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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망자: 김우수, 상주: 최불암씨, 문상객: 이명박 대통령 내외, 나경원 들
   2012/05/11  12:51

망자:김우수, 상주; 최불암씨, 문상객: 이명박 대통령 내외, 나경원 들(부활 제6주일)

 

요한복음 15,9-17

 

 

쉰네 살이지만 결혼도 하지 않고 가정도 자녀도 부모도 친척도 없는 독신남이 있다. 그는 공부도 하지 못 하고 중국식당에 취직하여 오토바이를 타고 우동이나 자장면을 배달하는 사람이다. 한 달에 70만원을 받으려고 어깨가 빠질 듯 아픈 몸으로 하루 종일 배달을 하는 사람이다. 가난하여 겨우 한 사람이 누우면 꽉 차는 쪽방에서 웅크리고 잠을 자는 사람이다. 그의 이름은 김우수다. 작년 923일 중국식당에서 자장면과 우동을 배달하다가 승용차와 충돌하여 병원으로 실려 가 25일 만에 세상을 떠났다. 이명박 대통령과 김윤옥 여사가 조문을 갔다. 정계 거물들도 그의 장례식에 참여했다. 그의 죽음이 고위층 인사들과 온 국민의 관심을 끌게 된 이유가 있었다. 김우수는 비참하게 살면서도 매월 5만원 내지 10만원을 어린이 재단에 기부하여 소년소녀 가장을 도왔다. 2006년부터 쉬지 않고 기부했다. 보험금 4,000만 원짜리도 들었다. 그는 자기가 죽으면 그 돈을 타서 어린이를 돕게 하였던 것이다. 어린이 재단 후원회장 최불암씨가 상주가 되어 장례를 치렀다. 그의 영정 앞에는 그에게 도움을 받은 아이들이 애도하는 편지가 수북이 쌓였다. “희망을 가지고 당당하게 살라고 항상 격려하여 주시던 아저씨를 가슴에 묻고 평생 살아가겠습니다.” 대통령 영부인 김윤옥 여사가 영정 앞에서 말했단다. “기부나 봉사는 돈이 있다고 하는 것이 아닌 것 같습니다. 고인의 마지막 길을 잘 보살펴 드리십시다.” 이명박 대통령도 고인 앞에서 이렇게 말했다. “고인은 가진 것을 나눔으로서 그것이 더욱 커지고 누군가에게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진정한 나눔의 삶을 실천으로 보여 주었다.” 그가 그렇게 죽은 후 어린이 재단 홈페이지에는 헌금하려는 이들이 줄을 지어 서 있다. 댓글에는 이런 글이 적혀 있다. “천사 중국집 배달원 아저씨의 뜻을 이어 기부를 시작하겠습니다.” 김우수는 가난과 비천함과 냉대와 고통으로 일관된 한 평생을 살다 갔다. 그러나 그가 죽은 뒤 상주나 조문객들보다 더 위대한 삶을 살다 간 우리 시대의 영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김우수는 예수님의 사랑을 실천하다 하느님의 품속으로 갔다. 그는 인류구원을 위해 목숨을 바치기까지 하느님 아버지께 순종하고 그분을 사랑하신 예수님을 본받으려고 애쓴 사람이다. 김우수는 소년소녀 가장을 도움으로써 자기의 존재이유를 실현하고 보람을 느끼며 행복하게 살다 영원한 행복의 세계로 들어갔다. 랑을 위해 목숨을 바칠 때가 가장 행복하고 기쁘다. 예수님은 김우수에게 영웅적인 사랑을 실천하게 하고 가난과 궁핍과 고통 속에서도 신비스럽게 삶의 희열을 느끼게 하셨다. 당신이 십자가에서 돌아가실 것을 알면서도 기뻐하고, 인류를 사랑하기 때문에 십자가에 못 박혀서도 기뻐하며 운명하신 예수님만이 그러한 희열을 베푸실 수 있다.

예수님은 의인들뿐 아니라 죄인들까지 사랑하여 목숨을 바치심으로써 우리를 이기심과 타산적인 사랑에서 해방하셨다. 예수님을 믿고 따르면 이러한 해방을 체험한다. 원수들을 용서하며 돌아가신 예수님의 헌신적인 사랑에서 우리는 사랑하기 때문에 서로 이해하고, 사랑하기 때문에 자기를 죽이고, 모든 사람을 죽도록 사랑할 수 있음을 배운다. 우리는 예수님과 사랑으로 하나 되고 형제자매들을 위해 목숨을 내어놓으려고 천주교 신자가 되었다.

 

사람에게 마음을 주는 경우에 더 큰 사랑의 상처를 입는다. 앞으로 마실 독약인 마음의 상처를 미리 생각하고 마음을 주어야 한다. 마음을 주지 않고는 못사는 것이 인생이다. 분명히 마음의 상처를 입을 것을 알고서도 마음을 주어야 살 수 있다. 사랑하는 사람이 없어 마음을 줄 대상이 없는 사람은 사람답게 살 수 없다. 사람이 사랑을 그만두는 날은 삶의 힘이 끝날 뿐만 아니라 짐승 이하의 수준으로 전락하는 날이기도 하다. 우리는 사랑에서 태어나 사랑하기 위해 존재하기 때문이다. 불우한 이웃을 도울 힘을 받으려면 부부애와 가족애에 충실해야 한다. 우리 가정에 사랑이 흘러넘쳐야 이해관계도 없는 남에게 사랑을 베풀 수 있는 법이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 修身齋家治國平天下

 

예수님을 닮은 김우수는 우리에게도 자기의 희생과 사랑을 배우리고 가르치고 있다. 자기와 자기 가족만 행복하면 된다는 가족이기주의에서 해방되라고 외치고 있다. 김우수는 사람의 위대함이 얼마나 많이 가지고 얼마나 많이 아는지에 따라 좌우되지 않고 얼마나 사랑하는지에 달려 있다고 가르치고 있다. 그의 한 평생을 보고 우리는 인생의 성패가 예수님을 닮는지 닮지 않는지에 달렸음을 재삼 깨닫고 분발하게 된다.

 

누구든지 세상 재물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자기 형제가 궁핍한 것을 보고 그에게 마음을 닫아 버리면, 하느님의 사랑이 어떻게 그 사람 안에 머무를 수 있겠습니까? 자녀 여러분, 말과 혀로 사랑하지 말고 행동으로 진리 안에서 사랑합시다”(1요한 3,17-18).

<12512-13일 효목, 박영식 야고보 신부>

 

 

 

 

잘 읽히는 책

 

판매처: 바오로딸, 성바오로, 가톨릭출판사.

박영식, 신약성경에서 캐내는 보물 2. 요한복음과 바오로 사도 서간과  

           요한 묵시록의 핵심 가르침. 가톨릭출판사 20124

-----, 오늘 읽는 요한 묵시록. 바오로딸 20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