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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학교는 사순기간 (2017년 신학교 입학미사 강론)
   2017/03/06  15:37

신학교 입학미사

 

2017. 03. 01. 대구관구 대신학원 성당

 

오늘 대구관구 대신학교에 입학하신 분들, 축하를 드리며 하느님의 은총이 함께 하시기를 기도합니다. 
지난 주 월요일에 대구가톨릭대학교 입학미사를 봉헌하기 위해 경산 하양에 갔었는데 이런 말이 적혀있는 플랜카드를 보았습니다. “뿌리 깊고 샘이 깊은 교육의 전당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어찌하여 대구가톨릭대학교가 ‘뿌리 깊고 샘이 깊은 교육의 전당’이라는 말을 쓰게 되었는가를 생각해보면, 여러분들이 오늘 입학한 이 신학교가 바로 ‘뿌리 깊고 샘이 깊은 교육의 전당’이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성 유스티노 경당이 그대로 남아있습니다만 우리 신학교는 1914년에 설립된 성 유스티노 신학교의 역사와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대구교구의 제6대 교구장이신 최덕홍 주교님과 7대 교구장이신 서정길 대주교님이 유스티노 신학교 출신이십니다. 그리고 김수환 추기경님도 1933년에 유스티노 신학교의 소신학교 과정에 입학하시어 공부하시다가 얼마 후 소신학교 과정이 서울로 통합되면서 서울 동성학교로 가셨던 것입니다. 
하여튼 오늘 ‘뿌리 깊고 샘이 깊은 교육의 전당’에 입학하신 여러분들을 환영합니다. 이곳에서 좋은 사제, 착한 목자가 되기 위한 공부와 수련을 열심히 하시기 바랍니다. 

 

오늘은 ‘재의 수요일’로서 사순시기가 시작하는 날입니다. ‘사순시기’는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을 묵상하며 예수님의 부활을 준비하는 기간입니다. 
‘사순(四旬)’이란 말은, 순(旬)이 열흘을 말하니까 40을 뜻하는 말입니다. 성경에서 40이라는 숫자는 남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중대한 일을 앞두고 이를 준비하는 기간을 뜻합니다. 모세는 십계명을 받기 전에 40일간 재를 지켰습니다. 이집트에서 탈출한 이스라엘 백성은 가나안 땅에 들어가기 위해 40년을 광야에서 지내야 했습니다. 그리고 엘리야 예언자는 호렙 산에 가기 위해 40일을 밤낮으로 걸었습니다. 예수님께서도 공생활 시작하시기 전 40일 동안 광야에서 단식하며 지내셨습니다. 이처럼 하느님을 만나기 위해, 그리고 어떤 중대한 일을 앞두고 그것을 준비하고 자신을 정화하는 기간이 필요하였던 것입니다. 그 기간이 ‘사순’인 것입니다. 
신학교 기간도 어떤 의미로는 사순시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신학교 기간은 하느님의 부르심에 따라 사제가 되기 위해 준비하는 기간이며 자신을 단련시키고 정화하는 기간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신학교 1학년 학생들은 세상에서 걸쳤던 너절한 것들을 걷어내고 하느님과 영성적인 옷으로 갈아입을 수 있도록 ‘영성의 해’를 지낼 것입니다. 그래서 일반 대학생들이 꿈을 꾸는 낭만적인 대학생활은 꿈도 꾸지 않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뿌리가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으니, 꽃이 좋고 열매가 많도다. 샘이 깊은 물은 가뭄에도 그치지 않으니, 내를 이루어 바다에 이르도다.”
세종대왕의 ‘용비어천가’에 나오는 말씀입니다. 뿌리를 깊게 내려야 어떤 유혹이나 시련에도 흔들리지 않고 좋은 열매를 맺을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샘이 깊어야 가뭄에도 쉽게 마르지 않고 사람들의 목마름을 채워줄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뿌리를 깊게 내리고 샘이 깊어지는 일이 그냥 되는 일이 아닙니다. 철저한 자기 성찰과 피땀 어린 부단한 노력이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여러분들이 이 신학교에서 이 일을 해내기를 바랍니다. 
 
오늘은 ‘재의 수요일’입니다. 이 강론이 끝난 후에 재를 축복하여 머리에 얹는 예식을 할 것입니다. 사제는 사람들의 머리에 재를 얹으면서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마르코 1,15)라는 말씀이나, 혹은 “사람아,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다시 돌아갈 것을 생각하여라.”(창세 3,19 참조)라는 말씀을 들려줄 것입니다.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다시 돌아갈 것을 생각하라.’는 말은 ‘너의 근본을 알아라.’는 말입니다. 우리의 근본이 무엇입니까? 창세기를 보면 하느님께서 사람을 만드실 때 흙으로 만드셨고 거기에 당신 숨을 불어넣으셨다고 했습니다. 따라서 하느님이 우리의 조물주이시며 주인이시고 근본이신 것입니다. 
사순시기가 되면 ‘회개하라’는 말을 많이 듣게 됩니다. ‘회개하라’는 말은 ‘근본으로 돌아가라’는 말입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하느님으로부터 너무 멀리 와 있었습니다. 이제 우리의 근본이신 하느님께로 돌아가야 합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요엘 예언자는 말합니다. “이제라도 너희는 단식하고 울고 슬퍼하면서 마음을 다하여 나에게 돌아오너라. 옷이 아니라 너희 마음을 찢어라. 주 너희 하느님에게 돌아오너라.”(요엘 2,12-13)
그리고 오늘 제2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이렇게 말합니다. “하느님과 화해하십시오. 하느님의 은총을 헛되이 받는 일이 없도록 하십시오. 지금이 바로 매우 은혜로운 때이며, 지금이 바로 구원의 날입니다.”(코린토 2서 5,20. 6,1-2)

 

다시 한 번 여러분의 신학교 입학을 축하드리며 여러분을 불러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여러분들을 신학교에 갈 수 있도록 도와주신 분들께도 감사를 드리며 하느님의 강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