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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히말라야보다 더 높은 코리아? (히말라야, 바람이 머무는 곳)
   2016/06/12  21:12
 히말라야.jpg

주: 지난 6월 1일, 경북 고령군 모 제지공장에서 원료탱크를 청소하던 네팔인 이주노동자 T 씨(24)는 유독가스가 가득찬 탱크 안에서 질식사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접하고 코리안드림을 꿈꾸며 우리나라에 온 이주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로환경이 하루속히 개선되길 촉구하면서 수년 전에 쓴 글을 올려봅니다.

 

                           히말라야보다 더 높은 코리아?

 

  십자가를 안테나로!

  금주 KBS-1TV 수요기획에서는 히말라야의 13세 소년 포터 ‘로빈’군의 삶을 그린 ‘두 다리로 키워가는 꿈’편이 방영되었습니다. 신들이 살고 있다는 신비의 땅이며 트래커들의 성지, 히말라야는 가파른 산세 때문에 자동차, 오토바이, 자전거는 당연히 무용지물이며 이런 히말라야를 오르고자 하는 이들은 누구를 막론하고 걸어야만 합니다. 따라서 부유한 이국의 여행자들은 맨몸으로 산을 오르고 가난한 네팔인들은 이 여행자들이나 산악인들의 짐을 대신 지고 산을 오른데 이런 네팔사람들은 ‘포터’라 불린다고 합니다.(주: 이 포터들 중에 산악인들을 전문으로 돕는 부족의 이름이 ‘셀퍼’라고 합니다.) 그리고 공식적으로 네팔에선 아이들을 포터로 고용할 수 없게 되어 있지만 한 푼이 아쉬운 가난 속에서 네팔의 아이들은 열 두서넛의 어린 나이에 포터로 나섭니다.

 

  소년 포터인 로빈의 가족은 히말라야 산자락 담푸스에 살고 있는데 너무나 가난하여 마을 사람들이 로빈네를 위해 개울가에 못 쓰는 물레방앗간을 집으로 개조해주었습니다. 하지만 늘 산사태와 홍수를 걱정하며 가난과 친구들의 놀림에 상처받는 로빈은 좌절하지 않고 오히려 가족들을 위해 포터가 되어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포카라로 향하곤 합니다. 포카라는 안나푸르나로의 본격적인 트래킹이 시작되는 도시로, 운이 좋으면 꽤 긴 여정의 트래킹에 어른들 사이에 끼어 목돈을 만질 수가 있는데 한번 트래킹이 시작되면 보통 사흘 이상, 길게는 열흘까지 집에 돌아갈 수 없는데, 아직 어린 로빈에게 포터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리고 트래킹이 끝나면 품삯을 받고 포터들은 각자 집으로 돌아가는데 홀로 산에서 내려오는 길도 꼬박 5일. 그동안 로빈은 알아서 끼니를 사먹어야 하는데 그는 돈을 아껴 사과를 사서 그것을 판돈으로 청각장애자인 자기 형 오닐에게 새 운동화를 사주려고 합니다. 자기의 헌 운동화를 바꾸는 것이 더 시급한데도 말입니다. 하지만 산에서 내려오는 길에 그가 산 사과가 거의 다 썩어 로빈의 소박한 꿈은 산산조각나고 맙니다. 한편 집에선 그런 착한 동생을 위해 그의 형 오닐은 동네 공사판에서 열심히 일을 해 번 귀한 돈으로 오히려 로빈의 새 운동화를 사주었답니다...

 

  저는 네팔의 이 가난한 형제들의 아름다운 사랑과 우애를 보면서 한편 얼마 전에 우리나라에서 그동안 가수 ‘민우’로 더 잘 알려진 네팔인 미노드 목탄씨가 얼마 전에 이민법 위반으로 강제추방된 사실이 떠올랐습니다. 비록 그가 무비자로 10대 후반에 한국에 와서 무려 17년 8개월이나 불법체류를 했다고 하지만 정말 그를 구제할 방법이 전혀 없었던 것일까요? 그리고 혹시 네팔공항에서 “코리아가 히말라야보다 더 높고 힘이 들더라”라고 울부짖은 그의 한숨과 울음소리가 히말라야에까지 울려퍼져 결국 안나푸르나의 기상악화와 눈사태를 일으켜 오은선 대장의 히말랴야 14좌 등정을 막판에 가로막은 것이 아닐까요? 아무튼 더 이상 다문화 이민자들에게 한국에서의 생활이 히말라야보다 더 높고 험한 산길이 되지 않기를 바라면서 영화 ‘히말라야, 바람이 머무는 곳’을 소개합니다. 가브리엘통신

 

                         <영화 ‘히말라야, 바람이 머무는 곳’>

 

  43살의 ‘최’(최민식 분). 우연히 동생 공장을 찾아간 그는 그곳에서 네팔 청년 ‘도르지’의 장례식을 보게 되고 사장인 동생으로부터 ‘그의 유골을 고향인 네팔의 가족들에게 전달해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카트만두에 도착한 ‘최’는 죽은 ‘도르지’의 고향마을 자르코트를 향해 산행을 시작한다. 고도가 높아져 코피를 흘리고 두통에 시달리던 ‘최’는 지나가는 네팔 원주민의 도움으로 히말라야 설산 아래 산꼭대기 외딴 곳에 위치한 ‘도르지’의 마을에 도착한다. 의식을 회복한 ‘최’는 ‘도르지’의 가족들에게 차마 그가 죽었다는 말을 하지 못하고 친구인 도로지의 부탁으로 들렸다는 거짓말과 함께 ‘도르지’가 남긴 돈만 건넨다. 한편 ‘도르지’의 가족은 ‘최’를 ‘도르지’가 보낸 사람으로 여기며 친절하게 대하고 시간이 지나, 그곳에서 ‘최’의 존재는 익숙해지지만 아직 유골을 가진 ‘최’는 좀처럼 말할 기회를 잡지 못한다.

 

  미국에 있는 아내에게 전화를 건 ‘최’는 “도대체 네팔에서 무슨 짓을 하고 있느냐?”는 아내의 책망에 서글픈 마음이 들어 마을로 내려가 촌로들과 함께 술을 거나하게 마시고 돌아온다. 마당에 쭈그리고 훌쩍이는 ‘최’를 ‘도르지’의 전 아내이자 이제는 ‘도르지’ 형의 아내인 ‘페마’가 안타깝게 바라본다.

 

  어느 날, 길 위에서 흰 말과 마주친 ‘최’는 자신도 모르게 어떤 힘에 이끌려 말을 따라갔다가 집에 돌아와 심한 몸살을 앓는다. ‘페마’는 아픈 ‘최’의 옷을 벗기고 몸을 닦아준다. 그리고 우연히 ‘도르지’의 아버지가 ‘최’의 가방에서 ‘도르지’의 유골을 발견하고 ‘최’에게 말한다.

  “이제 ‘도르지’가 고향에 왔으니 당신은 떠나라”고.

 

  다시 허탈해진 마음으로 그 마을을 나선 최는 산을 내려가지 않고 오히려 가쁜 호흡을 내쉬며 바람이 머무는 곳인 히말랴야로 오르기 시작한다...

 

                         <말씀에 접지하기; 마태 11, 28- 30>

 

               ( 마르코니 문화영성 연구소; http://cafe.daum.net/ds0y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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