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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외할머니가 된 엄마 (계춘할망)
   2016/09/14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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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할머니가 된 엄마

 

   십자가를 안테나로!

   지난 9월 8일, 요양원의 합동생신잔치에서 국악봉사단의 멋진 춤과 노래를 휠체어에 탄 저의 모친 뒤에서 함께 박수를 힘껏 치면서 바라보다가 모친의 뒷목살이 약 40년전에 선종한 외할머니의 뒷목살처럼 축 처지고 쪼골쪼골하여 저는 천국의 외할머니가 내려와 앉아계신 줄 알고 깜짝 놀랐답니다. 금년부터는 인지력이 급격히 떨어져 거의 매일 저녁식사수발을 하러 요양원을 찾는 저에게 “선생님의 모친은 지금 어디 계시나요?”라고 얌전히 물으시는 저의 모친이 천국에 가시는 그날까지 부디 건강하시길 기도하면서 지난 2004년에 쓴 ‘외할머니에 대한 추억들’과 영화 ‘계춘할망’을 차례로 소개합니다. 가브리엘통신

 

                                          <외할머니에 관한 추억들>

 

   11월 위령성월을 맞이하여 저는 그동안 잊고 있었던 저의 외할머니에 관한 추억들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저는 아직도 ’하느님 아버지’보다 ’하느님 할머니’가 더 자연스럽고 와닿습니다. 그런데 거기에는 사연이 있지요... 저희 외할머니는 103위 순교성인 우세영 알렉시오의 직계 자손으로서 무척 신심이 깊으신 분이셨습니다. 주마등처럼 떠오르는 저희 외할머니에 대한 추억을 기억이 나는 대로 적어 보겠습니다.

 

1. 할무이요, 왜 하필이면 내만 깨우능교?

    외할머니께서는 류마치스 관절염으로 거동이 불편하신데도 불구하고 매일 새벽미사를 가셨습니다. 그런데 혼자 성당에 가시지 않으시고 저희 중에 늘 한명을 대동하고 가시려고 새벽녘에 아직도 저희들이 곤히 잠들어있는 방에 오셔서 "애들아, 성당가자!"라고 하시면 저희는 서로 성당에 안가려고 마치 미꾸라지가 숨듯이 이불 속에 숨었습니다. 그런데 이불 속에 손을 쑥 넣으신 할머니 손에 늘 잡혀나오는 것은 항상 저였습니다. 그러면 저는 "할무이요, 왜 하필이면 내만 깨우능교?(할머니, 왜 하필이면 저만 깨우십니까?"하고 불평하며 성당에 가게 되어 결국 새벽미사 복사를 하게 되었답니다.

 

2. 구세주이신 할머니

    어릴 때 상이군인이었던 저희 아버지는 매일밤마다 잠자는 저희를 “선착순으로 집합!”시켜놓고는 훈화(주로 6. 25 무공담)를 하셨습니다. 그때 모두들 딱딱한 마루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 그 지겨운 이야기를 들어야했는데 그때마다 저희들이 불렀던 성가는 "구세주, 빨리 오사~"였습니다. 그러면 어김없이 외할머니께서 저희 옆에 같이 앉으시며, "아범아, 이젠 됐다. 밤이 늦었으니 그만하고 애들을 재우려므나.", 그러면 아버님께서, "아이, 장모님이 왜 나오셨어요? 이제 곧 재우겠어요."하시며, 곧이어 "자, 이제 해산!"을 하셨습니다.

 

3. 기도서가 잘 안보인단다...

    외할머니는 공부하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기도를 제대로 하지 않는 저희에게 늘 이런 부탁을 하셨습니다. "애들아, 이 기도의 글씨가 작아 잘 안보이니 좀 읽어다오." 그러면 저희가 마지못해 기도서를 읽어드리면 "이것도..., 저것도..."하시며 결국 저희들도 당신과 함께 아침, 저녁기도를 당신과 함께 하도록 만드셨습니다.

 

4. 예수, 마리아, 요셉!

