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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떠나라, 복음의 군사들이여 (성 이윤일 요한 축일미사 강론)
   2016/01/27  9:24

성 이윤일 요한 축일미사


2016. 1. 21. 계산성당

 

올해는 관덕정순교기념관 개관 25주년과 ‘성 이윤일 요한제’ 25주년을 맞이하여 ‘순교 영성 25년’이라는 주제로 감사의 축제를 지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기념 음악회를 지난 토요일에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개최하였고, 또 ‘3일 기도’와 특강을 실시하였으며, 오늘 이곳 계산주교좌성당에서 이윤일 요한 성인의 축일 미사를 봉헌하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 우리 교구의 제2주보이신 이윤일 요한 성인의 축일을 맞이하여 성인께서 우리 교구를 잘 돌보아 주시고 우리들이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올바른 신앙인으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은총을 주시도록 하느님께 전구해 주시기를 간구해야 하겠습니다.

 

작년이 이윤일 요한 성인 탄생 200주년이었고 또한 경상도 박해인 을해박해 200주년이었습니다. 그리고 올해는 병인박해 150주년입니다. 이 또한 의미있는 것이 이윤일 요한 성인께서 병인박해로 인해 순교하셨고 경주 산내 단석산에서 숨어 지내다가 붙잡혀서 울산 장대에서 순교하신 허인백 야고보, 김종륜 루카, 이양등 베드로, 이 세 분의 복자들을 포함하여 우리나라의 가장 많은 순교자들이 바로 병인박해 때 순교하였던 것입니다. 그리고 한티성지의 그 많은 무명 순교자들도 병인박해 때 돌아가셨습니다. 병인박해가 1866년에 시작하였지만 몇 년 간 지속되었던 것입니다.
이윤일 요한 성인은 1867년 1월 21일에 관덕정에서 순교하셨습니다. 내년이면 순교 150주년이 됩니다. 성인들의 축일은 대개 돌아가신 날로 지냅니다. 그날이 바로 천상탄생일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모두는 지상탄생일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천상탄생일이 언제가 될지는 모릅니다. 천상병 시인의 歸天이라는 시처럼 우리가 이 세상을 떠나는 날이 귀천이 되고 천상탄생일이 되기를 소망할 뿐입니다. 내가 죽는 날이 천상탄생일이 되기 위해서는 잘 죽어야 하는데, 잘 죽기 위해서는 잘 살아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 교구와 한국천주교회가 순교자현양운동과 현양사업을 본격적으로 펼치게 된 것은 병인박해 100주년을 즈음하여 시작하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1968년 10월 6일에 복자 바오로 6세 교황님에 의해서 병인박해 순교자 24위가 복자품에 올랐던 것입니다. 이즈음에 우리 교구는 전 교구민이 모금을 하여 순교자 기념성당인 복자성당을 건립하였고 감천리 묘지에 계시던 세분의 순교자들의 묘를 이장하여 성당 앞 정원에 모셨던 것입니다. 
그 후 한국천주교 선교 200주년을 맞이하여 순교자현양운동과 사업은 더욱 활기를 띄게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1984년 선교 200주년과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의 방한과 103위 시성식이 있었기 때문에 순교자현양운동과 사업은 절정을 이루었다고 하겠습니다. 
우리 교구는 한티성지와 관덕정성지를 본격적으로 개발하였습니다. 팔공산 한티에 있는 교우촌 일대를 매입하였으며 피정의 집을 지어 개관(1991년 10월 20일)하였습니다. 
그리고 1983년부터 대구 관덕정의 부지(155평)를 매입하였고 순교기념관 설계를 영남대학교의 건축학과 김영태 바오로 교수에게 의뢰하여 1986년 2월에 삼아건설에서 착공을 하였습니다. 설계는 잘 되었는데 공사 과정에 여러 가지 어려움이 많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공사기간이 길어졌던 것입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아주 좁은 땅에 하나의 예술작품과 같은 아름다운 순교기념관이 관덕정에 들어서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1991년 1월 20일에 이윤일 요한 성인의 유해를 기념관 성당 제대 밑에 모시고 축성식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기념관 정식 개관은 5월 31일에 하게 되었습니다.
관덕정순교기념관 개관 25주년을 맞이하여 그 당시 기념관을 건립하는 데 있어서 이 바오로 대주교님과, 지금은 고인이 되신 김경식 보니파시오 신부님을 비롯하여 많은 분들의 수고와 헌신이 있었다는 것을 우리는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이번에 한명수 미카엘 선생님께서 관덕정 25주년 기념으로 ‘관덕정 순교자들의 신앙과 삶’이라는 책을 내셨는데 오늘 미사에서 봉헌할 것입니다. 이 책이 잘 활용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우리들이 오늘날 순교자현양운동을 펼치고 이윤일 요한 성인을 기리고 하는 이유는 우리 모두 순교영성을 제대로 갖자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순교영성은 다름이 아니라 우리 신앙의 선조들이 가졌던 그 용기, 그 믿음을 본받아 지금 이 시대에 참된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자는 것입니다.
 
지난 해 1월에 대구본당(현 계산성당)의 초대 주임이신 김보록 로베르 신부님의 고향(프랑스 벨포르 교구)과 우리 교구 초대 교구장이신 안세화 드망즈 주교님의 고향(스트라스부르그대교구)을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그분들은 파리외방전교회 소속 성직자들로서 그 당시 순교할 각오로 알지도 못하는, 동방의 멀고 먼 나라로 왔던 것입니다. 
지난 토요일에 있었던 기념 음악회에서 아카벨라 중창단이 ‘선교사 파견가’ 라는 노래를 불렀습니다. 이 노래는 아베 마리아의 작곡가 구노가 작곡하였는데 파리외방전교회에서 선교사 신부님을 해외로 파견하는 미사에서 불러졌다고 합니다. 이곡을 박철수 형제님이 입수를 했고, 김정숙 교수님이 번역을 했습니다. 그 노래 가사를 묵상하면서 강론을 끝맺고자 합니다.

 

“떠나라, 복음의 군사들이여,
그대들이 기대했던 날이 왔도다.
이제 그 무엇도 그대들의 열정을 막지 못하리.
떠나라, 친구들이여, 
그대들은 얼마나 행복한지
선교사들의 발걸음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우리는 거룩하게 그 발에 입 맞추네.
오, 아름답고 멀고 먼 땅이여, 오류와 죽음이 있는 그 곳.
친구들이여, 떠나라.
이 세상에는 안녕이라 하고 먼 땅에 하느님의 이름을 전하라.
우리는 어느 날 천국에서 다시 만나리.
안녕, 형제들이여,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