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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50만 명을 학살한 자들을 용서한 사람들(연중 제17주일)
   2013/07/27  9:37

250만 명을 학살한 자들을 용서한 사람들

(연중 제17주일)

루카복음 11,1-13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가르쳐 주신 주님의 기도내용은 제자들이 마음을 모아 하느님의 왕국에 들어가 그분과 하나 되기 위해 필요한 양식인 아버지의 자녀답게 사는 은혜와 서로 용서할 수 있는 은혜를 간청하는 것이다. 잘못한 이웃이나 원수를 용서하는 것은 자비로운 하느님(루카 15,11-32)을 본받고 무상으로 하느님의 용서를 받으며 자기에게 잘못한 이웃을 용서할 수 있는 은혜를 받기 위함이다. 하느님의 용서와 우리 자신의 용서는 떼어놓을 수 없다. “용서하여라. 그러면 너희는 용서받을 것이다.”(6,37)

 

 

남을 용서하는 사람은 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을 하는 사람이요 증오와 폭력의 악순환을 끊고 사랑을 심는 이들이다. 어느 시어머니가 타당하게 꾸짖는 자기에게 보복하려고 독설을 퍼붓는 며느리를 용서하기 어려웠다. 며느리의 독설은 이러했다. “어머니는 시집올 때부터 지금까지 성질이 그렇게 별나다면서요?” 이보다 더 고약한 짓도 했다. 시어머니에게 앙갚음을 한 것을 동네 목욕탕에 가서 자랑스럽게 떠벌렸다. 이 며느리는 보복한 뒤 속이 후련해서 시어머니 앞에서 생글생글 웃었다. 그럴수록 시어머니는 더욱더 약이 오르고 속이 뒤집어 올라 정신을 가누기 어려웠다. 그래도 이 두 사람은 한 지붕 밑에서 같이 살아야 한다. 시어머니가 며느리에 대한 원한을 삭이지 못하면 한이 맺혀 병들어 죽고 말 것이다.

 

 

마음이 넓은 시어머니라면 며느리의 욕을 소화해낼 것이다. 시어머니는 며느리가 가정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거나 성장하면서 상처를 입었기 때문에 그렇게 불손한 말을 했다고 여길 수 있을 것이다. 자기가 아들을 잘못 키웠기 때문에 며느리가 그에게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해서 그랬다고 여길 수도 있다. 인간관계에서 일어나는 모든 불화는 양쪽에 탓이 있다는 원칙을 감안할 수 있을 것이다. 시어머니가 자기 잘못을 보지 못하고 며느리만 탓하면 이 둘의 관계는 끊어지고 만다. 그러나 자기에게도 잘못이 있음을 간파한다면 며느리를 다시 품속에 안을 수 있다. 시어머니가 마음이 칼에 찔리듯 아파도 자기 마음속에 사랑의 불꽃을 끄지 않으려고 불손하고 몰상식한 며느리를 이해하고 용서한다면 구원의 빛이신 예수님의 제자가 되고 모든 사람들에게 빛이 된다. 이러한 시어머니가 인생에 성공한 사람이요 가장 행복한 사람이다.

 

 

시어머니가 내세믿음이 투철하고 사랑과 관용을 최상 가치로 삼아야 며느리를 용서할 힘을 얻는다. 용서하지 않으면 자기도 용서받지 못할뿐더러 점점 불행의 늪 속으로 깊이 빠져들어 자기 인생을 망쳐버리고 만다고 생각해야 한다. 또한 몰상식하고 교양도 없으며 속이 비좁은 며느리를 용서함으로써 그를 행복하게 해야 시어머니 자신도 행복해질 수 있다. 사람은 자기를 희생하는 만큼 행복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신의 사랑이 머무르는 곳이 바로 당신의 종교입니다.”(H.D. 소로우

 

 

이웃을 용서하지 않는 사람은 자신을 용서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내가 지겨워하는 나의 모습이 이웃도 가지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그를 미워하고 용서하지 않는 것이다. 어떤 외부의 자극이 있더라도 우리 안에 자극을 받을 요소가 없다면 그런 감정이 일어나지 않는다. 자신 속에 없는 것은 절대로 자신을 흥분시키지 않는 법이다(H. 헤세). 우리가 남을 쉽게 용서하지 못하는 이유는 성장과정에서 애정결핍이나 상처를 받아 원한이 무의식 층 속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각자가 회개하고 서로 용서할 수 있기 위해 부부가 서로, 부모가 자녀들을, 자녀들이 부모를, 이웃이 이웃을 더욱더 사랑하여 용서할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 따라서 자기가 지닌 약점이나 성격상 결함을 고쳐야 남을 용서할 수 있다. 또한 자기에게 많은 결점이 있듯이 남에게도 그러하다는 평범한 사실을 인정하고 자기와 남을 용서하려고 애쓰는 사람이 용서를 잘하는 사람이다.  남에게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지 않는지 돌이켜봐야 하겠다.

