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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천사의 날개를 꺾는 사람들 (거북이도 난다)
   2015/04/01  20:56
 시리아소녀.jpg


주: 최근 시리아난민촌의 한 어린 소녀의 사진이 그간 그 내전에 무관심했던 우리들을 반성케하고 있습니다. 그 소녀는 사진기자의 망원렌즈달린 카메라를 총인 줄 알고 두손을 높이 들고 항복하는 모습이라고 합니다. 하루속히 내전이 끝나고 이 아이들이 환하게 웃는 날이 오길 빌며 지난 2007년에 쓴 글을 다시 올려봅니다...


                           <천사의 날개를 꺾는 사람들>

 십자가를 안테나로!
 최근 미국 CBS방송과 아프간 통신사를 통해 한국인 인질 중 처음으로 육성이 공개된 사람은 임현주씨(32세)로 밝혀졌습니다. 그런데 그녀는 위험한 그곳에서도 3년째 자원 의료봉사한 간호사 출신의 백의의 천사라고 합니다. 그리고 임씨는 얼마 전에 교통사고로 두 팔을 잃은 17세 아프간 소녀에게 의수(義手)를 달아주기 위해 백방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등 국적과 인종을 초월해 인류애를 실천해 온 바 있고 또 그녀의 이메일 아이디는 "afghanlove" 인 걸로 미루어 볼 때 그녀의 아프가니스탄 의료봉사와 아프카니스탄인에 대한 사랑이 특별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런 임씨의 건강과 무사귀환을 기원하고 또 격려하는 글을 쓰지는 못 할망정 일부 몰지각한 네티즌들이 “탈레반과 결혼하면 살 수 있다”는 등의 온갖 악플을 달아 그녀의 가족들과 피랍자 가족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습니다. 아마 이런 이들은 아프가니스탄에 의료봉사를 간 우리의 천사들을 인질로 삼고 또 그들의 날개를 꺾고 있는 탈레반과 별반 다르지 않는 부류인 것 같습니다. 아무튼 노대통령의 특사까지 그곳에 파견된 지금, 협상이 잘 이루어져 인질들의 무사귀환은 물론, 또 그들이 전쟁과 내전의 가장 큰 희생자들인 어린이들(아기 천사들)을 잘 치료해주고 돌아오길 바라면서 전쟁속의 어린이들을 그린 슬픈 영화 ‘거북이도 난다’를 소개합니다. 가브리엘통신


                               <영화 ‘거북이도 난다’>

  이라크 국경지역의 쿠르디스탄, 미국의 이라크 침공이 임박했다는 소문에 사담 후세인의 핍박을 피해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몰려든다. 이들 중에는 어린이답지 않은 리더십과 조숙함으로 또래 아이들의 인정을 받으며 살아가는 위성(위성안테나 설치전문에 따른 별명)이라는 소년과 전쟁 속에서 팔을 잃은 소년 헹고가 있다. 위성은 헹고의 여동생인 아그린을 보고 첫 눈에 사랑에 빠지나, 그녀는 전쟁 중 받은 상처로 늘 악몽에 시달리며 괴로워한다. 전쟁이 임박한 가운데 위성은 다른 아이들처럼 지뢰를 내다팔고 무기를 사두는 등, 나름대로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나가면서 헹고의 여동생인 아그린의 관심을 끌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인다. 그러나 아그린은 그런 위성과 자기를 아껴주는 오빠 헹고가 그녀의 곁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쟁 중 군인들에게 겁탈당해 앞을 못보는 아기 리가를 낳았다는 죄의식에 늘 자살을 생각하다가 어느 날 키우던 거북이를 놓아준 아들 리가를 돌에 묶어 연못에 빠뜨려 죽이고 자신도 절벽에서 투신자살을 하고 만다. 마치 거북이가 나는 것처럼....

주: 바흐만 고바디 감독은 그의 영화에서 영화와 현실의 경계에 대해 극약처방(?)을 쓰지 않기로 유명하다고 합니다. 오히려 그는 그 안에서 세상의 마지막 이미지를 보고 싶어 합니다. 그것은 죽음에 대한 탄식으로부터 더 나아가 부서져가는 세상으로부터 작은 희망을 찾을 수 있을까?라는 간절한 그의 소망이기도 하며 또한 이미 눈에 보이는 황폐한 세상 안에서 그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르는 비가시적인 세상의 구원을 기다리는 작은 믿음이라는 것은 그의 인터뷰에 잘 드러나고 있습니다.
“내 영화에서는 부시와 사담 후세인이 조연이며, 이라크 사람들과 거리의 아이들이 주인공이 된다. 독재와 파시스트 체제에서 희생되어가는 세계의 모든 순수한 어린이들에게 내 영화가 바쳐지길 진심으로 바란다."

 영화 <거북이도 난다>는 그의 전작 <취한 말들을 위한 시간>처럼 전쟁의 후유증 속에 살고 있는 고아들의 이야기를 그렸습니다. 짐승보다 못한 어른들 때문에 원하지도 않았던 아이를 낳게 된 아그린, 조숙하지만 마음은 천성 어린 아이인 위성, 전쟁통에 팔 하나를 잃은 헹고, 누가 이 아이들에게 무엇을 해 줄 수 있을까? 누가 이들의 삶을 고통에서 해방시켜 줄 수 있을까? 그의 전작들처럼 해답은 영화 안에 없습니다. 바흐만 고바디 감독은 그 답을 영화에서 찾기 보다는 우리의 가슴속에서 찾으라고 권고합니다. 그는 실제로 전쟁 중 사고를 당해 상처를 입은 아이들을 이 영화에 직접 출연시켜 ""사실성""을 더한 바흐만 고바디 감독은 삶의 저편에 놓여져 있는 상처와도 같은 기억을 상기시키고 있습니다. 감독이 이렇게 고아들의 이야기를 집착하는 이유는 자신 또한 11세 때 부모의 이혼으로 고아가 되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그의 영화에는 가난한 일상이 아니라 생존의 조건이 냉혹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시시각각 죽음을 경고해 오는 순간 (바흐만 고바디 감독은 처음부터 비극의 그림자를 짙게 드리운 채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이것은 언제나 현자의 사유 속에서 자연을 예찬하고 삶과 죽음의 명상을 들려주던 이란영화들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이미 <취한 말들을 위한 시간>에서 10대 밀수범 이야기를 처연한 시적 감수성으로 보여주었던 바흐만 고바디 감독은 그것의 확장된 인식을 <거북이도 난다>에서 첫 장면에 어린 소녀의 죽음을 통해 비추어낸 것입니다.

                                     <말씀에 접지하기; 시편 7, 8>

                     (마르코니 문화영성 연구소 ; http://cafe.daum.net/ds0y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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