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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세익스피어가 발 벗고도 따라갈 수 없는 사람들(연중 제13주일)
   2013/06/29  16:29

세익스피어가 발 벗고도 따라갈 수 없는 사람들

(연중 제13주일)

루카복음 9,51-62

 

 

세익스피어는 인류 역사에서 가장 걸출한 대문호라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람들에게 존경과 사랑을 받는 그가 가장 존경한 사람은 누구였을까? 어느 날 세익스피어가 오랜만에 친구 집에 방문했는데 미리 연락을 하지 않아 친구가 외출하고 없었다. 마침 하인이 주인이 곧 오실 것이라고 하며 그를 집 안으로 모셨다. 하인은 그에게 따뜻한 홍차 한 잔과 가볍게 읽을 만한 책을 그릇에 담아왔다. 그는 책까지 제공한 하인의 배려에 감동했다. 오래 기다려도 친구가 돌아오지 않자 세익스피어는 차나 한 잔 더 마시려고 부엌에 들어갔는데 하인이 아무도 보지 않는 부엌에서 양탄자 밑을 청소하고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양탄자 밑은 들추지 않으면 때가 보이지 않아 청소할 필요가 없는 부분이다. 주인과 동료들이 없는데도 그 하인은 자기의 일을 묵묵히 하고 있었다. 세익스피어는 하인에게 너무나 큰 감동을 받은 나머지 성공의 비결을 배우고 큰 영향력을 받은 사람이 누구냐?” 하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바로 친구 집에서 남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일을 충실하게 하는 그 하인이었다고 대답했단다. “혼자 있을 때도 누가 지켜볼 때와 같이 한결 같이 처신하는 사람, 바로 그 사람이 어떤 일을 하든 성공할 수 있는 사람이요 내가 가장 존경하는 사람입니다.”

 

 

예수님의 제자들은 누가 보든 보지 않던 제 할 일을 다 하는 하인을 본받은 세익스피어보다 훨씬 더 잘 살아야 한다. 그들은 인권과 생명의 존엄성과 정의와 진리와 사랑을 위해 목숨을 바치려고 예수님을 믿고 따른다. 그들은 예수님의 제자이기 때문에 온갖 박해와 중상과 모략과 증오의 희생이 되어도 예수님의 제자직분을 끝까지 고수하는 이들이다. 예수님의 제자답게 살기 위해서는 친구의 하인을 본받은 세익스피어를 닮는 데서 그치지 말고 인류를 위해 목숨까지 바칠 각오를 해야 한다.

 

 

예수님의 제자이기 때문에 부귀영화를 다 버리고 중국과 북한의 국경지대에서 사선을 넘나드는 그리스도인들이 있다. 북한에서 인권과 사람의 목숨이 유린당하고 있는 오늘 한국 사람이라면 같은 동포로서 탈북자들의 처참한 생활조건에 대해 염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마음으로는 탈북자들의 고통에 동참하고 싶어도 실제로 도움을 주기는 어렵다. 개신교 교직자들이나 천주교 성직자들 중에는 중국과 북한 국경지대에서 탈북자들이 중국인들에게 인신매매를 당하거나 성노리개로 팔려 입에 담을 수 없는 만행의 희생이 되거나 체포되어 북한으로 되돌아가서 처형되지 않도록 애쓰는 분들이 있다. 그들이 북한에서 굶어죽지 않도록 탈북을 돕기도 하고 북한을 탈출한 이들을 안전지대로 인도하기 위해 온갖 위험을 무릅쓰고 있다.

 

 

