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구 그룹웨어
Home > 가톨릭생활 > 칼럼 > 십자가를 안테나로
제목 한 친구를 떠나보내며....(시)
   2014/12/12  20:45
 시.jpg


 주: 지난 9일 눈길 교통사고로 선종한 대안성당 친구 서일선 바오로의 장례미사가 오늘 만촌성당에서 있었는데 원로사제이신 허연구신부님께서 이런 강론을 하셨습니다. " 약 50여년 전인 1965년, 고인의 모친인 박리타자매님은 30대에 남편을 잃고 어린 3남매를 데리고 제가 있는 대안성당에 와서 영세를 받고 무척 기뻐했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안타깝게도 마치 십자가 아래에 있는 성모님처럼 통고의 어머니가 되어 있네요...." 그런데 명복공원(대구 시립화장장)에서 제가 서바오로의 25살난 아들에게 조심스럽게 물어봤습니다. "근데 자네 어머님은 어제부터 안 보이시네?" 그러자 그는 "약 10년 전에 부모님이 이혼하셔서 저와 여동생은 지금 할머니댁에서 같이 살고 있어요..." 저는 갑자기 그동안 참았던 울음이 터졌고...또 리타어머님이 그동안 겪으셨던 고통이 얼마나 크셨을까?하는 생각에 한동안 흐느꼈습니다. 아무튼 앞으로 리타어머님에게 좋은 일들만 많이 생기길 기원하면서 지난 2010년에 저의 외할머니에 대해 쓴 글을 올려봅니다.



                            <외할머니들의 수난시대>

  십자가를 안테나로!
  최근 부모의 이혼, 사업실패 등으로 조부모에게 손자, 손녀들이 맡겨지는 가정 즉 조손가정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비극적인 이유는 아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조부모 특히 외할머니에게 아이들이 맡겨지는 가정도 많이 있다고 합니다. 저희도 예외가 아니어서 어릴 때 저희 7남매(9년 사이에 7명 ^^*)는 외할머니가 거의 혼자서 다 키우셨습니다. 그것은 6. 25 상이군인이었던 아버지를 도와 유능한 경리사원(?)이셨던 어머니가 공장일에 거의 매진하셨기 때문이죠.

  그런데 외할머니에겐 저희가 큰 짐이요 멍에였겠지만 저희 7남매에겐 마치 마더 테레사수녀님과 같이 사랑과 희생이 가득한 외할머니와 어린 시절을 함께 했다는 것이 큰 행복이요 선물이었습니다. 아무튼 지금 여러 가지 이유로 외손자, 손녀를 돌보고 계시는 외할머님들이 부디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시기를 기원하면서 지난 2004년 위령성월에 쓴 저의 글과 최근 원로 여배우 윤정희씨가 헌신적인 외할머니 역으로 나오는 영화 ‘시’를 소개합니다. 가브리엘통신 

                              <외할머니에 관한 추억들>

  11월 위령성월을 맞이하여 저는 그동안 잊고 있었던 저의 외할머니에 관한 추억들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저는 아직도 ’하느님 아버지’보다 ’하느님 할머니’가 더 자연스럽고 와닿습니다. 그런데 거기에는 사연이 있지요... 저희 외할머니는 103위 순교성인 우세영 알렉시오의 직계 자손으로서 무척 신심이 깊으신 분이셨습니다. 주마등처럼 떠오르는 저희 외할머니에 대한 추억을 기억이 나는 대로 적어 보겠습니다.