    외할머니는 가끔 침을 맞으셨는데 그 통증을 참으시면서 늘 "예수, 마리아, 요셉!"을 부르셨습니다. 그러면 저희도 옆에 앉아 할머니와 함께 마치 우리가 침을 맞는 듯이 얼굴을 찡그리며 "예수, 마리아, 요셉!"을 합창하곤 하였답니다. 그후 저도 힘들고 아플 때, "예수, 마리아, 요셉!"을 부르게 되었습니다.

 

5. 희생적인 외할머니

    외할머니는 저희 7남매를 위해 늘 희생적이셨습니다. 예를 들면 과일을 먹을 때도 항상 당신은 껍질만 드시고 저희에겐 항상 맛있는 부분을 주셨습니다. 한번은 먼저 하늘나라에 간 동생 마태오가 길에서 과일껍질을 잔뜩 주워다 "할머니, 이거 먹어..."하며 주시자, "그래, 마태오야, 네가 제일 착하구나."하며 쓰다듬어주시기도 했었답니다.

 

6. 아, 아, 외할머니...

    외할머니는 6. 25 상이군인이신 저희 아버지에게 당신의 귀한 딸을 주셨지만 단 한 번도 그것을 원망이나 후회를 한 적이 없었다고 합니다. 심지어 아버지께서 술을 많이 드시고 어머니를 마구 울리실 때도 말입니다.

 

   고 3때, 밤마다 계속되는 아버지의 횡포를 피해 제가 무작정 가출을 하여 동인천 부근의 오부자 식당에서 몇 개월간 주방에서 설거지 일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정통종합영어와 수2정석’만 싸들고 가출한 저는 그 당시 ‘이 한몸 다 바쳐’라는 아버지에 관한 영화가 만들어지고 또 새마을 지도자 연수회에서 강의를 하시던 저희 아버지처럼의 자수성가를 꿈꾸며 하루하루 힘든 주경야독의 힘든 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몇 개월 만에 저를 찾아낸 친척은 저를 데리고 급히 집으로 가다가, "식당에 주민등록증을 맡겨 놓고 왔다"는 저의 말을 듣고 저를 소사의 외삼촌댁에 잠시 맡기셨습니다. 친척은 그 당시 치매에 걸려 저를 거의 못 알아보시는 외할머니방에 저를 들어가게 하고 밖에서 문을 잠그고는 급히 동인천으로 다시 가셨습니다. 그런데 저는 몇 달동안의 식당 주방일로 피곤한 탓인지 그냥 외할머니 곁에 푹 쓰러져 자고 말았습니다. 한참 자다가 어떤 따뜻하고 포근함을 느껴 눈을 떠보니, 할머니께서 제게 이불을 덮어주시고 묵주기도를 하시며 저를 환하게 웃으시며 바라 보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저는 저도 모르게 마치 돌아온 탕아(루가15,11-32참조)가 아들을 눈이 빠져라하고 기다리던 아버지 품에 안긴 것처럼, "아, 아, 할머니"하고 할머니 품에 안기고 말았습니다. 물론 그 후에도 몇 번의 가출이 더 있었습니다만 저는 그때 저를 만난 후 며칠 후에 돌아가신 외할머니의 기도와 사랑의 눈길을 늘 느끼고 있습니다. 그리고 언제가 다시 외할머니 품에 안기길 바라고 있습니다.

 

주님, 저희 외할머니 우막달레나에게 영원한 안식을 허락하소서. 아멘  

 

                                            (영화 ‘계춘할망’)

 

   길에서 잃어버린 손녀 혜지(김고은 분)를 약 12년만에 기적적으로 찾은 제주도 해녀 계춘할머니(윤여정 분). 손녀 혜지와 예전처럼 단둘이 제주도 집에서 함께 살면서 서로에게 적응해간다. 그러나 아침부터 밤까지 오로지 손녀 생각만 가득한 계춘과 달리 도통 그 속을 알 수 없는 다 커버린 손녀 혜지. 어딘가 수상한 혜지에 대한 마을사람들의 의심이 커져가는 가운데 혜지는 서울로 미술경연대회를 갔다가 사라진다.,,

 

                                  <말씀에 접지하기 ; 2 티모 1, 5>

 

                   ( 마르코니 문화영성 연구소 ; http://cafe.daum.net/ds0y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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