중소기업 사장인 어느 개신교 신자는 자기가 다니던 교회의 목사를 따라 중국 옌지와 단둥으로 선교를 가서 자기의 인생행로를 근본적으로 바꾼 체험을 하게 되었다. “두만강을 따라 하루에도 수십 구씩 굶어 죽은 시신이 떠내려 왔어요. 강가에 서 있는데 어린 소년이 다가와 옷깃을 잡더군요. 아이가 같은 동포끼리 같이 좀 삽시다하고 말하더군요.” 그는 꽃제비를 만난 것이다. 또한 중국에서는 탈북여성들을 만나면 마음대로 처리할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죽여도 되고 살려도 되고 짐승취급을 해도 괜찮다는 것이다. 이 일을 계기로 그는 북한 주민의 인권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는 갈렙 선교회의 김성은 목사다. 번창했던 중소기업을 그만두고 목사가 되어 북한에 그리스도교를 전하려고 결심했다. 지인들이 미친 짓이라고 말렸지만 그는 한사코 신학생 신분으로 중국과 북한의 국경을 떠돌며 탈북자를 구하는 일을 시작했다. 남한에서 헌 옷을 모아 숨어 있는 탈북자들에게 나눠주기 위해 수백 벌 옷을 담은 가방을 목에 건 채 중국 땅을 헤매 다녔다. 중국 공안을 피해 죽을힘을 다해 도망치기 일쑤였다. 옷 가방을 나르다 생긴 목 디스크 수술로 그의 목뼈엔 철심이 여섯 개나 박혀있단다. 김 목사는 탈북한 북한 여군 출신 여자와 결혼해서 천안 시내에 작은 탈북자 교회를 차렸다. 2,002년 태어난 첫 아이는 뇌성마비였는데 7년 만에 죽었다. 하느님은 당신의 부르심에 따라 탈북자들을 살리려고 중소기업 사장 자리도 그만두고 체포되어 처형당할 위험을 수없이 모면한 그에게 기적을 일으켜 이 가혹한 시련을 없애주지 않으셨다. 김 목사는 북한 고아들인 꽃제비를 위한 유아원을 천안에 세우기 위해 애쓰고 있다. 왜 이처럼 힘들고 위험한 활동을 하는지 묻는 기자의 질문에 예수님이 시켜서 한다고 대답했다. 예수님은 김 목사에게 탈북자들과 꽃제비들을 살리기 위해 십자가에 못 박히신 당신처럼 목숨을 내놓고 사선死線을 넘나 들으라고 명하신다는 것이다.

 

 

우리가 다른 사람을 본받는다는 말은 전인적 차원에서 그의 인생행로, 가치관, 사고방식, 활동, 죽음에 동참하는 것을 뜻한다. 이처럼 예수님을 믿고 따르는 제자도 모든 인간적 안정과 자녀의 의무와 가족들과 맺는 유대관계보다 예수님의 생활양식과 활동과 십자가 죽음에 참여하는 것을 더 중요한 일로 여기는 사람이다. 모든 사람이 다 탈북자들을 살리기 위해 김 목사처럼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가 탈북자들이 인권을 유린당하는 것을 보고 강 건너 불 보듯 하면 그리스도인이라 할 수 없다. 자신보다 하느님을, 자신보다 이웃을 먼저 생각해야 예수님과 훌륭한 사람들을 본받을 수 있다. 예수님의 말씀과 부귀영화 중에서, 예수님과 나의 이상이라 할 수 있는 연인이나 친구 중에서, 예수님 때문에 져야 하는 십자가와 가족의 무사안일 중에서 택일해야 하는 경우 누구를, 어느 쪽을 택할까?

 

 

예수님을 본받는 사람은 자신을 향해 서 있지 않고 하느님과 이웃을 향해 서 있다. 예수님을 본받는 사람은 자신을 위해 살지 않고 하느님과 이웃을 위해서만 존재한다. 예수님을 본받는 사람은 자기의 목숨과 인생이 자기 것이 아니라 하느님과 모든 사람의 것이라고 여긴다. 예수님을 본받는 사람은 자기는 아무 것도 아니고 하느님과 이웃의 종일 따름이라고 생각한다.

 

 

예수님을 제대로 닮으려면 그러지 않는 사람에 비해 조금만 달라져도 된다. 탈북자들을 돕기 위해 용돈을 조금만이라고 절약하면, 안부 전화를 다른 사람들보다 한 번 더 해주면, 자기 말을 먼저 하지 않고 남의 말을 먼저 들어주면, “미안하다.”는 말 한 마디를 먼저 하면, “고맙다.”는 말을 한 번 더 하면, 한 발 앞서 먼저 인사하고 베풀면, 예수님의 제자답게 살고 더욱더 훌륭한 사람이 된다.

 

 

이와 반대로, 예수님을 닮지 않는 사람은 늘 이웃을 괴롭히고 그의 마음에 상처를 입히고 그를 죽인다. 나는 상대방을 평가하거나 비난할 권리가 없다. 중요한 것은 내가 그 사람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아니다. 그 사람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중요하다. 인간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는 것은 범죄다.”(생텍쥐페리)

 

 

나에게 가장 고귀한 사랑의 믿음을 주소서. 이것이 나의 기도이옵니다. 죽음으로써 산다는 믿음, 짐으로써 이긴다는 믿음, 연약해 보이는 아름다움 속에 강한 힘이 감추어져 있다는 믿음, 해를 입고도 원수 갚기를 싫어하여 겪는 고통의 존엄한 가치에 대한 믿음을 주옵소서.”(간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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