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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진정한 의리란? (낙엽귀근)
   2020/09/27  7:59

                                                   

                                    진정한 의리란?

 

 

  십자가를 안테나로!?
  최근 중국영화 '낙엽귀근'을 보다가 갑자기 안나의 집 김하종(Vincenzo Bordo)신부님이 생각났습니다. 김신부님은 이탈리아사제로서 약 30년전에 우리나라에 오셔서 성남시에서 빈민사목과 청소년사목을 하시고 또 얼마전에는 김하종(하느님의 종)이란 이름으로 귀화하신 분이지요. 그런데 수년 전부터 김신부님이 성남시의 무연고 노숙사망자가 발생하면 직원들과 즉시 달려가 정성껏 장례예식도 해드리고 있다는 소식을 접해서인지 김신부님의 모습이 영화 '낙엽귀근'에서 가난하지만 의리가 있는 농민공 주인공이 죽은 친구를 고향에 묻어주기 위해 친구시신을 등에 업거나, 타이어에 넣어 굴리기도 하면서 힘겹게 고향을 향하는 모습과 같았기 때문입니다. 마침 김신부님이 한국에서 빈민사목을 적극적으로 하시게 된 동기를 밝힌 글이 있어 그 글과 장양감독의 중국영화 '낙엽귀근'을 차례로 소개합니다. 가브리엘통신

 

                              (무연고 노숙사망자를 위해 기도하는 김하종신부)

 

                                                 터닝 포인트 / 김하종신부

 

  사람들에게는 각자의 Turning point(인생의 전환점)가 있습니다. 저 또한 그렇습니다. 1992년, 요즘처럼 날이 좋은 어느 가을날에 저는 그것을 맞이했습니다.

 

  당시 저는 성남 상대원동에서 빈민 사목을 담당하고 있었습니다. 홀몸노인들과 장애인들을 방문하여 도와주는 것이 제 일이었습니다. 하루는 어떤 사람이 종이에 주소를 적어주며, 거기에 생활이 어려운 장애인 한 분이 살고 있다고 했습니다. 저는 그 종이에 적힌 주소로 향했습니다. 도착한 곳에는 보기에도 아주 오래 되고 낡은 집이 있었습니다.

  주소는 그 집 지하실을 가리키고 있었고, 저는 어둡고 곰팡이 냄새가 가득한 그곳으로 내려갔습니다.
“똑똑” 문을 두드리자, 한 아저씨가 말했습니다.
“들어오세요. 문 열려있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간 제 눈에는 창문도 없이 어두운 방에 긴 등에 달린 전등 하나만이 보였습니다. 너무 어둡고 더웠으며 냄새가 심해 저는 몇 초 동안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습니다. 그러고나서 보니 바닥에 50대로 보이는 아저씨 한 분이 누워계셨습니다.

 

  저는 아저씨 옆 바닥에 앉아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아저씨는 20대 때 있었던 사건으로 인해 크게 다쳐 하반신 마비가 왔다고 했습니다. 그때부터 30여 년을 이 지하에서 살고 있었던 것입니다. 식사는 어떻게 하는지 여쭸더니, “옆집 사람들이 기억해서 주면 먹고 아니면 굶어요.” 라고 했습니다. 당시 한국의 사회복지가 많이 발전하지 못했었기 때문에 이런 분들은 제대로 도움을 받지 못했었습니다.

 

  아저씨가 30여 년 동안 혼자서 그렇게 살아왔다고 생각하니 저는 마음이 너무 안 좋았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저씨, 어떻게 도와드릴까요?” 라고 했고, 아저씨는 “방을 정리해주세요, 신부님.” 이라고 답했습니다.
방에 화장실도 없고 갈 수도 없는 아저씨가 대소변을 모아뒀던 요강을 정리하고, 방 청소와 설거지를 했습니다. 그 후 저는 다시 이야기하기 위해 바닥에 앉았습니다.

 

  이야기를 다시 하기 전에 갑자기 저는 아저씨를 안아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아저씨 안아줘도 될까요?” 라고 했고, 아저씨는 흔쾌히 “네, 신부님. 좋습니다.”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아저씨를 안는 순간, 코를 찌르고 들어오는 대소변 냄새가 너무 독해 저는 구역질이 났습니다. 그런데 동시에 마음에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평화와 기쁨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한 음성이 들렸습니다.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
저는 그 음성이 예수님의 메시지임을 확신했습니다.

 

  그 음성이 실제로 일어난 것인지 아니면 제 상상이나 환청인지는 아직까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 날부터 특별히 저는 더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서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안나의 집을 찾아오는 사랑하는 우리 친구들 한 명 한 명은 불쌍한 사람이 전혀 아니라 오히려 ‘부활하신 예수님의 영광스러운 상처’라고 믿습니다. 다시 말해 저는 매일 여기서 예수님의 상처를 모시고 살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친구들을 볼 때마다 힘들지 않고 오히려 행복하고 기쁘며, 오늘도 예수님께서 저에게 당신의 상처를 모실 수 있게 해주심에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출처: 김하종신부님의 페이스북에서)

 

 

 

                                                    (영화 '낙엽귀근')
               
  중국의 어느 도시 공사장에서 열심히 일하던 농민공 주인공은 어느 날 친구가 함께 술을 마시다가 갑자기 친구가 죽음을 맞자 그는 친구에게 고향의 가족 곁에 묻히게 해주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친구의 시신을 등에 짊어지고 고향을 향한다.

 

  몰래 친구시신을 버스 안에서 강도떼를 만났지만 포악한 강도도 주인공의 깊은 의리에 감동하며 오히려 승객들에게 뺏은 돈과 패물등..을 모두 주인공에게 선물한다. 하지만 강도들이 물러가자 승객들은 자기 돈과 패물을 도로 가져가고 운전기사에게 시체를 버스에 태웠다며 환불을 요구하자 주인공은 버스에서 쫓겨난다. 그는 시신을 다시 등에 업고 지나가는 차들을 세워보지만 아무도 그들을 태워주지 않는다. 그리고 숙소에서 가진 돈마저 도둑 맞고... 그리고 그는 죽을 고비도 여러번 넘기며 고향까지 가는 길에 아주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다.

사랑하는 여인에게 뒤통수를 맞은 화물차기사
5000m 산을 자전거로 등반하며 자신과의 싸움을 해가는 남자.
보일러 사고를 한쪽 얼굴을 잃어버린 양봉하는 여자.
살아있으면서 자신의 장례식을 지켜보는 노인
고용주에게 조의금으로 받은 돈이 위조지폐라고 따지는 식당주인 등...

 

                                          (말씀에 접지하기 : 마태 25 34-40)

 

 

(마르코니 문화영성연구소 : http://www.daegu-archdiocese.or.kr/page/catholic_life.html?srl=cross§ions=goo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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