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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제들에게 (2대리구 사제피정 미사 강론)
   2015/06/15  10:12

제2대리구 사제피정


2015 06 12 예수성심대축일, 한티피정의집


 지금 우리는 4박5일간의 피정을 마치고 다시 본당과 세상의 삶의 현장으로 파견되는 미사를 봉헌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옛날 사제서품 때 제대 앞에 엎드려 참으로 주님을 닮은 사제가 되겠다고 다짐을 했습니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면서 그 다짐은 대체로 흐지부지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늘 쇄신이 필요한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이 쇄신은 남이 해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스스로 해야 하는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피정은 자신을 돌아보고 새롭게 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오늘은 ‘예수성심대축일’이며 ‘사제성화의 날’입니다. 예수성심대축일은 예수님의 거룩한 마음을 공경하며 그 마음을 본받고자 하는 날입니다. 교회가 이 날을 ‘사제성화의 날’로 지내는 이유는 모든 사제들이 예수성심을 본받고 완전한 성덕으로 자신의 거룩한 직무를 수행하도록 하고자 함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예수성심대축일을 ‘그리스도의 성체성혈대축일’ 다음 금요일로 지내는데, 그 이유는 예수성심과 성체성사가 아주 밀접하게 관련이 되어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이 잡히시던 날 저녁에 당신의 몸과 피를 우리의 양식으로 내주셨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날 우리를 위하여 실제로 당신의 몸을 바치셨고 당신의 피를 다 쏟으셨던 것입니다. 이렇게 십자가 위에서 당신의 성심을 다 보여 주셨습니다. 오늘 복음(요한 19,31-37)에도 나오듯이 예수님께서는 창에 찔려 당신 생명을 지탱해 주던 마지막 피와 물까지 내어 주시는 사랑을 보여주셨습니다. 이것보다 끝없는 사랑이 어디 있으며 이것보다 더 거룩한 마음이 어디 있겠습니까? 예수님의 이 성심을 공경하고 우리들이 조금이나마 이 성심을 본받는 사제가 되도록 노력하자고 오늘 예수성심대축일에 사제성화의 날을 지내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지난 1월에 교구 평협 임원 몇 사람과 계산주교좌성당 사목평의회 임원 몇 사람과 함께 안세화 드망즈 주교님의 고향과 김보록 로베르 신부님의 고향을 방문하였습니다. 그곳으로 가는 길에 리옹 근처에 있는 아르스에 들렸는데, 마침 경당에 요한 마리아 비안네 신부님의 심장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저는 성인의 심장 앞에 무릎을 꿇고 저와 우리 교구 신부님들을 위해 기도를 드렸습니다. 우리 신부님들이 주님 사랑 안에서 하나를 이루고 기쁘게 자신의 소임을 다할 수 있기를 기도드렸습니다. 본당신부들의 주보이신 비안네 신부님은 자신이 200명이나 되는 신자들의 영혼을 책임지고 있다는 사실 앞에서 늘 두려워하며 그들을 섬기는 데 최선을 다했다고 합니다. 

 한 5년 전에 ‘사제의 해’를 지낸 적이 있습니다. 비안네 신부님 선종 150주년을 맞이하여 2009년 예수성심대축일부터 그 다음 해 예수성심대축일까지를 ‘사제의 해’로 지냈던 것입니다. 그 때 우리 교구는 세 가지의 소주제를 정하여 그렇게 살자고 다짐한 적이 있습니다. 그 세 가지란 ‘거룩한 사제’, ‘사랑 충만한 사제’, ‘행복한 사제’였습니다. 이것은 5년이 지난 지금도 유효하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우리는 늘 말씀과 기도와 성사로 거룩한 사제가 되도록 노력하여야 할 것입니다. 성경에 ‘아버지께서 거룩하신 것처럼 너희도 거룩한 사람이 되어라.’ 했습니다. 

 다음으로 예수성심처럼 사랑 충만한 사제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어느 사제도 자기 자신을 위해서는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하신 비안네 성인의 말씀처럼 어느 사제도 신자들을 사랑하지 않는 사제는 존재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자기 식대로의 사랑이 아니라 예수님처럼 사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사랑하여라.”(요한 15,12) 하셨습니다. 우리는 예수님께서 백성들을 어떻게 사랑하셨는지를 묵상해야 할 것입니다. 

 오늘 복음 환호송에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 배워라.”(마태 11,29)

 마지막으로 행복한 사제입니다. 사제도 행복해야 합니다. 사제 자신이 행복하지 않으면 사목을 기쁘게 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그 행복은 세상이 추구하는 행복과는 다른 것입니다. 거룩한 기쁨, 복음의 기쁨이 주는 행복이 참 행복인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사제가 자신의 본연의 삶을 통하여 얻는 행복인 것입니다. 

 올해 우리 교회는 ‘봉헌생활의 해’를 보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봉헌생활은 수도자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이라고 제쳐 둘 일이 아닐 것입니다. 교구사제들도 봉헌생활의 정신을 실제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결과 청빈과 순명의 복음삼덕으로 거룩한 사제가 되고 사랑 충만한 사제가 되고 더 나아가 행복한 사제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들의 삶이 간단하지가 않습니다. 사제의 삶이 옛날 같지가 않습니다. 사람이나 환경이나 세상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습니다. 그래서 사제가 잘 살기가 더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인간관계가 어려워졌습니다. 오늘날 개인주의와 자유주의가 발달한 시대에 살면서 각자 자신의 생각과 성향과 지향하는 바들이 다르기 때문에 더욱 그렇지 않은가 생각합니다. 

 교구 사목국장 박영일 신부님이 지난 5월 사제단 월보에 ‘주임신부와 보좌신부, 갑을 관계인가, 사목의 동반자인가?’ 라는 글을 실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6월호에는 ‘성직자와 평신도의 관계’에 대한 글도 실었습니다. 박신부님이 정리를 잘 해주셨는데 한 번 꼭 읽어보시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복자 바오로 6세 교황님께서 사제들을 위해 바치셨던 기도를 바치겠습니다.

“오소서 성령님, 하느님의 백성을 돌보는 사제들에게 넓은 마음을 주소서. 침묵 가운데 힘차게 타이르시는 주님의 말씀을 귀담아들으며, 온갖 불미한 야심과 덧없는 인간 경쟁을 전혀 모르는 마음, 거룩한 교회만을 걱정하며 예수 그리스도의 마음을 닮아 보려는 넓은 마음을 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