리에게 다시 오시기를 기도합시다. 우리에게 오셔서 우리를 진정으로 회개시켜주시고 우리를 거룩하게 변화시켜주시도록 기도합시다. 

그리하여 우리도 성모님처럼 참으로 겸손하고 순수한 몸과 마음으로 오로지 주님께 의탁하며 살아가는, 바르고 신실한 믿음을 가질 수 있도록 기도합시다. 


그럼 다 같이 저를 따라서 합니다. 

“오소서, 성령님

 저희 마음을 가득 채우시어

 저희 안에 사랑의 불이 타오르게 하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