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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최연소 여성교정위원이 된 서희씨 (엔젤스 셰어)
   2016/04/26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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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30일(토) 밤 11시 45분, EBS 세계의 명화에서는 영국 켄 로치 감독의 영화 <앤젤스 셰어: 천사를 위한 위스키, 원제: The Angels' Share>를 방영한다고 하여 작년에 쓴 글을 올려봅니다.^^*

 

                        <최연소 여성교정위원이 된 서희씨>

 

   십자가를 안테나로!

   최근 교도소를 나온 전과자들의 재범 사건이 있을 때마다 우리 사회에서는 이른바 ‘교정, 교화사업무용론’이 거론되곤 하는데 작년 3월에 우리나라 법무부 최연소 여성교정의원으로 서희씨(31)가 임명되어 큰 화제가 되었다고 합니다. 보통 40~50대 남성이 다수를 이루는 법무부 교정위원에 서희씨가 최연소로 임명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일부 남성 교정위원들은 “이제 겨우 서른 살 여자가 교정위원이라니…”라며 볼멘소리를 내기도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서 위원의 교정사목 경력은 무려 11년이나 된다고 합니다. 그것은 그녀가 열아홉 살 때인 지난 2003년, 아버지를 따라 교정사목을 시작했기 때문이고 또 서 위원이 ‘자신의 본업이 교정사목’이라고 굳이 밝히는 이유는 본업보다 자신의 ‘부업’(인천 화수동 민들레국수집의 딸)으로 자주 언론에 화제가 되기 때문입니다.

 “제 딸이 대를 이어서 교정사목을 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민들레국수집 서영남(61) 대표의 말처럼 서 위원이 교정사목에 투신하게 된 것은 아버지 서 대표와 어머니 강씨가 교정사목을 이른바 ‘가업’으로 여기는 덕분이라고 하는데 부친 서 대표의 교정사목 경력은 30년, 모친 강씨가 20년, 서 위원이 11년입니다. 지난 2002년 결혼한 서 대표 부부는 이듬해 봄, 신혼여행을 청송교도소(현 경북북부교도소)로 갔다고 하는데 이 신혼여행에 딸 서 위원이 동행하면서 신혼여행은 가족여행이 됐고 서 위원은 처음으로 ‘교도소’라는 특별한 공간을 체험했다고 합니다.

 

  그 후 서 위원은 대학 재학 중에도 월 1회 이상은 교도소를 찾았는데 그것은 가족에게마저 버림 받았거나 고아로 자라 절대고독 속에 사는 재소자들에게 나 한 사람만이라도 ‘믿어주는 사람’, ‘자기 편인 사람’이 돼 주고 싶어서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서 위원 가족의 교정사목 핵심은 ‘자매상담’이라고 합니다. 청송교도소의 경우 자매상담에 약 20~25명의 재소자가 참석하는데 남자 재소자들도 자매상담에서는 서로 ‘자매’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그리고 서 위원은 “교도관들은 우리 자매들을 가슴에 붙은 수번을 따라 ‘000번’이라고 불러요. 하지만 아버지는 꼭 그들의 이름으로 부르세요. 청송교도소 재소자는 대부분 장기수나 무기수여서 이름마저 잊어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매들에게 형기는 묻지만 죄명을 절대 묻지는 않아요. 죄명을 알면 편견이 생길 수 있거든요. 자매상담은 기도로 시작해 자기소개, 음식 나눔, 자신의 부고기사 써보기, 낙엽 보며 느낀 점 말해보기 등 여러 프로그램으로 꾸며집니다. 약 2 시간 동안 진행되는 자매상담은 재소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소중한 공간이기도 해요. 평소에는 서로 다른 방을 쓰는 재소자들끼리는 함께 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거든요. 프로그램은 아버지가 주로 진행하고 저와 어머니는 음식에 신경을 많이 써요. 자매들이 따뜻할 때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교도소 근처에서 음식을 장만해 들어갑니다. 자매들과 같은 방을 쓰는 재소자들 몫까지 생각해서 보통 100인분을 준비해요. 그리고 자매상담은 재소자가 교도소에서 생활하는 동안 끊임없이 지속되는 것이 중요해요. 자매가 이감되면 이감된 교도소를 찾아가 계속합니다. 전국 어디든 단 한 명의 자매를 위해 새벽 4시에 집에서 나와 밤 11시에 돌아오곤 하지요. 자매상담으로 인연을 맺고 출소한 자매들이 마땅히 돌아갈 곳이 없으면 저희 민들레국수집에서 국수집 근처에 집을 마련해 주고 자활을 돕지요.

 

 그러나 범죄의 유혹에 다시 넘어가 교도소로 보내진 자매와는 그 때부터 자매상담이 또 다시 시작되지요. 아무리 큰 죄인도 하느님은 포기하지 않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자매상담에서 각별히 신경쓰는 것 중에는 ‘영치금’이 있지요. ‘법자’(法子), 즉 누구의 자식도 아니고 친척도 없어 ‘법무부 자식’이 돼 버린 우리 자매들에게도 교도소 생활을 위해 돈이 필요한데 자매상담 한 번에 약 150~200만 원의 영치금을 챙겨 간답니다. 한번은 영치금을 꼬박꼬박 모았던 사형수가 있었어요. 자기가 사형 당하면 장례비용이 필요하니까 그 영치금을 모았던 것인데 자매상담에 나오면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됐어요. 이제 장례비용 모을 필요가 없게 됐다면서 저희 민들레국수집에 그동안 모았던 영치금을 보내오기도 했답니다...”라고 회고하기도 했습니다.

 

 아무튼 청양의 해인 2015년에는 전국 교도소의 수감자들이 양처럼 순해지고 또 교화되어 서 위원 가족의 자매가 되길 바라면서 폭력을 일삼던 청년들이 교정사목자에게 ‘천사의 몫’인 증발 위스키를 대접하고 새출발을 한다는 영화 ‘엔젤스 셰어(The Angels’ Share)‘를 소개합니다. 가브리엘통신

 

                              <영화 ‘엔젤스 셰어’>

 

  직업도 없이 늘 동네건달들과 사고만 치고 다니는 영국의 청년백수 로비는 어느 날 폭행사건에 연루돼 법원으로부터 사회봉사 명령을 받는다. 한편 여자친구의 출산으로 이제 아빠가 된 그는 갓 태어난 아들의 얼굴을 처음 본 순간, 그는 아들 앞에서 “다시는 한심한 삶을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굳게 결심한다. 그리고 사회봉사를 하던 어느 날, 그에게 늘 관심을 가지고 또 여러 가지로 배려해준 사회봉사 교육직원의 집에서 난생 처음 몰트 위스키를 맛보게 된 로비는 자신이 예민한 후각과 절대미각을 타고났으며 위스키 감별에 선천적 재능이 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사회봉사를 함께 하는 친구들과 함께 우연히 위스키 시음행사에 갔다가 수십 억원을 호가하는 세계 최고의 위스키 경매가 곧 열릴 예정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그는 자신의 타고난 위스키 감별 재능을 이용해 일생일대의 인생반전 즉 ‘엔젤스 셰어작전’을 시도하여 자신을 도와준 사회봉사 교육직원에게 보은의 고가 위스키 한 병을 몰래 선물하고 새출발을 한다....

 

주: 엔젤스 셰어: 오크통에서 위스키를 장기간 숙성시킬 때 조금 증발하여 사라지는 위스키를 말하며 이는 ‘천사들의 몫’이라고 함.

 

                           <말씀에 접지하기 ; 마태 25, 34-36>

 

                (마르코니 문화영성 연구소 / http://cafe.daum.net/ds0y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