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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받은 은혜에 감사하려고 스님이 된 신라의 신충(연중 제5주일)
   2015/02/07  9:32

받은 은혜에 감사하려고 스님이 된 신라의 신충

(연중 제5주일)

마르코복음 1,29-39

신라 34대 효성왕(기원후 737-742)이 임금이 되기 전 세자로 있을 때 선비 신충과 함께 대궐 뜰에 있는 잣나무 밑에서 바둑을 두고 있었다. 세자가 신충에게

 

내가 임금의 자리에 올라 그대를 잊는다면 저 잣나무가 증거가 될 것일세.” 하고 말했다.

신충은 너무 고마워 일어나서 큰 절을 올렸다. 몇 년 뒤 세자는 효성왕이 되었다. 신하들에게 상과 벼슬을 주었다. 그러나 정작 약속했던 신충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말았다. 신충은 왕을 원망하며 시를 지어 잣나무에 붙였다.

대궐 뜰 잣이 가을에 시들지 않으니

그대를 어찌 잊으리 하시던

우러러보던 얼굴이 계시온데

달그림자가 옛 연못의 가는 물결 원망하듯이

얼굴을 바라보나 세사도 싫어라.”

이 시를 잣나무에 붙이자 푸르던 그 잣나무가 갑자기 말라 죽어버리고 말았다. 효성왕은 그것이 이상하여 신하를 시켜 알아보게 했다. 신하는 신충이 잣나무에 지어 붙인 시를 발견하고는 그것을 왕에게 바쳤다. 효성왕은 크게 놀라며 말했단다.

나라 일이 바빠 하마터면 각궁(친족)을 잊을 뻔 했구나.”

그러자 잣나무가 싱싱하게 되살아났단다. 신충은 궁궐로 불려와 왕의 사랑을 받게 되었다. 그 뒤 효성왕의 아우 경덕왕(기원후 742-765)이 왕위에 올라 신충은 2대에 걸쳐 두 임금의 보살핌을 한 몸에 받았다. 35대 경덕왕이 임금의 자리에 오른지 22년째인 762년 신충은 벼슬을 버리고 지리산으로 들어갔다. 임금이 벼슬자리로 돌아오라고 두 번이나 간곡히 불렀지만 산 속에서 나오지 않았다. 마침내 신충은 머리를 깎고 스님이 되어 단속사라는 절을 짓고 살았다. 평생 산 속에서 임금이 행복하고 선정을 베풀도록 부처님께 빌겠다는 생각에서였다. 그 말을 전해들은 경덕왕은 신충의 충성심에 감탄했다.

, 정말로 훌륭한 신하로다! 내 그런 신하를 곁에 주고 나라 일을 보살피지 못함이 안타깝구나.”

경덕왕은 신충을 그리워하다 765년에 세상을 떠났다. 그 소식을 들은 신충은 단속사의 금당 뒷벽에 효성왕과 경덕왕의 영정을 모셔 두고 날마다 밤낮으로 명복을 빌었다고 한다.

 

예수님은 죽을 위험에 놓인 시몬의 장모를 기적적으로 고쳐주셨다. 이 장모는 자기 사위가 예수님의 제자가 된 덕분에 치유은혜를 받을 수 있었다. 또한 사람들이 자기의 병세를 예수께 알려 드린 덕분에 죽을 위험에서 구원되어 새로운 생명을 얻었다. 시몬의 장모는 예수께 받은 은혜에 대해 그분과 그분의 제자들과 집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음식 대접과 그 밖의 손님접대를 통해 감사드렸다.

 

시몬의 장모처럼 우리도 하느님이 오늘 이 순간까지 우리를 보살펴주고 계신다는 것을 기억하면, 우리 마음속에 감사의 정이 솟아오른다. 신앙인은 하느님께 새날을 허락하심에 감사한다는 인사말로 하루를 시작하고 저녁에는 하루의 삶을 허락하심에 대해서도 감사드린다. 하느님께 감사드릴 일은 이루 다 헤아릴 수 없다. 하느님을 믿고 따르는 아내는 심지어 남편이 결점이 있다는 것을 두고도 하느님께 감사드린다. 결점이 없는 남편은 위험한 감시자이기 때문이다.

 

하느님을 향한 감사의 마음은 대인관계에서 드러내야 한다. 시몬의 장모가 예수께 고마워하는 마음으로 그분의 제자들과 집안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시중들었다. 하느님께 고마워하는 사람은 남에게도 감사할 줄 안다는 뜻이다. 자기가 추구하던 것을 하느님이 이루어주시면 고마워하는 마음으로 그분을 모르는 이들에게 그분을 믿고 따를 계기를 마련해 준다. 또한 불우한 사람들을 찾아가서 선을 베풀고 불행한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 주며 우는 사람을 웃게 하는 것이 하느님께 감사를 드리는 방법이다.

 

자기에게 은혜를 베푼 두 임금이 행복하고 선정을 베풀도록 이 세상의 온갖 부귀영화를 다 버리고 스님이 되어 날마다 밤낮으로 부처님에게 빌었던 신라의 신충처럼, 우리도 하느님의 은혜를 전해준 분들을 위해 밤낮으로 몸과 마음을 다해 보답하려 애써야 하겠다. 하느님이 우리에게 요구하시는 것은 제사가 아니라 자비임을 명심하고 우리가 자비로운 사람이 되는 것이 곧 하느님과 모든 은인들의 사랑에 고마워하는 올바른 자세라 하겠다. 우리가 훌륭한 인격자가 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보은행위다. 우리의 착한 품성을 체험하는 사람은 자기가 가장 큰 행운과 복을 만났다고 기뻐한다. 우리에게 하느님을 믿고 따르게 해준 분들, 우리를 사랑해주고 힘을 실어주고 이끌어주신 분들, 부모와 친구와 이웃을 위해 말만으로 사례하지 않고 덕을 닦는 삶으로 감사해야 하겠다. 날마다 밤낮으로 두 임금의 명복을 빌었던 신충처럼, 우리도 은인들의 명복을 비는 뜻에서 더욱더 자비로운 사람이 되고 착하게 살아야 하겠다. 돌아가신 부모에게 효도하고 은인들에게 감사드리는 방법이 곧 우리가 자비로운 사람이 되는 것이다.

 

칭찬, 감사, 사랑의 말을 많이 하면 사람들이 따른다. 그래서인지 미국 하버드 대학 학생들은 날마다 감사할 일 다섯 가지를 숙제로 받는단다. 감사는 가장 아름다운 예의요, 훌륭한 교양의 열매다. 즉석의 감사는 가장 유쾌하다. 지체하면 모든 감사가 헛되고 그 명목의 가치가 없다. 천박한 사람과 무신론자는 감사하지 않는다.

아무리 위험하고 다급한 처지에 놓이더라도, 아무리 사소한 도움을 받았다 하더라도 고마워할 줄 아는 이는 자기중심의 삶에서 해방되어 타인중심의 삶을 사는 성숙한, 교양 있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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