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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우리는 이씨인데...(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2015/03/15  14:53
 우행시.jpg


주: 며칠 전에 부친상을 당한 친구 문상을 갔다가 빈소에서 "우리 오빠는 임종을 잘 준비하셨답니다...."라고 말씀하시며 환하게 웃으시는 친구의 고모수녀님을 뵙고 돌아오자 갑자기 저도 오래전에 돌아가신 고모수녀님이 갑자기 생각나 지난 2006년에 쓴 글을 올려봅니다.^^*

                       <우리는 이씨인데 고모는 왜 홍씨야?>

 십자가를 안테나로!
 금년 추석의 문화행사로 저는 시내영화관에서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란 영화를 보고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그 영화속에서 헌신적으로 교도사목을 하시는 한 수녀님 (여주인공의 고모)를 보면서, 저는 돌아가신 저의 고모 수녀님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사실 저의 친고모들은 모두 이북에 계시지만 단신 월남하여 6. 25때 통신특무상사로 참전을 했다가 큰 부상을 입고 대구 27육군병원에 후송온 저의 부친이 그 병원에서 친가족이상의 사랑과 헌신을 보이신 홍모니카 수녀님(서울대교구 홍문택 신부님의 고모)을 누님이라고 불러 저희도 어릴 때부터 모니카 수녀님을 고모님이라 부르며 방학 때마다 고모 수녀님, 그리고 친이모 수녀님이 계시는 본당이나 유치원에 놀러가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한번은 어린 동생이 고모 수녀님에게 재미있는 질문을 하여 우리는 한바탕 웃기도 했지요.
“고모수녀님, 우리는 이씨인데... 수녀님은 왜 홍씨예요?”

 1970년대 저의 부친은 공장 이익금의 일부를 원호장학금으로 기탁하여 매스컴을 타게 되었고 또 ‘인간 승리’등의 다큐멘터리가 제작되어 텔레비전을 통하여 전국적으로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어느 영화사에서 흥행을 목적으로 ‘이한몸 다바쳐’라는 제목으로 저의 부친에 관한 영화(부친역 : 민지환 분, 모니카 수녀님역 : 전양자 분)를 제작하기도 했는데 저희가 상영을 극구 막았답니다. 왜냐하면 그 영화에서는 수녀님과 저의 부친을 마치 연인사이처럼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최근에 그 영화사에서 유선방송에 그 영화를 팔았는지 몇몇 아는 분이 그 영화를 유선 방송을 통해 우연히 보았다고 알려주더군요. 아무튼 이번 기회에 저도 공식적으로(?) 그 영화의 그 내용이 사실이 아님을 밝히면서 한 수녀님의 헌신을 잘 그린 영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소개합니다. 가브리엘통신


                            <영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유정- 3번째 자살도 실패한 그해 겨울, 나, 문유정(이나영 분) 교수는 모니카 고모 수녀님의 손에 이끌려 교도소에 갔다. 내키진 않았지만, 정신병원에서 요양하는 것보다는 나을 테니까. 독해 보이는 창백한 얼굴의 한 얼짱 사형수 윤수 (강동원 분). 내내 거칠고 불쾌하게 구는 저 녀석이나 그 죄인에게 아무 잘못한 거 없이 쩔쩔 매는 고모 수녀님이나 어이없기는 마찬가지다. 다른 때 같았으면 “가관이네, 끝!”하고 바로 잊어버렸을 텐데, 어쩐지 마음이 울컥한다. 아, 이 남자...!

 윤수- 내 생애 마지막이 될 겨울의 어느 날, 교도소의 만남의 방에 불려갔다. 찾아온 한 수녀님에게 "제발 나 좀 건들지 말라"고 못되게 말해줬다. 그런데, 창가에 서 있는 저 여자, 길바닥에서 얼어죽은 내 동생이 그렇게 좋아했던 애국가를 부른 가수 문유정이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처럼 동정도 어색한 기색도 없이 그저 서늘하게 나를 보고 있었다. 두 번째 만난 날. 억지로 왔다며 기분 더럽다며 신경질을 부리는 이 여자, 어쩐지 나를 보는 것만 같아 눈을 뗄 수 없다.

  교도소 만남의 방 - 두 사람이 마주 앉는다. 부유하고 화려한 한 여자와 가난하고 불우했던 한 남자. 너무도 다르지만, 똑같이 살아있다는 것을 견딜 수 없어했던 그들. 처음엔 삐딱하고 매몰찬 말들로 서로를 밀어내지만, 이내 서로가 닮았음을 알아챈다. 조금씩 경계를 풀고 서로를 들여다보기 시작하는 두 사람. 모니카 수녀님의 간절한 기도의 응답인 듯, 면회실의 조그만 창으로 들어오는 햇살의 온기만큼 따스해져가는 두 마음. 그들은 비로소, 아무에게도 하지 못했던 그들의 ‘진짜 이야기’를 꺼내놓게 된다.

 15살 때 사촌오빠에게 성폭행을 당했고 그 사실을 안 엄마는 오히려 그 나쁜 오빠를 두둔해서 엄마를 오히려 더 미워하게 되었다는 유정의 고백을 들은 윤수의 진심 어린 눈물은 유정의 아픈 상처를 아물게 하고, 윤수의 불행했던 과거와 꼬여버린 운명은 유정의 마음을 울린다. 상처로 상처를 위로 하고 다독이면서 그들의 절망은 기적처럼 찬란한 행복감으로 바뀌어간다. 이제, 여자는 스스로 죽을 결심 따위는 할 수 없게 되고, 남자는 생애 처음 간절히 살고 싶어진다. 세상에 ‘사랑’이 있다는 것, 살아있다는 것의 기쁨을 알게 해준 서로가 더 없이 소중하다. 매일 목요일이었으면 좋겠다는, 말도 안 되는 바램이 그들 마음에 가득 차오를 무렵, 그들에게 허락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게 되는데...  

                            <말씀에 접지하기;  마태 3, 33- 35>

              (마르코니 문화영성 연구소 : http://cafe.daum.net/ds0y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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