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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믿음과 사랑의 최대 적은 돈으로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성 김대건안드레아사제)
   2013/07/06  9:30

믿음과 사랑의 최대 적은 돈으로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자 대축일)

마태오복음 10,17-22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의 증조부 김진후 비오와 조부 택현 안드레아와 아버지 제준 이냐시오는 예수님을 구세주로 증언했기 때문에 살해당한 분들이다. 하느님 때문에 패가망신한 집안이다. 하느님은 우리에게는 너무나 큰 은혜를 내려 그분들처럼 목숨을 바치거나 재산을 몰수당하거나 패가망신하지 않아도 신앙생활을 제대로만 하면 많은 사람들에게 존경과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세상에서 살게 해 주셨다. 이처럼 좋은 시절에 예수님의 제자가 되기 위해 순교자들을 본받는 것만큼 쉬운 일이 어디 있을까? 그러나 실제로는 더 어려운 것 같다. 우리를 하느님에게서 멀리 떨어져나가도록 유혹하는 것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우리의 믿음을 파괴하려는 원수들은 성 김대건 신부님 시대와는 달리, 물질만능주의와 안락하고 풍족한 생활조건이다. 돈만 있으면 못할 것이 없는 세상에서 양심과 신의와 의리와 사랑을 지켜나가기가 무척 어려워 보인다. 오늘은 천주교를 믿는다고 죽이려 드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비신자들처럼 무신론자로 살면 많은 부귀영화를 주겠다고 유혹하는 자들이 없는 곳이 없을 지경이다.

 

 

우리가 순교는커녕 신앙생활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 이유들 중 하나는 물질만능주의에 빠졌기 때문인 것 같다. 돈으로 할 수 없는 것이 없다는 가치관 때문에 믿음도 사랑도 희망도 사라지고 만다. 우리의 불행은 모자람이 아니라 오히려 넘침에서 비롯된다. 모자람이 채워지면 고마움을 알지만 넘침에는 고마움이 따르지 않기 때문이다. 가진 것이 적어서가 아니라 따뜻한 가슴을 잃어 가기 때문에 우리가 예수님을 닮으려 하지 않고 그래서 우리가 불행해진 것이다.

 

물질만능주의는 우리를 물질의 노예로 만든다. 그 근거는 이러하다. 첫째, 가진 사람은 자기가 가진 것에 쉽게 적응하고 다른 것을 또 추구한다. 부채로 만족하던 사람이 에어컨을 찾는다는 것이다. 둘째, 만족도의 기준이 자기가 아니라 남의 것이다. 남이 더 많이 가졌으면 자기가 많이 가졌어도 불만을 느낀다. 남이 더 좋은 것이나 더 많은 것을 가진 것을 보면 자기의 것은 빈약하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부유한 나라들이 행복지수가 하위에 속한다는 사실이 의미심장하다.

 

예수님은 삶의 참된 의미와 목적이 돈보다 의리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 내 권리나 이익이나 목숨보다 남의 권리와 이익과 목숨을 더 귀하게 여기는 것이라고 가르치신다그래서 우리가 생각과 말과 행동으로 예수님을 가족들과 친구들과 이웃에게 증언하는 것을 가장 중요한 삶의 목적으로 삼고 있다. 그들을 찾아가 이기심과 가족이기주의에서 구원받아 남을 사랑하는 것이 곧 자기를 사랑하는 것임을 깨닫고 지금 영원한 생명과 영원한 행복을 누리자는 복음을 증언하려고 애쓰는 것이다.

 

 

구원은 질투나 상실감이나 원한이나 내적인 갈등이나 열등의식이나 나쁜 성격으로 상처 입은 인간성이 아니라 온전한 인간성을 가지는 데 있다. 성실하고 온화하고 서로 용서하고 인정하고 배려하고 사랑하는 사람이 구원받은 사람이다. 나쁜 짓을 하지 않았다고 천국에 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선을 행해야 하느님을 만나 뵐 수 있다. 선을 행하는 사람만이 순교할 수 있다. 이와 반대로, 선을 행하지 않는 사람은 순교는커녕 예수님을 배척할 사람이다. 선행은 미소를 보여주는 것, 이웃의 장점을 인정해주는 것, 성을 내는 사람을 피해줌으로써 그가 더 성을 내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선행은 잘못은 내가 더 짊어지고 공로는 상대가 더 가지게 하는 것이다. 선행은 하나라도 더 봉사하는 것, 하나라도 더 배워 더 많은 사람들에게 쓸모 있는 존재가 되려고 애쓰는 것이다. 선행은 먼저 인사하고, 먼저 쓰레기를 줍는 것이다. 물건을 팔고난 다음 전화 한 통을 더 해주는 상인, 아랫사람의 말을 1분 더 들어주는 어른, “미안하다.”는 말 한 마디를 먼저 하는 부부, 한 발 앞서 먼저 인사하고 베푸는 사람, 이러한 사람이 되는 것이 곧 예수님의 제자가 되어 순교할 수 있다. 이런 사람의 둘레에는 늘 많은 사람들이 모여든다. 행복하고 성공적인 인간관계를 위해 반드시 거창한 수고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우리가 전화하고 칭찬하고 사과하고 감사하는 횟수를 늘리면 얼마든지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훌륭한 대인관계를 바란다면 다른 사람을 변화시키려 하지 말고 자신이 먼저 달라져야 한다.

 

 

행복은 이웃과 함께 누려야 하고 불행은 함께 힘을 모아 딛고 일어서야 하는 것이다. 남을 배려하는 마음에는 자력처럼 따뜻하고 상서로운 기운이 몰려오는 반면, 자기만 생각하는 마음에는 차갑고 불길한 기운만이 엄습한다. 내 둘레에는 좋은 기운 혹은 나쁜 기운 중에서 어느 쪽이 맴돌고 있는가? 물질적인 풍요와 안락한 삶보다 사람이 더 귀함을 아는 사람만이 하느님을 향한 사랑을 위해 목숨을 바칠 수 있다. 그러나 물질적인 풍요로움에 집착하면 참된 대인관계를 할 힘을 잃어버리고 달팽이처럼 자신의 노예가 되고 만다.

 

 

선을 행하면 자기를 실현하게 되고 좋은 호르몬이 많이 분비되어 보람과 기쁨과 생명의 힘을 느끼고 영생을 미리 맛보게 된다. 우리의 염색체에는 남을 도울 때 기쁨을 누리게 하는 요소가 있다. 이처럼 돕는 일은 본능이다. 선행을 하지 않으면 본능을 거스르는 짓이다. 하느님은 이러한 본능에 따라 선행을 하는 데 습관이 되어 늘 행복에 겨워하는 사람만 영원히 행복하게 해주신다.

 

 

김대건 안드레아 순교 성인은 자신과 가족보다 하느님을 더 중요한 분으로 섬기려고 목숨을 바쳤다. 그래서 하느님은 그에게 당신을 닮은 존재, 영원한 사랑을 자닌 성인으로 만들어주셨다. 우리도 안드레아 신부님을 본받아 날마다 가장 소중한 것을 하느님과 이웃에게 바치면 하느님과 이웃도 가장 소중한 것을 우리에게 주신다. 이와 반대로, 우리가 아까워하면, 하느님과 이웃도 아까워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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