 

 

원수 사랑을 국가 차원에서 모범적으로 실행하고 있는 나라가 캄보디아이다. 독재자 폴 포트가 최단 시일 안에 완벽한 공산주의를 건설하겠다고 1,975년부터 5년간 10대 중반도 채 안된 남녀 아이들을 공산주의의 맹신자로 만들어 대학살을 자행했다. 인구 약 1,000만 명 가운데 무고한 시민 250만 명, 즉 인구의 4분의 1을 학살했다. 지식인, 자본가, 경제인, 공무원, 판검사, 군인, 경찰, 의사, 엔지니어 등, 피해를 안 입은 가정이 없다. 폴 포트와 그의 추종자들은 안경을 쓰고 지식인처럼 보인다고, 손바닥에 고생한 흔적이 없다고 죽였다. 감옥에서 어린아이가 운다고 죽였고, 어린아이는 다리를 잡고 나무에다 쳐서 죽이고, 심지어 공중에 내던지고 총을 쏘아 죽이고, 죽창이나 총검으로 찔렀다. 청년을 붙잡아 산채로 간을 빼내어 강장제로 튀겨 먹고, 손발톱을 뽑아 버리기도 하고, 산채로 개미굴에 파묻어 개미 밥이 되게 하기도 했다. 죽은 시체도 토막 내어 바나나 나무의 거름으로 사용했다. 정치범은 굶겨 죽였고, 고문으로 죽이고, 독사를 수용소와 감옥에 풀어놓아 물려 죽이고, 몇 명씩 포개 넣어 더위에 죽게 했다. 왜 내가 죽어야하는지 모른 체 죽어 갔다. 이처럼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다 죽고 국가를 이끌어 나갈 지식인과 기술인이 없고 학교는 가르칠 선생이 없다.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든 폴 포트가 심장마비로 죽기 전에 자기가 자그마한 실수를 했을 따름이라고 말했단다. 그의 심복들은 지금도 부유하게 살고 있다. 그러나 캄보디아 국민들은 과거를 묻지 말자고 합의하고 조국을 재건하기로 했다. 이 국민들이 남편, 아들과 딸, 친인척과 친구들을 학살한 원수들에게 보복하지 않고 그들을 용서하기로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낸 이유는 보복이 폭력의 악순환과 더 큰 폭력을 자아내기 때문이란다.

 

 

사랑하고 용서하는 사람은 죄악과 폭력의 악순환을 파괴하고 끊어진 대인관계를 복구하고 가정과 공동체와 사회를 건강하게 만든다. 천주교회의 힘은 인간적 자질이나 사업체나 부동산이나 웅장한 성당이 아니라 자비로운 사람이 되는 것이다. 자비가 없는 모든 예배와 기도는 무용지물이다. 미사참여는 자비로운 사람이 되기 위함이다. 주일미사에 빠지거나 기도를 소홀이하거나 금육재를 지키지 않았다는 죄만을 고백하는 신자들은 사회정화라는 종교 본연의 사명을 무시하는 사람이다. 보다 정의롭고 사랑이 흘러넘치는 사회를 건설하는 것을 최상의 사명으로 삼고 분투하는 이들만이 살아있는 종교인들이다. 참된 종교인은 요컨대 가출소년, 가출소녀가 없는 사회, 굶어죽는 사람이 없는 사회를 건설하려고 최선을 다하는 이들이다. 우리는 용서하지 않은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있다면 사랑의 빚을 진 사람이다. 모든 빚을 다 갚아야 인격이 성숙한 사람이 되어 영원히 하느님과 얼굴을 맞대고 살 수 있다.

 

 

 

종교의 진정한 핵심은 당신을 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과도 친구가 되는 것이다.”(M.K. 간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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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처: 바오로딸, 성바오로, 가톨릭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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