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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십자가의 신비와 물의 7덕(성 십자가 헌양 축일)
   2014/09/13  10:33

십자가의 신비와 물의 7(성 십자가 현양 축일)

요한 3,13-17

 

노자는 도덕경에서 최상의 선은 물과 같다.”라고 가르친다. 이는 물이 일곱 가지 덕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첫째, 물은 천하 만물을 이롭게 하고 생명을 준다. 아무도 물 없이는 살 수가 없다. 이처럼 물이 가장 큰 공덕을 가지고 있는데도 결코 남과 공명을 다투지 않는다.

 

둘째, 물은 사람과 짐승을 송두리째 없애버릴 수 있는 무서운 힘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끊임없이 낮은 데로 흘러간다. 낮은 자리와 뒷자리에 앉는 사람이 높은 사람, 위대한 사람이 된다는 뜻이다. 그러나 자꾸 높은 데로 올라가려고 애쓰는 사람은 결국에는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지고 만다.

 

셋째, 물은 낮은 데로 내려가기 때문에 점점 커진다. 이는 산속의 작은 시냇물이 자꾸 낮은 데로 흘러가 큰 시내와 강이 되어 망망대해에 다다르는 것으로 증명된다. 벼가 익으면 고개를 숙이는 것처럼 물을 닮은 사람도 겸손 하게 자기를 낮추고 모든 사람에게 존경과 사랑을 받는다.

 

넷째, 물은 흐르다가 막히면 돌아가는 지혜를 가르쳐준다. 이 세상에는 열리지 않는 문 곁에 열린 문이 있음을 알라는 뜻이다. 물은 죽음 곁에 생명, 불행 옆에 행복, 어둠 속에 빛, 거짓 곁에 참이 있음을 깨닫게 해준다.

 

다섯째, 물은 끊임없이 흘러 바위를 뚫고 산을 허물어버리는 인내와 끈기를 가르쳐준다. 어떠한 완력과 불의 앞에서도 주저하지 않고 끈기 있게, 용기 있게 대처하는 사람이 이러한 물을 닮았다.

 

여섯째, 물은 구정물도 받아들이는 포용력과 그것을 정화시키는 법을 가르쳐 준다. 물은 흐르기 때문에 자정력이 있고 남의 더러움을 씻어주면서 남을 더럽힐 줄 모른다. 이런 뜻에서 노자는 물을 상선약수(上善若水)라 일컫고 이 세상에서 가장 선한 것이 물이라 했다.

 

일곱째, 물은 어떠한 그릇에도 담기고 그 그릇의 색으로 변한다. 물은 네모진 그릇에 담으면 네모가 되고 세모진 그릇에 담으면 세모가 된다. 이처럼 물은 어느 상황에서나 본질을 간직한 채 모든 것에 순응하는 유연성을 가르쳐 준다. 모나지 않고 유연하게 다양한 사람을 너그럽게 포용하는 사람이 이러한 물을 닮았다.

 

예수님은 하느님의 뜻에 순종하여 당신 자신을 낮추고 비하의 극치까지 내려가 인류를 죄와 영원한 죽음에서 구원하셨다. 하느님 아버지께서는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신 예수님을 부활시켜 전 우주의 임금과 구세주가 되게 하셨다. 그래서 십자가는 죄와 죽음에 대한 승리의 상징이다. 십자가에는 죽음과 부활의 기쁨이 공존한다.

 

예수님이 보여주신 십자가와 부활의 신비에 스며든 사람은 하느님과 이웃 앞에서 자기를 낮추어 죄와 영원한 죽음에서 구원되고 하느님의 생명을 누린다. 그러나 사랑과 진리와 정의보다 자기 뜻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자는 하느님과 이웃의 존재를 무시하고 참사람이기를 포기한 것이다.

 

예수님의 제자는 채워야 할 자리가 비천하다 하여 모든 사람이 물러서더라도 자기만은 겸손하게 기꺼이 내려가서 온 몸과 마음으로 그곳을 채워주는 사람이다. 그는 모든 사람에게 모든 것이 되는 사람이다.

 

예수님의 십자가 정신을 지키는 사람의 삶 자체가 죄를 단죄하고 죄인들을 회개시키는 힘이 있다. 그는 아무리 사리사욕을 채우려고 생명과 인권을 짓밟는 잔인하고 추악한 정치권력이나 물욕과 위선과 무사안일주의에 빠진 종교인들의 가증스러운 작태 앞에서도 고고히 인권의 존엄성과 진리를 외치고 십자가의 힘으로 그들을 굴복시키고 만다.

 

십자가에 비하와 영광이 공존한다는 신비를 아는 사람은 세상이 춥다고 해서 누워 있지 않고, 세상이 어둡다고 해서 외면하지 않고, 가난하다고 해서 웅크리지 않으며, 지금 사랑하기가 어렵다고 해서 포기하지 않는다. 인생의 짐이 아무리 무거워도 꿋꿋하게 걸어가는 사람은 사랑과 희망의 빛을 비추며 절망 속에 희망을, 갈등 속에 화해를, 불행 속에 행운을, 슬픔 가운데 기쁨을, 증오 속에 사랑을 찾아낸다. 그러기 위해 날마다 물처럼 당신을 낮추신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묵상하자. 십자가는 영원한 생명과 행복이 사람의 공로에 달려 있지 않고 오로지 하느님의 은혜임을 가리킨다.

 

나는 온갖 비리와 기만술과 폭력이 난무하는 이 사회와 결별하고 싶어 산으로 올라가는데 물은 산에서 이 더러운 사회로 내려간다. 사랑, 가족, 우정이 힘겹게 여겨져 산으로 올라가는데 물은 세상이 좋아서 세상으로 내려가는 것을 보고 슬픈 생각이 든다. 물은 세상에는 당신이 채워야할 빈자리가 있다고, 그 더럽고 추악한 세상을 넓은 가슴속에 품어라고, 어떠한 모순과 불의와 거짓도 다 조화시키라고 속삭이며 끊임없이 낮은 곳으로 내려간다. 이 속삭이는 소리를 듣는 당신의 모습이 아름답게 보인다.

 

항상 자기가 설 곳보다 조금 낮은 장소를 택하라.

타인에게서 내려가라는 말을 듣는 것보다 올라가라는 말을 듣는 편이 낫다.

하느님은 자기 스스로 높은 곳에 앉은 사람을 아래로 밀어내고

스스로 겸손한 사람을 부축해 올리신다.”(탈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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