1. 할무이요, 왜 하필이면 내만 깨우능교?
외할머니께서는 류마치스 관절염으로 거동이 불편하신데도 불구하고 매일 새벽미사를 가셨습니다. 그런데 혼자 성당에 가시지 않으시고 저희 중에 늘 한명을 대동하고 가시려고 새벽녘에 아직도 저희들이 곤히 잠들어있는 방에 오셔서 "애들아, 성당가자!"라고 하시면 저희는 서로 성당에 안가려고 마치 미꾸라지가 숨듯이 이불 속에 숨었습니다. 그런데 이불 속에 손을 쑥 넣으신 할머니 손에 늘 잡혀나오는 것은 항상 저였습니다. 그러면 저는 "할무이요, 왜 하필이면 내만 깨우능교?(할머니, 왜 하필이면 저만 깨우십니까?"하고 불평하며 성당에 가게 되어 결국 새벽미사 복사를 하게 되었답니다.

2. 구세주이신 할머니
어릴 때 상이군인이었던 저희 아버지는 매일밤마다 잠자는 저희를 “선착순으로 집합!”시켜놓고는 훈화(주로 6. 25 무공담)를 하셨습니다. 그때 모두들 딱딱한 마루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 그 지겨운 이야기를 들어야했는데 그때마다 저희들이 불렀던 성가는 "구세주, 빨리 오사~"였습니다. 그러면 어김없이 외할머니께서 저희 옆에 같이 앉으시며, "아범아, 이젠 됐다. 밤이 늦었으니 그만하고 애들을 재우려므나.", 그러면 아버님께서, "아이, 장모님이 왜 나오셨어요? 이제 곧 재우겠어요."하시며, 곧이어 "자, 이제 해산!"을 하셨습니다.

3. 기도서가 잘 안보인단다...
외할머니는 공부하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기도를 제대로 하지 않는 저희에게 늘 이런 부탁을 하셨습니다. "애들아, 이 기도의 글씨가 작아 잘 안보이니 좀 읽어다오." 그러면 저희가 마지못해 기도서를 읽어드리면 "이것도..., 저것도..."하시며 결국 저희들도 당신과 함께 아침, 저녁기도를 당신과 함께 하도록 만드셨습니다.

4. 예수, 마리아, 요셉!
외할머니는 가끔 침을 맞으셨는데 그 통증을 참으시면서 늘 "예수, 마리아, 요셉!"을 부르셨습니다. 그러면 저희도 옆에 앉아 할머니와 함께 마치 우리가 침을 맞는 듯이 얼굴을 찡그리며 "예수, 마리아, 요셉!"을 합창하곤 하였답니다. 그후 저도 힘들고 아플 때, "예수, 마리아, 요셉!"을 부르게 되었습니다.

5. 희생적인 외할머니
외할머니는 저희 7남매를 위해 늘 희생적이셨습니다. 예를 들면 과일을 먹을 때도 항상 당신은 껍질만 드시고 저희에겐 항상 맛있는 부분을 주셨습니다. 한번은 먼저 하늘나라에 간 동생 마태오가 길에서 과일껍질을 잔뜩 주워다 "할머니, 이거 먹어..."하며 주시자, "그래, 마태오야, 네가 제일 착하구나."하며 쓰다듬어주시기도 했었답니다.

6. 아, 아, 외할머니...
외할머니는 6. 25 상이군인이신 저희 아버지에게 당신의 귀한 딸을 주셨지만 단 한 번도 그것을 원망이나 후회를 한 적이 없었다고 합니다. 심지어 아버지께서 술을 많이 드시고 어머니를 마구 울리실 때도 말입니다.

