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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구원의 역사는 보지 않고도 믿는 이들의 사랑으로
   2012/04/13  17:17
 박영식신부님강론11(4월15일).hwp

구원의 역사는 보지 않고도 믿는 이들의 사랑으로

(부활 제2주일)

 

요한복음 20,19-31

 

 

1853년 프랑스 오르손 지방에서 태어난 김보록 바오로 로베르 신부는 187623살에 파리 외방선교회의 신부가 되었다. 그는 18771월 조선을 향해 3월에 만주에 도착했다. 오늘 파리 외방선교회 본부 건물 벽에는 그 당시 호랑이들이 득시글거리고 아프리카처럼 극도로 가난한 조선으로 선교사로 가는 젊은 프랑스 신부들과 그들을 울면서 배웅하는 부모님들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김보록 신부는 지방에서 잦은 박해 때문에 대구에 정착하지 못하고 1885년 지천면 신나무골에서 이호연 복사와 함께 머무르면서 경상도 전역에 흩어져 있던 신도들을 사목했다. 신나무골에는 1815년 을해 박해 때 대구 감옥에 갇혀 있던 신자들의 가족들이 피신해 있으면서 옥바라지를 하고 있었다.

 

188811월 김보록 신부는 신나무골에서 낙동강을 건너 대구 성 밖의 손골(오늘 중리)에서 살며 대구 성 안으로 들어갈 준비를 했다. 이 지역에 복음이 선포된 것은 비교적 오래 되었다. 여기에 경북 칠곡군 동명면 송산동에서 그리스도인인 아내 김 마리아의 신앙을 통해 신자가 된 이재영의 가족들이 살고 있었다. 이재영은 아내가 천주교 신도인 것을 알고 집안이 망할 것을 두려워하여 아내에게 배교를 강요했다. 김마리아는 신앙을 버리겠다고 거짓말을 하면서 몰래 신앙생활을 계속했다. 이재영은 그것을 알아내고 패가망신을 걱정한 나머지 아내에게 작두에 목을 갖다 대라고 위협했다. 아내는 태연자약하게 목을 작두에 대면서 죽는 한이 있어도 하느님을저버리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내의 목을 자르지 못하고 아내의 이러한 신앙에 감명을 받아 온 가족과 함께 신자가 되고 경신박해(1860)를 피해 밤에 세방골의 손골로 피신해 와서 살았던 것이다.

 

김보록 신부는 손골에서 이재영의 아들 이장언 방지거에게서 매입한 밭을 포함한 초가집을 임시성당으로 만들었다. 손골에는 서너 채 초가집밖에 없었고, 세방골에는 마흔 여 세대가 살고 있었다. 이장언은 문필이 좋고 안중근 의사에 대해 관심을 많이 가졌으며 신앙이 돈독한 사람이었다. 김보록 신부는 이장언을 복사로 임명하고 2년 동안 숨어서 전교를 했다. 대구 지역에서는 천주교에 대한 감시가 멈춰지지 않고 항상 박해의 위협이 도사리고 있었다. 어느 날 김신부가 마부 장씨와 이장언을 데리고 사목방문을 하던 중 관헌들이 돌을 던졌다. 김신부와 장씨는 도망가고 이장헌이 머리에 돌을 맞아 다친 일이 있었다. 이장언은 종들이 들고 집으로 돌아올 정도로 큰 상처를 입었다. 김보록 신부는 낮에는 밖으로 나가는 것을 삼가고 밤에 상복으로 변장하여 대구 성 안의 신자들에게 성사를 주러 가곤 했다. 드디어 김보록 신부는 1891년 음력 12월 대구 성 안에 중구 인교동 정규옥 바오로 승지의 사랑채에 거처했다(1897년까지). 대구진출은 김보록 신부가 1886년 초 신나무골에 부임한지 5년 만에 실현된 것이었다. 1911년 계산동 성당이 세워졌다.

 

김마리아 자매님처럼 신앙을 보호하고 육성한 분들은 부활하신 예수님을 뵙지도 못하고도 박해의 위협 속에서 예수님의 부활에 대한 복음을 믿고 따른 분들이다. 24살에 척박하고 가난한 조선에 와서 한 평생을 바친 김보록 신부님 같은 분들이 복음을 선포했기 때문에 우리가 하느님을 알고 영생과 영복을 희망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오늘 우리는 믿음 때문에 목숨을 내놓아야 하지 않지만 현세의 안락한 삶과 이기심에 안주하여 믿음을 저버리도록 끊임없이 유혹 받고 있다. 이기심은 유일한 진짜 무신론이요 지옥인 반면, 하느님과 사람을 그리워하는 열망과 이타심은 유일한 진짜 신앙이요 천국이다.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눈으로 확인하지 않고도 믿고 따르는 사람은 이 세상살이가 부활하기 위한 준비기간이라고 여기고 이기심을 버리고 이타심으로 산다. 하느님은 당신이 이 세상에서 가장 애지중지하시는 믿음과 사랑과 희망을 우리 이웃에게 전하는 데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에게만 부활의 영광을 베푸신다. 남에게 행복을 주려고 했다면 그만큼 자신에게도 행복이 온다(Platon). 그러나 하느님은 당신을 도와드리지 않는 자들을 내치실 것이다. 그들은 들어오는 복을 차버리는 자들이다.

 

우리 인생은 우리가 치른 만큼 값진 것이다(F. Mauriac).

<12414-15일 효목 박영식 신부>

 

 

잘 읽히는 책

판매처: 바오로딸, 성바오로, 가톨릭출판사.

박영식, 신약성경에서 캐내는 보물 2호. 가톨릭출판사 4월 출간에정

-----, 오늘 읽는 요한 묵시록. 바오로딸 2012년 2월 26일 출간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