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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꽃이 펴도 그,와 함께 봐야 제 멋이 난다(삼위 일체 대축일)
   2012/06/01  13:6

꽃이 펴도 그와 함께 봐야 제 멋이 난다

(삼위일체 대축일)

 

마태오복음 28,16-20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은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서 따로 떨어지지 않고 영원히 함께 계시어 한 분 하느님이 되신다. 하느님은 예수님의 현존을 통해 늘 우리와 함께 계신다. “보라, 내가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다”(마태 28,20). 이 말씀 때문에 우리가 하느님의 사랑을 받고 교회와 성경과 7성사가 생겼다. 이 말씀 때문에 하느님을 믿는 사람이 자기의 한 평생을 돌이켜보고 자기가 가장 어려웠을 때 하느님이 자기를 업고 가셨고, 자기가 행복했을 때 하느님이 당신 목숨을 바치신 덕분임을 인정할 수 있다. “하느님은 나를 둘러싸고, 하느님은 나를 포위하며, 하느님은 내 말 속에 있고, 하느님은 내 생각 속에 있고, 하느님은 내 나약함 속에 있고, 하느님은 내 강인함 속에 있고, 신은 내 삶 속에 있고, 신은 내 영원 속에 있네”(W. Mary Calvert). 우리가 부르든 부르지 않던 하느님은 항상 거기 계신다(Karl Jung). 물속에 있는 물고기가 목이 마르다는 소리에 나는 웃지 않을 수 없듯, 하느님이 나와 함께 계심을 의심하는 것도 이처럼 어리석다. “날마다 하느님과 대화를 새로 시작하자. 먹는 일보다 이를 더 우선시하라. 숨 쉬는 일보다 더 자주 하느님을 생각하자(Epictetus, 기원후 55-135). 예수님이 늘 우리와 함께 사시기 때문에 우리는 죄와 영원한 죽음에서 구원되어 영원한 행복을 누릴 희망을 가지게 되었다. 내세에 대한 희망이 없다면 인생의 부조리와 모순을 해명할 길이 없다. 하느님이 우리와 함께 사실 수 있도록 마음속에 말씀을 품고 평일미사에 자주 참여해야 하겠다. 예수님은 당신의 이름으로 모인 이들 가운데 현존하신다.

 

예수님은 우리를 통해 다른 모든 사람들과 함께 사신다. 예수님과 함께 사는 사람은 이웃의 동행이 되어 그의 인생을 외롭지 않게 해준다. 가족이니까 남들보다 더 예의를 차리고 더 많이 배려하고 더 정성껏 아껴줘야 한다. 서로 사랑하고 아낀 가족들이 구원받아 함께 영원히 행복하게 사는 것이 가정의 존재이유이다. 그러나 가족들 중에서 천국에, 연옥에, 지옥으로 가면 이 가정의 존재이유는 없어진다. 가족들이 함께 기도해야 예수님이 그들과 함께 살며 영원한 행복을 베푸실 수 있다.

 

아이들은 사랑을 함께 놀아주는 시간으로 알아듣는다. 어른들도 같이 웃고 울고, 마음을 주고, 남에게 자기 삶을 나누어 주는 것을 사랑이라 여긴다. 기뻐하는 이웃과 함께 기뻐해주고 슬퍼하는 그와 함께 슬퍼해주기 때문에 인생은 아름답다. 그에 대한 그리움은 함께 겪은 슬픔과 고통을 통해 주어진다. 비가 와도 그에게 우산을 건네주지 않고 그와 함께 비를 맞는 것이 사랑이다.

 

꽃이 펴도 그 사람과 함께 보지 못하고 꽃이 져도 그와 함께 꽃이 지는 것을 보지 못하면 참으로 불행하고 슬픈 인생이다. 내가 걸어온 인생길을 돌이켜보면 아주 특별한 인연으로 만난 사람이 있다. 내가 걸어온 모든 길이 그 사람을 향해 온 것이다. 내가 헤맬 때, 몸부림 칠 때, 걸어갈 때 나도 당신도 서로 향해 걸어온 것이다. 이것이 사랑이요 우정이다. 그러나 언제나 어디서나 붙어 있으면 숨통이 막혀 질식하고 만다. 마음을 주되, 서로 마음을 빼앗아 가지려 하지는 말자. 서로 곁을 지켜 서 있되, 너무 가까이는 서 있지 말자. “사랑에 빠질수록 혼자 있어라”(라이너 마리아 릴케). 늘 함께 있으려는 희망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혼자 있는 법을 배워야 한다.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은 그를 놓아주는 것이다. 매달리기는 쉽고 배울 필요도 없는 것이다.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내가 그들과 전적으로 함께 있다는 느낌을 전해야 하겠다. 절반은 그들과 함께 있고, 나머지 절반은 다음 약속을 미리 생각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어서는 안 된다. 10분만 같이 있어도 눈을 똑바로 응시하고, 세상에 오로지 그 사람밖에 없는 것처럼 말을 들어주고, 온전히 그와 함께 있어 주어 사랑을 충만히 체험하게 해주자. 당신이 소유한 것을 주는 것은 조금 주는 것이다. 당신 자신을 줄 때 진정으로 주는 것이다. 우리가 이웃을 날마다 이런 태도로 만나주면 그들이 우리 가운데 살아계시는 예수님을 만나 훨씬 나은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이웃을 근성으로 대하는 사람은 색깔은 있으나 향기가 없는 꽃과 같다. 우리는 이웃에게 몰두하여 그의 마음을 즐겁게 하는 향기를 풍겨야 한다. 인생의 의미는 얼마나 많이 가졌는가보다 진정 목숨을 바쳐 사랑하며 동고동락한 사람들이 있는가에 달려 있다.

 

나는 서로 고독을 보듬어 주는 것, 이것이야말로 두 사람의 결속을 위한 최우선 의무라고 믿는다”(라이너 마리아 릴케). 그러나 나를 떠나시겠다면 평안히 가소서. 가시는 길에 님의 바람이 등불이 되어 불 밝히게 하시고, 어디에 있든 평안하소서”(챠임 나흐만 비알리크, 1873-1934).

<12519-20일 효목, 박영식 야고보 신부>

 

잘 읽히는 책

판매처: 바오로딸, 성바오로, 가톨릭출판사.

박영식, 신약성경에서 캐내는 보물 2. 요한복음과 바오로 사도 서간과  

      요한 묵시록의 핵심 가르침. 가톨릭출판사 2012년 4월 27일 출간

-----, 오늘 읽는 요한 묵시록. 바오로딸 2012년 2월 26일 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