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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하양 빨강 초록 (예수 성탄 대축일 미사 강론)
   2016/12/27  13:31

예수 성탄 대축일


2016 12 25일 계산주교좌성당

 

주님의 성탄을 축하드리며 아기 예수님께서 내리시는 은총과 평화가 여러분에게 가득하기를 빕니다. 
오늘을 성탄절이라 하는데 성탄은 글자 그대로 ‘거룩한 탄생’을 말합니다. 왜 ‘거룩한 탄생’입니까? 세상을 구원하실 구세주의 탄생이기 때문입니다. 
어제 밤미사의 제2독서를 보면 사도 바오로는 티토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사랑하는 그대여, 모든 사람에게 구원을 가져다주는 하느님의 은총이 나타났습니다.”(티토서 2,11)
그리고 루카복음을 보면, 밤새 양떼를 지키던 목자들에게 천사가 나타나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온 백성에게 큰 기쁨이 될 소식을 너희에게 전한다. 오늘 너희를 위하여 다윗 고을에서 구원자가 태어나셨으니, 주 그리스도이시다. 너희는 포대기에 싸여 구유에 누워있는 아기를 보게 될 터인데, 그것이 너희를 위한 표징이다.”(루카 2,10-12)
그리고 오늘 요한복음은 그 시작부터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한 처음에 말씀이 계셨다. 말씀은 하느님과 함께 계셨는데 말씀은 하느님이셨다. (그)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 우리는 그분의 영광을 보았다.”(요한 1,1. 14)
하느님께서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해서 사람이 되셨다는 것입니다. 비록 머물 집이 없어 초라한 외양간에서 태어나시고 포대기에 싸여 구유에 누우셨지만 바로 그 아기가 우리를 구원하실 구세주라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예수님의 탄생을 ‘거룩한 탄생’, 즉 ‘성탄’이라 부르며 성탄을 축하하는 것입니다. 
 
어떤 분이 성탄절을 세 가지 빛깔로 설명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첫째는 ‘하양’입니다. 성탄절이 추운 겨울이니까 성탄절이 가까이 오면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기대하게 되거나 연상하게 됩니다. 대구는 춥기는 한데 눈이 잘 오지 않으니까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되는 일이 잘 없습니다만 많은 이들이 크리스마스에 하얀 눈이 오기를 바랄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얀 눈이 와서 세상을 높고 낮음도 없이 평온하게 덮을 뿐만 아니라 자신도 그 안에 있기를 바랄 것입니다.
이렇게 하양은 평화와 평등을 상징합니다. 이사야 예언자가 예언했듯이 예수님은 이 땅에 ‘평화의 왕’으로 오셨으며 모든 사람은 하느님 앞에 평등하다는 것을 가르쳐주셨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오늘날 이 세상에서 평화와 평등을 실현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우리는 느끼고 또 알고 있습니다. 그것은 오늘날 사람들이 예수님의 가르침을 따르지 않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두 번째 빛깔은 ‘빨강’입니다. 무엇보다도 빨강이 성탄절의 색이라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빨강은 사랑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빨강은 전통적으로 피를 의미하고 심장을 의미하며 사랑과 자비를 뜻하는 빛깔입니다. 
구세군이 모금 활동을 하는 자선냄비가 무슨 색이지요? 빨간색입니다. 산타클로스 할아버지의 옷과 모자가 빨간색입니다. 사실 산타클로스 할아버지의 원 모델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뛰어난 덕행을 실천하셨던 성 니콜라우스 주교님입니다. 주교님의 옷 색깔이 붉은 자주색이기 때문에 산타 할아버지의 옷이 빨간색이 된 것입니다.  
성심당 빵집을 아십니까? 대전에 있습니다. 정확히 말해서 대전에만 있습니다. 보통 유명해지면 전국적인 프랜차이즈를 만들어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욕심이 생기는데 성심당 주인은 그렇게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2년 전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방한하셨을 때 교황님의 매일 아침 식탁에 올라온 빵이 이 집 빵이었다고 합니다. 
2주 전 대전에서 주교영성모임이 있어서 갔었는데 성심당의 안주인 되시는 분의 강의를 듣게 되어 성심당에 대하여 더 잘 알게 되었습니다.
작년 성탄절 강론 때에 크리스마스의 기적이라고 불리는 흥남부두 철수와 메러디스 빅토리호와 레너드 라루 선장에 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만, 성심당의 창업주인 임길순 씨가 식구들을 데리고 그 배를 타고 탈출했다고 합니다. 거제도에 도착하여 그럭저럭 살다가 1956년에 다시 서울에 가서 살겠다고 기차를 탔는데 기차가 대전역에 도착하더니 고장이 나서 꼼짝을 하지 못하게 됨으로써 대전에 살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대전에 도착하여 제일 먼저 찾아간 것이 대흥동 성당이었고 본당주임이신 오기선 신부님이 주신 밀가루 두 포대로 끼니를 때운 것이 아니라 대전역 앞에서 노점상으로 찐빵을 만들어 팔았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성당 종소리도 듣고 싶고, 빵 만들다가 성당 못가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대흥동성당 바로 맞은편으로 이사를 하였는데 이것이 지금의 성심당 본점인 것입니다. 
성심당이 유명한 것은 빵이 맛있어서라기보다 나눔과 투명성과 형제애 실천 때문입니다. 회사 모토가 ‘모두가 행복한 경제,’ ‘보편적 형제애를 위한 경영’이라고 합니다. 직원이 400여 명이 되는데 아르바이트생까지 회사 재정상황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하였고, 사장 부부도 다른 직원들과 같이 비슷한 봉급을 받는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매달 3천만 원 이상의 빵을 지역의 어려운 사람들에게 나누고 있다고 합니다. 매일 기적을 이루는 빵집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나라의 이 혼란스러운 정국은 어디에서 오는 것입니까? 인간의 욕심 때문입니다. 나만 잘 먹고 잘 살면 된다는 아주 이기적인 욕심 때문인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성탄절 빛깔은 ‘초록’입니다. 크리스마스트리가 초록색입니다. 트리는 늘 상록수를 사용하지요. 녹색은 생명과 희망을 상징합니다. 한 아기가 태어났다는 것은 하나의 귀한 생명이 났다는 것이고 인류에게 희망이 생겼다는 의미입니다. 이 어지러운 세상에 아기 예수님께서 다시 나셨다는 것은 우리들에게 큰 희망의 표지가 됩니다. 오늘날 정치적으로 혼란스럽고 경제적으로도 어려운 시대를 살면서 주님의 성탄을 맞이한다는 것은 황량한 대지 위에 새로운 싹이 움트듯이 현재의 상황에서 절대 절망하지 않고 희망을 가지고 다시 일어서라는 의미인 것입니다. 
 
오늘 예수성탄대축일을 맞이하면서 아기 예수님께서 베푸시는 은총과 축복이 여러분과 온 누리에 가득하기를 빕니다. 그분께서 주시는 평화와 평등과 사랑과 자비와 생명과 희망이 넘치기를 기도합니다.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그분 마음에 드는 사람들에게 평화!”(루카 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