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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시인이 된 친구 (동주)
   2016/02/22  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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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이 된 친구

 

  십자가를 안테나로!
  최근 저희 대구고 18회 동기밴드에는 동기 박상봉시인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그는 한국산업단지공단 홍보실장이란 직함을 가지고 대구, 경북권의 중소기업 성장지원이란 업무를 하고 있는데 하루에도 몇 번이나 구미, 포항 등을 다니며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행사홍보나 사진등을 우리 밴드에 자세히 소개하여 우리에게도 간접교육을 시키곤 하지요. 그런데 그가 최근 다음과 같은 글들을 동기회 밴드에 올렸답니다.                    

 

                        <가수가 되려다 시인이 되었다 / 박상봉>

 

   대구고등학교 시절에 나는 노래를 곧잘 혼자서 기타를 두들기며 놀았다. 아마 노래도 제법 불렀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느 날 수업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선생님이 늦게 오는 짬을 이용하여 내 리사이틀(?)을 한 적도 있었다. 심지어 대구 시내 음악감상실에서 주관하는 노래자랑 대회에 나가서 비록 등수에는 들지는 못했지만 박자가 틀린 줄도 모르고 신나게 끝까지 한곡조 하고 내려와 박수 갈채를 받기도 했다. 김재진 시인이 '가수가 되려다가 시인이 되었다'고 했는데 나도 청년 시절에는 가수를 꿈꿨다. 그 당시 친구들 사이에서는 제법 인정받는 동네가수기도 했다. 대표곡으로는 김정호의 '하얀 나비', 둘다섯의 '긴머리 소녀', 어니언스의 '편지' '작은 새' 등등...을 즐겨 불렀다.                    
                 

“ 음 생각을 말아요 지나간 일들은
음 그리워 말아요 떠나갈 님인데
꽃잎은 시들어요 슬퍼하지 말아요
때가 되면 다시 필걸 서러워 말아요
음 음~~~음 음 음~~~음
음 어디로 갔을까 길잃은 나그네는
음 어디로 갈까요 님찾는 하얀나비
꽃잎은 시들어요 슬퍼하지 말아요
때가 되면 다시 필걸 서러워 말아요
음 음~~~음 음 음~~~음 “

 

"말없이 건네주고 달아난 차가운 손~"

 

"빗소리 들리면 떠오르는 모습 달처럼 탐스런 하얀 얼굴...."

 

  기타를 퉁기며 내가 노래를 하면 항상 박수갈채가 터져나왔다. 가족이나 친지들이나 친구들 사이에서 진짜 가수 못지않은 큰 인기도 누렸다. 고3때는 대학가요제에 출전하겠다는 꿈을 안고 몇몇 친구와 그룹을 만들어 맹연습을 했는데 그룹멤버 모두가 그만 대학시험에 낙방하여 그룹은 해체되고 꿈은 무산됐다.

 

  나중에 직장생활을 할 때도 나는 직장의 대표가수였다. 다니던 직장의 오너인 김○○이사장은 내 노래가 듣고 싶다며 노래방 갈 때 같이 한번 가자고 졸라대더니. 결국 사내에 아예 노래방을 만들어 노래를 마음껏 부르도록 해주었다. 사내 노래자랑 대회를 열기도 했는데. 그때 나는 태진아의 '노란손수건'을 불러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고 2위상에 해당하는 인기상을 받기도 했다. 한번은 직장 연찬회 장기자랑 대회에 나가 그랑프리를 받기도 했다. 후배직원들과 6명이 출전했는데 나와 다른 한명이 싱어로 나섰고 나머지 4명은 백댄서를 했다. 노래는 공일오비의 '단발머리'를 불렀다. 내가 직장사업의 특징을 반영한 개사를 하여 부른 랩도 좋았지만 임원들이 나의 기막힌 춤 솜씨에 반해 점수가 높았다는 후문을 들었다. 부상으로 9박10일 간 유럽여행을 가게 됐다. 그때 오스트리아 빈의  벨베데레 궁전(Schloss Belvedere)을 찾아가 20대 초반부터 오매불망 그리던 구스타프 클림트의 '키스'를 만났다.

 

  결국 가수의 꿈은 이루지 못해지만 가슴 깊이 간직한 진짜 꿈이 그렇게 이루어진 것이다. 프라하-빈-로마에 이르는 여정과 고풍의 건축물과 사진으로만 보던 그림 진품들과 아름다운 음악의 선율... 그리고 유럽 곳곳의 카페에서 마신 커피. 그 기막힌 향기와 맛은 클림트의 '키스'와 함께 내 문학에 새로운 자양분이 되어주었다...

 

                                 <다가간다는 것 / 박상봉>

 

봄볕에 눈 녹을 때
개울물 찰방대는 소리,
귀 기울이고 가만 들어봐
봄볕이 얼마나 반가우면
봄길 재촉하는 소리,
저리 즐거울까

 

다가간다는 것은
흐르는 일이다
겨울에서 봄으로 가듯
시냇물이 강물에 가닿고 바다에 이르듯
껴안고 흐르는 일이다
 
다가간다는 것은
스며드는 일이다
고스란히 곁으로 가서
너와 나, 경계가 없어지고
몸 섞으며 하나 되는 것

 

다가간다는 것은
사랑하는 일이다
둥글어지고 무르익는 일이다
날마다 누군가에게 다가간다는 그것,
얼마나 설레고 흥미로운 일상인가!

 

   아무튼 친구 박상봉시인이 비록 그의 꿈인 가수가 되지는 못했지만 시인으로서 또 산업성장과 지원의 홍보대사로서 그의 시 ‘다가가는 것’에 잘 표현된 것처럼 “그가 우리 일상속에 ‘흐르고 스며들고 사랑하는 아주 귀한 존재임’”을 확신하면서 윤동주시인에 관한 영화 ‘동주’를 소개합니다. 가브리엘통신

 

                                  <영화 ‘동주’>

 

   한국 이름도, 언어도, 꿈도 모든 것이 허락되지 않았던 일제강점시대. 한 집에서 태어나고 자란 동갑내기 이종사촌지간 윤동주(강하늘 분)와 송몽규(박정민 분). 시인을 꿈꾸는 문학청년 동주에게 자신의 신념을 위해 거침없이 행동하는 청년 몽규는 가장 가까운 벗이면서도, 넘기 힘든 산처럼 느껴진다.

 

  한편 창씨개명을 강요하는 혼란스러운 나라를 떠나 오히려 일본유학 길에 오른 두 사람. 일본으로 건너간 뒤 몽규는 조선인유학생회 결성 등...더욱 독립운동에 매진하게 되고, 동주는 암울하고 절망적인 순간에도 다음과 같은 아름다운 시를 쓴다.

 

 

서시(序詩) / 윤동주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에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그런데 몇몇 일본 지성인들은 동주의 아름다운 시를 좋아하고 또 그 시를 영어로 번역하여 출판하는 일을 돕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동주와 몽규는 일본에서 서로 다른 방식으로 독립운동을 하다가 결국 일본경찰에 체포된다...

 

                          <말씀에 접지하기; 로마 9, 1-5>

 

         (마르코니 문화영성 연구소 :  http://cafe.daum.net/ds0y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