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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남을 위해 말일이 되어 썩는 사람이 진정 행복하다(사순 제5주일)
   2012/03/23  11:33

 

아내와 자식을 살리기 위해 곰의 밥이 된 남편

(사순 제5주일)

요한복음 12,20-33

 

알레스카 엥커리지에서 일어난 실화다. 에스키모 부부가 시내로 나와서 생필품을 사가지고 집으로 돌아가는 중이었다. 울창한 숲속을 지나가는데 곰을 만났다. 곰은 먹이를 발견하고서는 잡아먹으려고 이 부부를 호리기 시작했다. 아내는 남편에게 “제가 먹히는 사이에 당신이 빨리 도망치세요” 하고 말했다. 그러나 남편은 “아니야, 당신은 아기를 배고 있으니 당신이 살아야 우리 후세가 태어날 수 있어. 내가 곰 아가리 속으로 들어가는 동안 당신이 빨리 도망쳐!” 이처럼 서로 미루는데 곰이 더욱 가까이에서 공격하기 시작했다. 남편이 당하는 사이에 아내는 걸음아 날 살려라 하고 뛰고 또 뛰었다. 도로가지 나와 지나가던 자동차가 멈추어 그 부인으로 병원으로 데려갔고 그 이튿날 곰 사냥꾼들이 모여 곰을 수색하러 가서 잡았다. 그 속에 그 에스키모 남편이 곰의 밥이 되어 있었다.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요한 12,24). 이 비유의 핵심은 예수님이 많은 열매를 맺기 위해 반드시 목숨을 바치셔야 한다는 것이다. 위 비유는 예수님이 하느님을 믿고 따르는 이방인들의 마음속에 영생의 열매를 창조하신다는 뜻이다(요한 12,32). 예수님은 십자가에서 전 인류에게 영복을 베푸는 밀알이 되셨다. 이 가르침은 모든 사람에게 적용된다. 제 목숨을 사랑하는 사람은 예수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요 제 목숨을 잃어버리고 만다. 그러나 예수님을 사랑하기 위해 제 목숨을 미워하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을 누릴 것이다. 에스키모 남편이 한 알의 밀알이 되어 땅에 떨어져 썩었기 때문에 하느님은 그의 아내와 자식에게 풍성한 생명을 만들어 주셨던 것이다.

 

우리의 삶 가운데서 하느님과 이웃을 위해 밀알이 되는 경우를 알아보자. 날마다 세 번 반성하는 사람(吾日三省, 논어)이 많은 열매를 맺는 밀알이 된다. 첫째, 부부, 부모와 자식, 나아가서 주변 사람들을 위해 최선을 다했는지 반성한다. 둘째, 친구와 이웃에게 신뢰를 얻으며 살았는가를 반성한다. 셋째, 오늘 배운 것을 내 몸에 익혔는가를 반성한다. 이 세 가지를 반성하는 사람이 밀알이 될 자질을 갖춘다. 또한 날마다 내가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좋은 말을 해주고 그들의 말을 먼저 다소곳이 들어 주는 것도 밀알이 되는 방법이다. 나를 언짢게 하는 말을 하고도 미안해하지 않는 이웃을 포용하는 것도 밀알이 되는 방법이다. 가족, 친구, 원수, 그 밖에 평소에 잘 아는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이들 가운데 자기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누구인지 생각하고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내는 사람은 아내와 자식을 살리기 위해 곰의 밥이 된 그 에스키모 남편을 닮는다. 그는 많은 사람들에게 목숨과 건강을 되돌려주고 인생이 아름다운 선물임을 깨닫게 한다. 주말에 병원이나 고아원이나 보육원에 가서 일손을 제공하는 사람이 많은 열매를 맺는 밀알이다.

 

“사람은 타인을 도울 때 말고는 늘 고독하다”(에릭 프롬, 사랑의 기술). 외롭거나 고독하지 않으려면 남을 도와주어 밀알이 되어야 한다. 모든 긍정적이고 기쁜 감정은 처음에는 좋지만 날이 갈수록 감소한다. 이와 달리, 자선과 봉사활동을 하며 느끼는 기쁜 감정만은 계속 지속된다. 밀알이 되어 느끼는 기쁨은 영원한 기쁨의 시작이다. 나아가서, 밀알이 되는 사람은 선행을 하지 않으면 죄인이라고 여기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되려면 성경과 성인들의 전기를 읽는 수밖에 없다. 

잘 읽히는 책

판매처: 바오로딸, 성바오로, 가톨릭출판사.

박영식, 오늘 읽는 요한 묵시록. 바오로딸 2012년 2월 26일 출간됨

-----, 구약성경에서 캐내는 보물[1]. 모세오경의 주된 가르침. 가톨릭 출판사 2011년 3월 초판 3쇄

-----, 구약성경에서 캐내는 보물[2]. 전기 예언서(역사서)와 후기 예언서의 주된 가르침. 가톨릭 출판사 2008년

-----, 신약성경에서 캐내는 보물[1]. 마르코복음, 마태오복음, 루카복음, 사도행전의 주된 가르침. 가톨릭출판사 2009년

-----, 성경과 주요교리. 가톨릭신문사 2006년(2쇄).

-----, 말씀의 등불 2. 주일 복음 묵상 ? 해설(나해). 가톨릭신문사 2008년.

------, 말씀의 등불 3. 주일 복음 묵상 ? 해설(다해). 가톨릭신문사 2010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