고 3때, 밤마다 계속되는 아버지의 횡포를 피해 제가 무작정 가출을 하여 동인천 부근의 오부자 식당에서 몇 개월간 주방에서 설거지 일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정통종합영어와 수2정석’만 싸들고 가출한 저는 그 당시 ‘이 한몸 다 바쳐’라는 아버지에 관한 영화가 만들어지고 또 새마을 지도자 연수회에서 강의를 하시던 저희 아버지처럼의 자수성가를 꿈꾸며 하루하루 힘든 주경야독의 힘든 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몇 개월 만에 저를 찾아낸 친척은 저를 데리고 급히 집으로 가다가, "식당에 주민등록증을 맡겨 놓고 왔다"는 저의 말을 듣고 저를 소사의 외삼촌댁에 잠시 맡기셨습니다. 친척은 그 당시 치매에 걸려 저를 거의 못 알아보시는 외할머니방에 저를 들어가게 하고 밖에서 문을 잠그고는 급히 동인천으로 다시 가셨습니다. 그런데 저는 몇 달동안의 식당 주방일로 피곤한 탓인지 그냥 외할머니 곁에 푹 쓰러져 자고 말았습니다. 한참 자다가 어떤 따뜻하고 포근함을 느껴 눈을 떠보니, 할머니께서 제게 이불을 덮어주시고 묵주기도를 하시며 저를 환하게 웃으시며 바라 보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저는 저도 모르게 마치 돌아온 탕아(루가15,11-32참조)가 아들을 눈이 빠져라하고 기다리던 아버지 품에 안긴 것처럼, "아, 아, 할머니"하고 할머니 품에 안기고 말았습니다. 물론 그 후에도 몇 번의 가출이 더 있었습니다만 저는 그때 저를 만난 후 며칠 후에 돌아가신 외할머니의 기도와 사랑의 눈길을 늘 느끼고 있습니다. 그리고 언제가 다시 외할머니 품에 안기길 바라고 있습니다.

주님, 저희 외할머니 우막달레나에게 영원한 안식을 허락하소서. 아멘. 


                                       <영화 ‘시’>

  한강을 끼고 있는 경기도의 어느 작은 도시, 딸의 이혼으로 자기에게 맡겨진 중학교에 다니는 외손자를 헌신적으로 돌보며 재택 간병사일로 힘겹게 살아가는 미자(윤정희 분) 할머니. 그녀는 초기 치매로 단어가 잘 생각이 나지 않지만 늘 꽃 장식 모자부터 화사한 의상으로 치장하는 것을 좋아하고 또 매사에 호기심이 많은 멋쟁이 할머니이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여학생이 강에 투신자살을 하여 그 마을은 뒤숭숭하지만 미자 할머니는 우연히 동네 문화원에서 '시' 강좌를 수강하게 되며 난생 처음으로 자신도 시를 쓰게 된다는 마음에 들뜨게 된다. 그리고 시상을 찾기 위해 그동안 무심히 지나쳤던 일상을 주시하며 아름다움을 찾으려 하는 미자 할머니.

  하지만 미자 할머니는 여학생의 죽음에 자기가 극진히 돌보던 외손자와 그의 학교 친구들이 깊이 연루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자 딸에게도 알리지 않고 어렵게 유족에게 합의금을 마련한 다음, 죽은 불쌍한 여학생을 추모하는 시를 생의 첫 시이자 마지막 유언장으로 남기면서 그녀 역시 한강에 투신하게 된다... 

                            <말씀에 접지하기; 2 티모 1, 5> 

               (마르코니 문화영성 연구소 ; http://cafe.daum.net/ds0ym )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692 그렇게 망하고 불탔건만...(한반도) 이현철 15/03/01 9461
691 돼지야, 미안해! (샬롯의 거미줄) 이현철 15/02/27 11371
690 사랑에 빚진 사람들 (블랙) 이현철 15/02/23 10419
689 어느 세일즈맨의 죽음 (행복을 찾아서) 이현철 15/02/22 10245
688 형만한 아우도 있다! (킹스 스피치) 이현철 15/02/20 10762
687 사랑의 초콜렛이란? (초콜렛) 이현철 15/02/14 9877
686 기적을 만든 사람들 (빅 미라클) 이현철 15/02/11 10243
685 작전명 : 어머니 (윈드토커) 이현철 15/02/08 10602
684 나도 황선순이다!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 이현철 15/02/02 11021
683 하느님의 러브 레터 (러브 레터) 이현철 15/01/27 10340
682 그들을 비난하기보다는...(배싱) 이현철 15/01/25 10402
681 기국아, 날아라! (천국의 아이들) 이현철 15/01/23 106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