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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교황님을 이용하다가는...(아빠의 화장실)
   2014/08/06  20:9
 화장실.jpg


주: 이번 8월에 한국을 사목방문하시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을 모 정당이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보도를 접하고 한심하다는 마음에서 지난 2009년에 쓴 글을 올려봅니다...



                              <머릿속의 계산기 대신에... >

 십자가를 안테나로!
 지난 주 KBS-1TV '러브 인 아시아‘에서는 미얀마에서 온 마야민트엔의 ’부모님 전상서‘편이 방영되었습니다. 어머니를 여의고 불상을 만들기 위해 불교국가인 미얀마로 향했던 한국인 박동천씨는 그곳에서 마야민트엔양을 만났고 그날로 40kg의 무거운 쌀을 지고 전기도 전화도 들어가지 않은 시골에 사시는 장인장모님을 찾아가 미얀마 사위가 되겠다고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한국인의 아내가 된 마야민트엔은 한국에 와서 살면서도 늘 미얀마에 계시는 부모님이 걱정이 되었고 또 지난해 태풍으로 집이 큰 피해를 입었다는 소식에 보름달을 ’월면반사통신‘ 내지 ’인터넷‘ 삼아 늘 마음으로 안부와 소식을 전하고 있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미얀마에서 비록 가난하지만 모든 것을 서로 나누고 살았던 자기에게 변화가 있다면 “결혼 전에는 부모님의 뜻을 거스린 딸이었는데 이제는 부모님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었다”는 점과 “머릿속에 계산기가 생긴 것 같다”고 했습니다.

  아무튼 수년 만에 마야민트엔이 가족들과 함께 미얀마 친정집을 방문하여 부모님의 발을 눈물로 씻어주고 또 집수리 뿐만 아니라 질퍽한 마당에 벽돌을 깔아주어 친정아버지가 “우리 마당에 멋진 활주로가 생긴 것 같다”며 대만족해하시는 모습은 점점 물질주의화 되어가고 각박해지고 있는 우리의 삶을 잠시나마 돌아보게 해준 계기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가난하지만 소박한 환경에서 살다가 우리나라에 와서 사는 “다문화 가정의 여성들의 머릿속 계산기가 잠시 ‘OFF'되고 그대신 고향 마을의 아름다운 추억이 떠오르길 바라면서” 영화 ’아빠의 화장실‘을 소개합니다. 가브리엘통신

 


                               <영화 ‘아빠의 화장실’>

 1988년 우루과이와 브라질 사이에 있는 작은 국경마을인 멜로에 교황님이 방문하는 일대 대사건(?)이 일어난다! 그러자 평소 자전거를 타고 국경을 넘나들며 생활일용품들을 밀수입해가며 살아가고 있던 가난하고 소박한 마을사람들은 ‘교황님이 오면 순례객들도 많겠지?’ 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나름대로 돈이 되는 장사를 해서 대박을 터트릴 계획을 수립하고 너나 할 것 없이 집이나 땅을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엄청난 양의 소시지나 빵을 만들기 시작한다.

 한편 아픈 다리를 이끌고 자전거를 타며 마을사람들과 함께 밀수일을 하던 아빠 비토는 고약하고 악랄한 국경수비대장에게 시달리기보다는 차라리 순례객들을 위한 유료 화장실을 만들어 떼돈을 벌어 오토바이를 사겠다는 비상한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당장 공사에 착수한다. 그리고 빠듯한 형편에도 아무런 불평없이 평소 재봉일로 살림을 꾸려가던 엄마 카르멘은 처음에는 남편 비토의 다소 황당한 계획에 어의가 없었지만 마침내 내조의 여왕이 되기로 한다. 하지만 부모의 기대(아빠는 밀수 동업자, 엄마는 재단사)와는 달리 귀여운 외동딸 실비아는 평소 라디오 듣기를 좋아하고 또 방송 아나운서가 되고자 한다.

 드디어 교황님이 작은 마을 멜로를 방문하신다. 그런데 수십만 명의 순례객들이 방문할 것이라는 언론의 보도와 마을 사람들의 간절한 기대와는 달리 순례객은 고작 수 천명 밖에 되지 않고 그것도 취재진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가난한 인근 주민들. 그리고 행사당일에야 겨우 변기통을 마련한 비토는 순례객들이 흩어지기 전에 그동안 가족들이 힘겹게 만들어놓은 화장실을 멋지게 개시하기 위해 열심히 자전거를 타고 달렸지만 이번에도 운이 없게 국경 경비대장에게 걸려 자전거마저 빼앗기고 변기통을 짊어지고 열심히 뛰는 신세가 되고 만다.

 결국 교황님이 멜로 마을을 다녀가신 후, 그 마을은 빚더미에 앉게 되고 비토 가족의 ‘순례객을 위한 화장실’은 마을 공용화장실이 되었지만 비토는 희망을 잃지 않고 그 화장실에 오늘도 죽치고 앉아 열심히 새로운 사업을 구상한다. 그리고 늘 반항적이던 외동딸 실비아도 그동안 즐겨듣던 라디오를 버리고 다소 위축된 아빠 비토를 오히려 격려하고 또 엄마 가르멘의 뜻을 받들어 재봉기술을 배우기 시작한다... 

                              <말씀에 접지하기; 필립 2, 1-5>

               (마르코니 문화영성 연구소; http://cafe.daum.net/ds0y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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