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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집에서 안마나 하이소! (레이)
   2016/03/03  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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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금주 토요일밤(3/5) 11시 45분에 EBS 세계의 명화에서 미국 시각장애자 가수 찰스 레이의 삶을 그린 영화 '레이'를 방영한다고 하기에 지난 2006년에 쓴 글을 다시 올려봅니다.^^*

 

                                집에서 안마나 하이소!

 

  십자가를 안테나로!

  지난 25일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가 시각장애인만 안마사 자격을 인정받도록 한 규칙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했다며 위헌 결정을 내린 후로 전국적으로 시각장애 안마사들이 격렬한 항의 시위를 하고 있는 가운데 대한안마사협회 소속 시각장애 안마사 10여 명이 '시각장애인에게만 안마사 자격을 주는 것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 철회를 요구하며 서울 마포대교 교각 사이 이동 통로에서 이틀째 고공 시위를 벌이고 있다고 합니다.

 

  20여년 전 대학 시절, 아마추어무선 교신을 하다 우연히 서울의 한 맹인 아마추어무선사 김광석씨를 알게 되었는데 그분은 연세대 대학원을 다니다 중도실명한 분으로서 서울 가톨릭 맹인 선교회 소속 녹음도서관 관장을 맡고 계셨습니다. 저는 그분을 통해서 ‘맹인도 선교를 할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어 내려와 대구 가톨릭 맹인선교회 창립을 돕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지도신부가 있어야 액션 단체로 등록을 할 수가 있다고 해서 맹인 몇 분과 함께  천주교 대구대교구청을 방문했습니다. 그런데 한 원로 신부님이 저희들에게 이런 충격적인 말씀을 하셨습니다.

  “아니, 맹인이 무슨 선교야? 선교! 집에서 안마나 하이소!”

 

  저희는 이 충격적인 말씀에 격분하여 교구청을 당장 나오고 말았습니다. 그후 저는 서울에서 사는 관계로 대구 맹인선교회 소식을 몇 년간 듣지 못했는데, 나중에 듣고 보니, 그 충격적인 말씀을 하신 신부님이 대구 맹인선교회의 지도신부를 맡고 계신다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그때 그분이 그런 고약한(?) 말씀을 하신 것은 저희들의 선교 의지를 테스트해 본 거랍니다. ^^*

 

  그리고 한번은 김광석씨가 “오랜 고심 끝에 맹인 안마학교의 입학을 결심하게 되었다”며 “떨리고 쑥스러운데 첫 수업에 동행해주면 고맙겠다”고 하셔서 서울 남산동에 위치한 안마학교를 같이 가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김광석씨는 그후에도 계속 공부를 하여 다니던 연세대 대학원을 마침내 졸업하기도 했습니다.(김광석씨 스토리는 언젠가 서울방송의 ‘사랑의 징검다리’에서 ‘17년만의 졸업’이란 제목으로 소개되었음)

 

   아무튼 그동안 우리의 배려(?)로 집에서 안마나 하고 있던 시각장애자들이 요즘은 고속도로를 점거하고 지하철에 뛰어들고 마포대교위에서 고공시위를 하는등... 격렬한 항의 시위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의 시위와 절규가 고작 자신들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한 값싼 투쟁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절규’라는 것을 우리가 깊이 깨닫고 시각 장애자들이 안마 이외에도 다양한 일을 할 수 있도록 우리가 편견을 버리고 그들에게 기회와 도움를 주는 것이 그들을 위한 진정한 배려가 아닐까요? 참고로 시각 장애를 극복하고 유명한 가수가 된 레이 찰스에 관한 영화를 소개합니다. 가브리엘통신

 

                                       <영화 '레이'>

 

  흑인 소년 ‘레이’(제이미 폭스 분)는 시력이 급격히 나빠져서 7살 때부터 앞이 보이지 않는 시각장애인이다. 그러나 아들이 혼자의 힘으로 당당히 살아갈 수 있기를 원했던 어머니 ‘아레사’(샤론 워렌 분)의 엄한 교육 덕분으로 세상에 맞서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게 된다.

 

  창문 밖 벌새의 날개짓 소리까지 들을 수 있을 정도로 타고난 청각과 뛰어난 음악적 재능을 발판으로 흑인 장애인이 받아야만 했던 모든 편견을 물리치고 가수로서의 삶을 시작한 레이. 가스펠과 블루스를 접목시킨 새로운 노래로 젊은이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끈다.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가장 좋아하는 음악장르가 가스펠이라는 말 때문에 만나게 된 목사의 딸 ‘델라’(케리 워싱턴 분)와 결혼까지 하지만, 자유분방한 성격 탓에 밴드의 코러스인 ‘마지’(레지나 킹 분)와도 애인관계를 만든다.

 

  그런데 그는 발매하는 음반마다 대히트를 기록하며 가수로서 성공하지만, 6살 어린 나이에 목격한 동생의 죽음이 환영처럼 따라다니고, 앞이 보이지 않는 데서 오는 암흑 속의 공포, 철저히 혼자라는 지독한 외로움은 그를 마약의 세계로 빠져들게 만든다. 아내 ‘델라’의 간곡한 부탁에도 불구하고 점점 마약의 늪에서 헤어나올 수 없게 된 그는 최고 유명인의 자리에서 검찰에 검거되는 파문을 일으킨다. 그러나 마약에 한 번 손을 댄 이상 도저히 그만 둘 수 없었고, 평생을 지키겠노라 약속했던 가정마저도 위태로워질 뿐. 하지만 자신의 영향으로 마약에 빠져든 마지의 죽음 소식을 접하게 된 레이는 지금껏 자신을 지탱하게 했던 음악마저 송두리째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를 느끼고 재활의 의지를 불태운다. 그리고 마침내…흑인으로, 그것도 시각장애인으로 당당히 세상의 편견과 맞서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은 레이. 그가 바로 전 세계인들의 가슴속에 살아 있는, 영혼의 음성 ‘레이 찰스’이다.

 

                                  <말씀에 접지하기; 사도 9, 8-9>

 

             (마르코니 문화영성 연구소; http://cafe.daum.net/ds0y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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