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가톨릭생활 > 칼럼 > 주일 복음 산책
제목 천국이 싫다고 스스로 지옥가는 자들(연중 제28주일)
   2014/10/11  9:56

천국이 싫다고 스스로 지옥으로 가는 자들

(연중 제28주일)

마태오복음 22,1-14

 

돌아가신 외할머니는 넉넉하지 못해도 가족 수보다 더 많은 수저를 놓곤 하셨다. 누군가가 느닷없이 찾아와서 밥을 먹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웃이든 친척이든 길손이든 거지이든 누군가가 와서 우리와 함께 밥을 먹기도 했다. 낯선 사람과 함께 밥을 먹는 것을 싫어한 자식들을 달래기 위해 배고픔과 갈증보다 더 견디기 어려운 고통이 없다고 하시던 외할머니의 따뜻한 마음씨와 인정이 그리워진다. 인간의 행복은 먹는 일에 좌우된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다. 그러나 진수성찬보다 더 중요한 음식은 많은 사람들의 인정과 사랑을 받는 것이다. 부자든 가난뱅이든, 높은 사람이든 낮은 사람이든 같이 먹는 데서 정이 나고 사랑이 샘솟는다. 외할머니는 많이 가져서가 아니라 많이 베풀려고 애쓴 분이라서 부자였다. 외할머니는 메시아가 베푸시는 구원의 잔치에 부르시는 하느님의 초대를 날마다 진지하게 받아들인 사람이다.

 

하느님은 천상에서 모든 민족을 위한 메시아의 잔치를 베풀겠다고 약속하셨다.

만군의 주님은 이 산 위에서 모든 민족을 위하여 영양분이 많은 음식과 잘 익은 술로 잔치를, 영양분이 많고 기름진 음식과 잘 익고 잘 거른 술로 잔치를 베푸시리라.”(이사 25,6)

 

하느님의 구원이 이처럼 성대한 잔치에 비유된 것은 맛있는 음식을 배불리 먹는 것이 건강한 사람에게 크나큰 즐거움이요 기쁨이라는 데서 비롯된 사상이다. 영원한 기쁨과 행복은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고 부활하신 그리스도께서 하느님의 왕국에서 천상의 잔치에 참여하는 이들에게 베푸시는 선물이다. 그러므로 우리 외할머니처럼 하느님과 이웃을 향해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자신을 하느님께 바치고 이웃을 위해 돈과 시간을 아끼지 않는 사람이 메시아의 잔치에 참여할 자격이 있다. 이와 반대로, 사랑을 거절하는 사람은 자기실현을 거절하고 지옥을 불러온다. 나에게 밥을 얻어먹은 사람이 나를 욕하면서도 다시 내 밥상에 앉으려고 다가오면 그를 물리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그러나 하느님은 사랑을 거절하는 나에게 벌을 내리신다.

 

남을 사랑하거나 용서하려면 먼저 옳다고 여기는 나의 아집을 무너뜨려야 한다. 나의 아집이 무너질 때 내가 죽는 것이다. 그때는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것 같지만, 무너지고 난 뒤에는 한없이 홀가분해지고 많은 사람들이 내 둘레에 모여들어 나와 함께 잔치를 벌이고 살맛이 난다. 자기의 잘못을 알고도 안락한 삶을 위해 의식적으로 고집을 부리고 잘못된 생활양식을 고집하는 사람은 옹고집장이이거나 노망한 자이거나 정신병자이다. 아집과 독선과 함께 사는 사람은 제멋대로만 살고 아주 버릇없는 놈이며, 제 것밖에 모르는 이기주의자다. 왜 저 따위 못된 놈을 데리고 사는가? 고집쟁이가 한숨을 깊게 쉬며 대답했다.

 

처음엔 저 놈이 어떤 놈인지 몰랐어요. 알고 보니 저 놈은 힘이 무척 센 놈이에요. 내가 데리고 사는 것이 아니라 저 놈이 날 붙들고 놓아주질 않는답니다.”

 

노인은 자신만의 생각과 고집에 매어 있지만, 어르신은 기꺼이 마음을 열고 베풀려고 하는 사람이다. 대체로 사람은 몸과 더불어 마음이 늙는다. 나이가 들면 넉넉한 마음을 제일 소중하게 여긴다. 나이가 든 사람들이 젊은이들을 보고서 왜 저렇게 무례하고 성급하고 부딪치고 깨어지느냐? 하고 묻는 장면은 우리 모두의 옛날 사진이다. 비정한 마음은 피 묻은 손보다 더 나쁘다. 마음을 청소하면 누구나 성자의 행복을 경험할 수 있다. 우리는 마음의 존재이다. 모든 것은 마음에서 비롯된다. 마음이 천국이나 지옥을 만든다. 우리 외할머니처럼 늘 남을 도울 마음자세를 가진 사람은 천국에서 산다. 이와 반대로, 늘 자기만 생각하는 사람은 이미 영적으로 죽은 목숨이요 지옥에 떨어졌다.

 

사람은 밥이 없어 굶주리는 것처럼, 자기실현을 못 해도 굶주린다. 자기실현은 이웃에게 사랑을 베풀어 그의 존재를 인정해주고 그들에게 사랑을 받아 자기 존재를 인정받음으로써 이루어진다.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하는 능력이다. 보리죽을 먹든 맛있는 밥을 먹든 누더기를 걸치든 보석을 휘감든 사랑하는 능력이 살아 있는 한 세상은 순수한 영혼의 화음을 울리고 언제나 좋은 세상이 된다(H. Hesse). 현실에서 생명을 느끼고 기쁨을 누릴 수 있으면 그것이 곧 천국이다. 이 기쁨을 부부생활과 가정생활, 그 밖의 대인관계에서 체험하는 사람은 하느님의 왕국에서 누리는 삶을 느낄 수 있다.

 

악을 선으로 만드는 것도 마음이고,

불행과 행복, 부자와 가난뱅이를 만드는 것 또한

마음이다.”(E. 스펜서)

 

 

 

잘 읽히는 책

판매처: 바오로딸, 성바오로, 가톨릭출판사

박영식, 말씀의 등불. 주일 복음 묵상 · 해설(가해). 가톨릭출판사 2007.

-----, 루카 복음(예수의 유년사). -루카복음 1-2. 입문, 새 본문번역, 해설? 도서

출판 으뜸사랑 2013

-----, 루카복음. 루카복음 3-24장 해설. 도서출판으뜸사랑 2013

-----, 마태오 복음 해설. 도서출판 으뜸사랑 2013년 개정초판

-----, 공관복음을 어떻게 해설할까. 도서출판 으뜸사랑 2012

-----, 마르코 복음 해설. 도서출판 으뜸사랑 2012년 개정 초판

-----, 오늘 읽는 요한 묵시록. 바오로딸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