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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익명의 그리스도교''''(주님의 공현축일)
   2014/01/05  8:32

익명의 그리스도교(주님의 공현축일)

마태오복음 2,1-12

비신자들 중에서 우주의 절대적 존재가 있든 없던 인생에 절대로 필요한 일이라면 손해를 보더라도 꼭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불쌍한 사람들을 위해 천주교 신자들보다 더 헌신적으로 봉사하는 사람들도 많다. 병원을 팔고 아프리카로 가서 하루 한 끼도 못 얻어먹는 가련한 사람들과 비참한 생활여건 속에서 그들과 똑 같이 고생하며 봉사하는 의사부부도 있다. 이처럼 자비로운 사람들은 세례를 받지 않았어도 익명의 그리스도인이다. 천주교 신자들은 익명의 그리스도인들 중에서 자기들보다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더 잘 지키며 착하게 사는 사람들이 있음을 겸허하게 인정해야 하겠다.

오늘 복음에 나오는 동방의 세 박사는 유다인들과는 달리, 성경을 가지지 못한 이방인들이다. 세 박사는 하느님이 죄와 죽음으로 일관되는 이 세상을 구원할 메시아를 보내주시리라는 희망을 이웃 유다인들에게 배웠던 것 같다. 박사들은 이 희망에 이끌려 베들레헴까지 먼 길을 와서 예수 메시아를 뵙고 희망을 실현했다. 이방인인 동방 박사들이 예수 메시아의 탄생을 알고 경배하러 왔다는 이야기는 그리스도교 믿음이 없는 이들도 구원 받을 수 있음을 가르친다. 모든 사람이 피조물 안에 새겨진 하느님의 본질을 이성의 힘으로 파악할 수 있다(로마 1,19-20). 요컨대 하느님은 유다인들에게만 아니라 이방인들에게도 율법을 가르쳐주셨다. 이방인들의 마음속에 율법의 행위가 쓰여 있고 그들의 양심이 율법의 존재를 증언한다는 것이다(2,15). 하느님은 모세의 율법을 가지지 않은 이방인들을 그들의 행실에 따라 심판하신다. 그들도 양심과 마음의 법에 따라 살면 의화의 구원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예수님도 당신을 믿고 따르지 않는 사람일지라도 당신의 이름을 이용하여 악마를 내쫓는 것을 인정하셨다(마르 9,38-40). 그는 예수님의 이름에 의지하여 구원을 찾는 익명의 그리스도인이라 할 수 있다. 비신자들도 예수님의 이름에 힘입어 그분과 영적으로 연결되고 사탄의 왕국을 파괴할 수 있다.

예수님은 승천하신 후 아무도 자기를 보지 못하도록 숨어 계시지 않는다. 예수님은 낯선 사람, 헐벗은 이, 굶주린 이, 목마른 이, 병들고 감옥에 갇힌 이로 자처하신다(마태 25,40- 45). 구세주를 만나기 위해서는 이렇게 불쌍하고 가난하고 억압받는 이들을 찾아가야 한다. 그러니까 불쌍한 사람들을 돕는 이들은 비록 이 세상에서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지 않았을지라도 그분을 만났다고 할 수 있다. 그들은 그분에 대해 잘 모르고 그분의 복음을 듣거나 교회의 성사에 참여하지 않을지라도 하느님과 그리스도와 암시적이긴 해도 참된 관계를 맺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익명의 그리스도인들이고 익명의 그리스도교를 이룬다(K. 라너). 그러나 그리스도께서는 교회 안에서 온전한 구원을 받기 위한 하느님의 은혜를 베푸신다. 그러니까 우리는 그들을 내버려두지 말고 그리스도께 인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자비로운 행위는 그리스도와 일치하기 위해 필요한 덕목이고 신앙의 진위를 가리는 시금석이며 최후심판의 척도이다. 아무리 선을 많이 행한다 하더라도 자비로운 인간이 되지 않으면 자선행위는 그야말로 사업일 뿐이다.

일상 속에서 당신은 반드시 자애로운 사람이 되어야 한다.자애로움에서 비롯된 행동을 한다면 어떤 직업을 가지고 어떤 분야에서 일을 하는가는 조금도 중요하지 않다. 내면 깊숙한 곳에 자애로운 사람이 자리 잡고 있는 것만으로 충분하다.”(달라이 라마) 자주 미사에 참여하고 십계명을 지키고 수도서원을 잘 지키고 사제로서 훌륭하게 사는 것은 자비로운 사람이 되기 위한 방법이다. 그리스도와 인격관계를 맺어 그분의 생명을 나누어 받기 위해서는 원수나 친구나, 선인이나 악인이나 모든 사람을 사랑하시는 자비로우신 하느님을 본받아 자비로운 인격자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루카 6,36). 죄인을 회개시키는 방법은 그를 단죄하는 것이 아니라 그에게 자비와 관용을 베푸는 것이다. 사랑이 충분하면 뉘우치게 하지 못할 죄는 없다.

자비는 가정에서 생기고, 정의는 이웃과 관계에서 생긴다.”(C. 디킨스)

 

 

잘 읽히는 책

판매처: 바오로딸, 성바오로, 가톨릭출판사

박영식, 말씀의 등불. 주일 복음 묵상 · 해설(가해). 가톨릭출판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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