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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가족과 친구와 이웃과 만드는 '삐에타 상'(주님 승천 대축일)
   2013/05/11  9:38

가족과 친구와 이웃과 만드는 삐에타 상

(주님 승천 대축일)

루카복음 24,46-53

 

 

1498년 어느 날 25살인 미켈란젤로가 대리석 가게 앞을 지날 때 거대한 대리석이 눈에 들어왔다. 가게 주인에게 그 대리석의 값이 얼마인지 물었다. 가게 주인이 이 대리석은 돈을 받고 팔지 않습니다. 지난 10년간 아무도 쳐다보는 이가 없었답니다. 그냥 가져가도 됩니다.” 하고 대답하는 것이었다. 미켈란젤로는 그 대리석을 공짜로 얻었다. 1년이 지난 뒤, 그는 그 대리석 가게 주인을 자기 작업실로 초대해서 그때 그 대리석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보여주었다. 가게 주인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것은 성모 마리아가 십자가에서 내려진 예수 그리스도를 안고 있는 걸작 바티칸 삐에타였던 것이다. 이탈리아말 삐에타(pieta)자비를 베푸소서라는 뜻이다. 가게 주인이 물었다. “어떻게 이런 훌륭한 조각품을 탄생시킬 수 있었습니까?” 미켈란젤로는 내가 이 대리석 앞을 지나치려 하는데 예수님이 나를 불러 이렇게 말씀하시더군요. ‘나는 지금 이 대리석에 누워있다. 불필요한 부분들을 떼어내 내 모습이 드러나게 하여라.’ 내가 대리석을 들여다보자, 어머니 마리아의 무릎에 누워계시는 예수님의 형상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 형상이 숨어 있었기 때문에 그 대리석이 그토록 기묘한 모습을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나는 다만 예수님이 시키시는 대로 불필요한 부분을 쪼아냈을 뿐이랍니다.” 미켈란젤로는 자기 내면의 잠자는 걸작을 깨워 돌덩이를 마치 살아있는 인물처럼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 경지에 오른 동양의 옛 조각가들은 자신이 부처를 조각하는 것이 아니고 이미 돌덩이 속에 있는 부처를 심안(心眼)으로 보고 자기는 다만 부처의 몸에 붙은 불필요한 돌을 툭툭 털어낼 따름이라고 말한 것과 비슷하다. 바티칸 삐에타는 피렌체에 있는 다윗 상,’ 로마 산 피에트로 성당에 있는 모세 상과 더불어 미켈란젤로의 3대 걸작으로 꼽히는데, 그 중에서도 완성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미켈란젤로는 예수님이 잠든 것 같은 아기처럼 평온한 표정을 하고 성모님의 무릎 위에 뉘여 계시는 모습으로, 성모님의 표정은 아들의 고난을 묵상하는 모습으로 조각했다. 예수님의 부활을 예상하게 하고, 고통의 극치까지 가신 아들을 자애로운 눈길로 평온하게 잠든 모습이 되게 하는 성모님의 깊은 모성을 강조하려 한 것이다. 이처럼 미켈란젤로는 자기 선배들의 작품에서 보이는 고통과 슬픔으로 일관되는 분위기를 없애고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서 절제된 침통함, 무언의 고통 속에서 구원을 성취한 아드님을 만나는 어머니의 모습을 돋보여준다.

 

 

미켈란젤로는 성모님이 왼팔을 예수님의 몸에 대지 않은 모습으로 조각했는데, 이는 인간이 하느님의 몸에 손을 대는 것이 불경스럽다고 여겼기 때문이란다. 또한 그는 성모님을 아주 젊은 모습으로, 아들 예수님보다 더 젊은 모습으로 조각하여 청순하고 경건한 아름다움을 돋보이게 했다. 비참한 고통과 탄식을 초월한 냉혹하면서도 온화한 아름다움을 표현했던 것이다. 그는 성모님의 얼굴을 앳된 모습으로 표현한 이유를 자기 제자(Ascanio Condivi)에게 설명했다. “순결한 여자들이 순결하지 않은 여자들보다 젊음을 더 잘 보존한다는 것을 모른단 말이냐? 티끌만큼도 추잡한 욕망의 때가 묻지 않은 몸을 가진 동정녀라면 말할 나위도 없는 법일세. 이와 달리, 아들이신 그리스도께는 아직 아무런 기적이 일어나자 않았어. 그분은 인간의 몸을 가졌기에 늙게 보이시는 것이지... 그러니까 내가 가장 신성한 동정이신 성모 마리아, 즉 하느님의 어머니의 모습을 실제 나이보다 훨씬 더 젊게 조각하고 아들 그리스도의 모습은 실제 나이에 맞게 조작했다고 해서 놀라지 말게.” 조작가의 이러한 발언은 단테의 신곡, 천국편 33에 나오는 동정이신 마리아, 당신 아들의 딸이시여!”라는 말을 표현한 것이라고 전해진다.

 

 

미켈란젤로는 그리스도의 몸을 작게 표현하면서 옷을 이용하여 마리아의 무릎을 크게 보이게 했다. 그는 옷이 신학적으로 중요한 뜻이 있다고 여겼다. 대리석으로 구겨진 옷자락의 주름을 만들어 예수님을 옷으로 감싼 것은 하느님의 보호를 받아 이제는 어떠한 위협도 받지 않으시는 상황을 상징한다는 것이다.

 

 

우리도 미켈란젤로처럼 삐에타 상을 우리 마음속에 조각하려고 그리스도의 제자가 되었다. 영원한 아름다움을 추구한 미켈란젤로가 대리석 속에 숨겨진 예수님과 성모 마리아의 모습을 심미안(審美眼)으로 알아낸 것처럼, 우리도 자신과 이웃 안에 새겨져 있는 예수님과 성모님의 모습을 찾아내는 마음의 눈을 떠야하겠다. 십자가에 못 박힌 상흔을 지니고 계신 아드님을 바라보시는 성모 마리아의 모습으로 그리스도의 고난에 참여하고 가난과 병고와 불의의 희생이 되는 이들을 바라보아야 구세주 예수님을 품에 안을 수 있다. 예수님과 함께 승천하여 영원히 하느님과 얼굴을 맞대고 살려면 예수님이 우리 마음속에, 우리 가정과 동네와 직장과 사회에 십자가에 못 박히신 모습으로 형태를 갖추시도록 날마다 가족들과 친구들과 이웃과 함께 삐에타 상을 조각해야 하겠다. 그러지 않으면 삐에타 상 같은 걸작은 만들어지지 않거나 깨어지고 만다. 피에타 상은 1972년 한 정신병 환자가 열네 번이나 휘두른 망치에 손상을 입고 난 뒤 보수되어 방탄유리 상자 안에 전시되어 있다.

 

 

내 마음속에 사랑이 있으면 그 사람이 아름답게 보이고, 그 사람이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게 되고, 그의 기쁨이 나의 기쁨이 된다. 그 다음, 그가 보고 싶어지고, 그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기쁨으로 몸이 떨리는 것을 느낀다. 그와 함께 있으면 한없이 행복해지는 것이다. 이러한 사랑으로 예수님과 성모님을 마음속에 품으면 승천하여 하느님과 얼굴을 맞대고 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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