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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큰바위와 용나무 (울지마 톤즈 2 - 슈크란 바바)
   2020/12/26  18:21
주: 이번 성탄절 KBS 1TV에서 고 이태석신부님에 관한 다큐 '울지마 톤즈 2, 슈크란 바바'를 시청해서인지 어젯밤 꿈에 큰바위(2004년에 선종한 고 민성기신부, 2010년에 선종한 고 이태석신부, 2019년에 선종한 고 이태영신부)틈에서 자란 아프리카의 용나무가 많은 열매를 맺는 꿈을 꾸고 지난 2005년에 쓴 글을 올려봅니다.^^

                                  민바위와 용나무

십자가를 안테나로!
작년 10월에 북한산 암벽을 등반하다 선종한 고 민성기 요셉신부님의 유고집 ‘ 아프리카, 아프리카, 아프리카’가 최근에 출간되면서 민신부님을 사랑하고 따랐던 교우들과 수녀님들이 조촐한 출판기념식을 하자고 했습니다. 저는 그 행사를 준비하면서 작년에 그분들과 민신부님 추모패(오늘은 내 남은 생의 첫날입니다)를 북한산정상에 있는 어느 바위(우리는 ‘민바위’라고 명명함)에 붙이기 위해 험한 암벽을 타다 낙엽을 밟고 미끌어 넘어져 손목을 다쳐 2달간 파란 기브스(저의 별명이 파랑나비가 됨)를 한 악몽(?)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북한산에 평탄한 등산길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날 저희는 민신부님이 즐겨다니셨다는 험한 등산길과 암벽을 탔다고 하더군요.ㅠㅠ

그후에 저도 민신부님을 추모하다보니 ‘민신부님은 당신이 튼튼한 교회의 반석이 되시고자 평탄한 흙길보다 험한 암벽을 좋아하셨고 아프리카의 용나무 뿐만 아니라 골고타의 십자나무까지 사랑한 민바위’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참고로 가톨릭 굿뉴스 게시판 조진수님의 ‘바위와 나무의 사랑이야기’를 들어봅시다.

<오랜 풍화작용을 견디다 못한 바위들이 쩍쩍 갈라져 떨어져 내리는 어느 해변의 가파른 절벽에 어느 날 바위틈에서 파란 싹이 돋아났습니다. 그리고 그 싹이 바위에게 말하길
" 나 여기서 살아두 돼?"
" 위험해!! 이곳은 네가 살 곳이 못돼..."
" 늦었어.. 이미 뿌리를 내렸는걸..."
" ......"
" 넓고 넓은 세상을 놔두고 왜 하필 여기로 왔어?"
" 운명이야.. 바람이 날 여기로 데리고 왔어.."
그 좁은 틈에서도 나무는 무럭무럭 자랐습니다.
바위는 나무를 볼 때 마다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다른 곳에 뿌리를 내렸으면 너는 정말 멋있는 나무가 되었을 텐데.."
"그런 말 하지마.. 난 세상에서 이곳이 젤 좋아.."
말은 그렇게 했지만 나무는 고통스러웠습니다. 왜냐하면 시간이 흐를수록 물이 부족해졌기 때문입니다.
" 나무야, 뿌리를 뻗어! 좀 더 깊이.."
바위도 고통스러웠습니다..나무가 뿌리를 뻗으면 뻗을수록 자신의 균열이 심해졌습니다...나무와 바위는 그렇게 수십년을 살았고 이윽고 최후의 순간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나무야!! 난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것 같아.."
" !! "
" 나무야, 난 이곳에서 십억년을 살았어..그런데 이제야 그 이유를 알겠어..난 너를 만나기 위해 십억년을 기다렸던 거야.."
"......"
" 네가 오기 전에 난 아무것도 아니었어. 그런데 네가 오고 나서야 난 기쁨이 뭔지 알았어.."
" 나도 그랬어.. 이곳에 살면서 한번도 슬퍼하지 않았어.."
그날 밤엔 폭풍우가 몰아쳤습니다.. 나무는 바위를 꼭 끌어안고 운명을 같이 했습니다. 바위는 나무에게 이렇게 사랑을 고백합니다.
˝ 당신이 내 가슴에 뿌리를 내린다면 나는 당신을 위해 날마다 쪼개지는 바위가 되거야...">

민바위 아니 민신부님은 아프리카에서 용나무(‘천년 먹은 용나무’라고 불리우는 용혈수)를 만나게 되고 그의 유고집 ‘아프리카, 아프리카, 아프리카.’에서 이렇게 그 나무에 대한 사랑을 고백합니다.
“그렇습니다. 용나무는 이코드 데 로스 비노스 마을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가만 헤아려보면 나는 참 많은 용나무를 만났습니다. 내가 오늘의 나로 바로 서기까지 나는 참 많은 용나무를 만났습니다. 그를 만나 넉넉해지고 그를 만나 풍요로워지고 그를 만나 강물같은 평화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바로 그가 나의 용나무였습니다. 그렇게 생각해보니 용나무가 예수 그리스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카나리아 제도에서 찾을 수 있는 예수 그리스도의 상징이 바로 용나무였습니다. 풍요와 지혜의 상징으로서 언제나 카나리아 사람들의 삶의 중심에 있는 용나무가 우리 삶의 중심에 계시는 그리스도와 너무 닮았습니다. 자신의 몸인 껍질을 내어 놓아 마을 사람들에게 유용한 도구가 되고, 많은 가지와 무성한 잎을 뻗어 넓은 그늘을 만들어 쉼터를 만들어 주는 모습이 어쩌면 수고하고 무거운 짐을 진 모든 사람들을 품에 안으시며 자신의 몸을 내어놓으시는 예수님과 너무 닮았습니다. 또한 ‘용의 피’라고 이야기하는 용나무의 열매에서 나오는 수지가 상처를 치유하는 연고로 쓰이고 주술 을 물리치는 원료로 사용되는 점이 십자가에서 당신 피를 흘리시며 그 피로 우리를 구원하시는 모습이며 아픈 사람들을 치유하시고 마귀를 쫓아내시는 예수님과 너무나 비슷합니다...

나도 용나무였으면 좋겠습니다. 마치 예수님처럼 어느 누구에게라도 넉넉하고 풍요로우며 평화로울 수 있는 그런 용나무였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사람들이 멀고도 먼 카나리아제도의 작은 산골인 이곳까지 용나무를 찾아오듯이 나도 용나무를 닮아 용나무처럼 넉넉하고 풍요로우며 평화로운 사람이 되어 누군가가 찾아올 수 있는 그런 좋은 사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나뿐만 아니라 용나무를 아는 사람이면 누구나 다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예수님을 닮은 용나무처럼 살았으면 참 좋겠습니다...

그렇습니다. 내가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용나무가 되고 역으로 누군가가 나에게 꼭 필요한 용나무가 된다면 우리가 사는 세상이 온통 좋은 일로만 가득할 것이며 살맛나는 세상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앞의 예화로 든 ‘바위와 나무와의 사랑’에서처럼 민바위인 민성기 요셉 신부님에 있어 용나무는 바로 십자나무요, 우리 즉 당신의 양떼인 것입니다. 그는 우리가 그의 성심에 뿌리를 잘 내릴 수 있도록 하늘에서 우리를 위해 전구하며 매일 쪼개지는 바위가 될 것입니다.

“주님, 큰 바위요 민바위인 우리 민 요셉 신부님에게 영원한 안식을 허락하소서. 아멘!” 가브리엘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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