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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평안합니까?" (부활 성야 미사 강론)
   2017/04/18  18:4

예수 부활 대축일 성야미사


2017. 04. 15. 범어대성당

 

주님의 부활을 축하드립니다. 알렐루야! 
부활하신 주님의 은총과 축복이 여러분과 우리 교회와 우리나라에 가득하기를 빕니다.

 

오늘 복음(마태 28,1-10)을 보면 마리아 막달레나와 다른 마리아가 예수님의 무덤을 보러 갔는데 천사를 먼저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천사가 이렇게 말하는 것입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너희가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님을 찾는 줄을 나는 안다. 그분께서는 여기에 계시지 않는다. 말씀하신 대로 그분께서는 되살아나셨다.” 
이렇게 천사가 일러준 대로,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고 무덤에 묻히셨던 예수님께서는 더 이상 무덤에 계시지 않았습니다. 부활하신 것입니다. 신약성경 4개의 복음서들은 한결같이 예수님의 부활을 소상하게 전해주고 있습니다. 
이슬람교는 금요일을 주일로 지내고 유대교는 토요일을 주일로 지내는데 그리스도교는 일요일을 주일로 지냅니다. 왜 그렇습니까? 예수님께서 일요일에 부활하셨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안식일이 지나고 주간 첫날이 밝아 올 무렵, 마리아 막달레나와 다른 마리아가 무덤을 보러 갔다.”(마태 28,1) 
‘안식일이 지나고 주간 첫날’이 바로 일요일입니다. 일요일에 부활하셨기 때문에 일요일이 주일, 즉 ‘주님의 날’이 된 것입니다. 그래서 초대교회 신자들은 주님께서 부활하신 일요일마다 모여서 집회를 하고 예배를 드렸는데 이것이 지금의 주일미사인 것입니다.  
예수님의 부활 사건은 우리 신앙의 핵심입니다. 그분의 부활이 없었다면, 그분의 죽음으로 모든 게 끝이 났다면 우리에겐 아무런 희망도 남아 있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느님의 아드님께서 사람이 되시어 이 세상에 오셨지만, 그분의 수난과 죽음으로 모든 것이 끝나고 막을 내렸다면 우리의 신앙은 아무 의미도 갖지 못할 것입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죽음에서 다시 살아나셨습니다. 그분의 부활로 우리는 구원되었고, 하느님 나라의 영원한 생명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 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죽음의 세력을 물리치시고 부활하시어 고통과 죽음의 절망 속에 있는 우리들을 영원한 생명에로 초대하셨습니다.
 
오늘 복음을 보면 천사의 이야기를 듣고 예수님의 부활소식을 전하기 위해 달려가는 여인들에게 예수님께서 나타나셔서 “편안하냐?”하고 말씀하셨습니다. 여인들은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났으니 얼마나 놀라고 기뻤겠습니까!
그런데 최근 우리들의 삶은 평안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우리 손으로 뽑은 대통령이 결국 최순실 국정농단 등으로 인해 탄핵되고 구속되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많은 사람들이 수사 중이거나 재판 중에 있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대통령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고 각 후보 간의 비난과 흑색선전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정치가 이러하니 경제 상황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그리고 북한 핵문제는 풀릴 기미가 없고, 주변국과의 관계는 더욱 첨예한 대립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를 공정하고 안전하게, 그리고 행복하게 이끌어나갈 지도자가 절실합니다. 
우리 교구도 지난 가을부터 희망원 사태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지금은 관련된 사람들이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교구장으로서 다시 한 번 깊은 사죄를 드립니다. 이를 계기로 우리 교구는 깊은 성찰과 쇄신의 길로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내일이면 세월호가 바다 속에 가라앉은 지 3년이 되는 날입니다. 3백여 명의 희생자를 낸 엄청난 재난이었지만 아직도 미수습자가 있고, 정확한 진상규명조차 제대로 밝혀지지 못한 상황입니다. 이 시대의 진정한 아픔입니다. 
그러나 봄은 왔습니다. 얼어붙은 땅을 뚫고 여린 새 생명들이 싹을 틔웠습니다. 차디찬 바다에 가라앉은 세월호도 바다 위로 들어 올려져 뭍으로 올라왔습니다. 세월호로 희생되신 모든 분들에게 부활하신 주님께서 영원한 복락을 주시기를 간구합니다. 그리고 남아있는 유가족 분들에게는 위로를 주시고 힘과 용기를 주시기를 청합니다. 우리 교회도 끊임없는 자기반성과 쇄신을 향한 노력을 해 나갈 수 있도록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지혜를 주시고 힘을 주시기를 빕니다.

 

겨울의 혹독한 추위를 이겨내고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 왔듯이, 우리의 온갖 죄를 대신 지고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신 예수님께서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다시 살아나셨습니다. 부활은 희망입니다. 힘겨운 현실 속에서도 성실하게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예수님의 부활이 희망이요 기쁨이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우리 모두의 삶이 참으로 ‘평안하기를’ 기원합니다. 우리도 과거의 잘못과 낡은 악습과 어두운 절망은 모두 무덤 속에 묻어 두고 희망 가득한 새 삶으로 부활해야 하겠습니다. 이것이 바로 부활을 믿는 것이고, 부활을 사는 것입니다.
다시 한 번 예수님의 부활을 축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