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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밀양을 쬐는 사람들 (밀양)
   2017/03/19  12:41
 밀양01.jpg

주: 오늘(3/19) 늦은 밤 11시 20분에 EBS에서 이창동감독의 영화 '밀양'을 방영한다기에 지난 2007년에 쓴 글을 올려봅니다.^^*

 

                              밀양을 쬐는 사람들


  십자가를 안테나로!
  한번은 천하를 통일한 알렉산더 대왕이 금의환향하여 입궐하다가 길에서 쪼그리고 앉아 햇볕을 쬐고 있는 초라한 모습의 스승 디오게네스를 발견하고 놀라워하며 “스승이시여, 어린 시절 스승님의 훌륭한 가르침을 받은 제가 이제 드디어 천하를 통일했나이다. 감사의 뜻으로 스승님의 무슨 소원이든 다 들어드리겠나이다. 말씀만 하소서”라고 했더니, “왕이시여, 저는 다만 왕께서 지금 가리고 있는 햇볕을 다시 쬐기를 바랄 뿐입니다”라고 했답니다.

   최근 어느 도시에서 일조권, 조망권 분쟁등으로 법정소송, 살인사건까지 있었다는 안타까운 뉴스 가운데 영화 ‘밀양’에서 호연을 했던 여배우 전도연씨가 마침내 제 60회 칸느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는 반가운 소식입니다. 그리고 그동안 ‘아랑제’, ‘밀양 아리랑’만 알려졌던 경상남도의 밀양시가 이번 깐느 영화제에서 영화 ‘밀양’으로 전세계에 다시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아무튼 저도 영화 ‘밀양’(Secret Sunshine)을 통하여 그동안 당연하게 또 무의식적으로 쬐었던 햇볕과 주님의 빛에 대해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리면서 영화 ‘밀양’을 소개합니다. 가브리엘통신


                                   <영화 ‘밀양’> 

 

  국도 한 곁에 고장 난 차를 세워 두고 전화로 안절부절 하는 한 여자 신애(전도연 분)가 있다. 낯선 외지에 사내아이 하나를 데리고 온 그녀, 신애는 얼마 전에 죽은 남편의 고향인 밀양으로 내려가는 중이다. 영화 <밀양>은 바로 신애가 찾아가는 지역인 경상남도 밀양이라는 지역의 이름이다. 그리고 신애의 고장난 차를 고치러 온 카센터 사장인 종찬(송강호 분)은 구수한 경상도 억양으로 신애에게  이렇게 말한다.
 "혹시 밀양이 무슨 뜻인지 알아요? 비밀 밀(密), 볕 양(陽), 즉 비밀스러운 햇볕? 좋죠?”.

  신애는 밀양에서 카센터 사장 종찬이 말하던 밀양 즉 ‘비밀스러운 햇볕’을 쬐며 피아노 학원을 열었다. 비록 그녀의 통장엔 아주 작은 돈만이 남았을 뿐이지만, 그녀는 이웃들에게 ‘좋은 땅을 좀 소개해 달라’며 자신만만하게 새생활을 시작한다. 그리고 죽은 남편의 고향에 덩그러니 정착한 모자를 측은하게 보는 이웃 사람들에게도 “ 저, 하나도 불행하지 않아요” 라고 애써 말하며, 씩씩하게 군다. 그러던 중, 신애가 보험금을 타서 땅을 산다는 소문이 나서 그녀의 아들 준이가 안타깝게도 유괴되어 무참히 살해된다.

  한편 친구가 좋고, 다방 레지 아가씨의 치마 속이 궁금한 종찬은 서울서 밀양에 살러 왔다는 매력적인 과부 신애를 만난다. 살 집을 구해주고, 피아노 학원을 봐주고, 그녀를 따라 땅을 보러 다니며 그의 하루 일과는 시작된다. 이따금 돌발적인 신경질과 도도하고 고집스러운듯한 그 여자는 관심 좀 꺼달라며, 그를 밀어낸다. 그래도… 자꾸 그 여자가 맘에 걸린다.

  신애는 그녀를 위로한 은혜약국의 김집사의 인도로 상처받은 영혼을 위한 기도회도 나가고 밀양역 앞에서 찬양대도 하며 교회에 나가다 어느 날 교도소를 방문하여 자기 아들 살인범을 용서하려고 한다. 하지만 교도소에서 "나는 이미 주님을 영접하고 용서를 받았다"는 살인범의 말에 오히려 충격을 받고 하느님과 교회를 원망하며 자신만의 일탈행동을 시작한다.


  하지만 오늘도 종찬은 그런 그녀 바라보며 주변을 빙글뱅글 맴돌고 있다. 모든 사랑과 희망을 일순간 잃어버린 한 여자와 신애를 돕겠다는 무작정 기웃거리는 푼수같은 남자지만 아들의 죽음이후, 자해소동을 벌이고 또 미장원에서 머리카락을 자르다 말고 갑자기 뛰쳐나와 자기집 마당으로 돌아와 오후의 햇볕을 쬐며 남은 머리손질을 하는 신애의 거울을 기꺼이 받쳐준다...

 

 주: .영화 <밀양>은 신애와 종찬이 말한 대사 속 밀양의 의미처럼 참 비밀(?)이 많은 영화이다. 오히려 신애와 종찬 이라는 두 인물은 발가벗겨져 있는 것처럼 모든 것을 보여주지만 정작 영화 이면에는 관객들 스스로가 알아차려 할 비밀들을 간직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영화 속에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우리가 부딪히게 되는 많은 비밀들에 대해서도 이야기 한다.
  “우리는 보이는 것만 소중하다고 믿지요. 하지만 보이지 않는 것도 소중한 게 있답니다.” “저기 작은 햇볕 하나에도 하나님은 의미를 주셨어요.”라고 말하는 약국 김집사 아줌마의 대사는 겉으로 기독교적 의미를 보여주지만 밀양 즉 “비밀스러운 햇볕”이라는 종찬의 말처럼 보이지 않는 작은 햇볕 하나가 가지는 의미를 알지 못하는, 아니 그 의미를 굳이 알려고 하지도 않는 우리들의 모습이며, 절대자와는 구별되는 인간이기에 그럴 수밖에 없는 우리의 모습을 대변하는 것이다. 이렇듯 영화 <밀양>은 인간이 살아가는 이야기이며, 왜 인간으로서 살아가는가를 보여주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영화자료출처: 무비스트)

                            <말씀에 접지하기; 이사 30, 26>

 

           ( 마르코니 문화영성 연구소; http://cafe.daum.net/ds0y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