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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영성체를 위한 시력검사(연중 제20주일)
   2012/09/15  19:38

영성체를 위한 시력검사(연중 제20주일)

요한복음 6,51-58

 

 

이 세상에서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어떤 이가 꽃다발을 들고 시인을 찾아갔는데 일주일이 지나가버렸다. 그런데도 이 시인은 “나는 시든 꽃을 좋아해요.” 하고 그 시든 꽃을 고맙게 받았단다. 그는 시든 꽃 뒤에 있는 그 사람의 정성을 보았던 것이다. 본질적인 것은 눈에 보이지 않고 마음으로 보아야만 제대로 보인다. 마음으로 보아야 보이는 것은 순수한 것, 책 속의 진리, 명곡 한 곡, 용서할 수 없는 사람을 용서하는 것, 나를 위한 어머니의 헌신적인 마음과 끊임없는 기도와 사랑, 진흙탕에 빠진 내 곁에 있어주는 친구의 우정, 남을 위해 제 살을 깎는 사람들의 희생이다. 나보다 더 힘든 상황에 놓인 사람들을 보고 나의 고통이 작은 것임을 아는 것도 마음으로만 알 수 있는 것이다. 세상 모든 것이 아름답지만 모두가 그 아름다움을 볼 수는 없다(공자).

 

사람은 아는 것만큼 보고, 보는 것만큼 안다. 마음속에 품고 있는 그 만큼 눈으로 볼 수 있다. 아름다운 것에 눈을 뜨면 모든 것을 아름답게 보는 마음을 가진다. 그러나 더러운 것을 보는 사람의 마음은 더러움으로 가득 찬다. 우리 눈에 들어오는 것이 우리 마음을 기쁘게도 하고 슬프게도 한다. 우리 마음이 이기적 욕망에 집착하면 하느님의 뜻이나 이웃의 기쁨과 슬픔과 사랑의 노고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하나의 착한 마음은 이 세상의 모든 머리보다 낫다.마음이 즐거우면 앓던 병도 낫고 속에 걱정이 있으면 뼈도 마른다. 마음이 기쁘면 얼굴빛이 아름다워진다.  두 마음으로는 한 사람도 얻지 못하나, 한 마음으로는 백 사람을 얻을 수 있다(兩心不可以得一人 一心可以百得人). 이 세상에서 남자에게 돌아오는 것 중 가장 귀중한 소유물은 여자의 마음이다.

 

하느님의 가르침을 많이 알면 알수록 하느님의 위대하심을 볼 수 있고 우리 마음이 하느님의 아름다우심으로 가득 찬다. 하느님과 이웃에 대해 모르면 그 위대함을 볼 수 없다. 믿음의 눈을 떠야 하느님의 존재를 알 수 있다. 믿음의 눈은 현재의 상황을 넘어서서 미래를, 시간 속의 상황을 넘어서서 영원을 내다보는 힘이 있다. 믿음의 눈은 현세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보고 미래에 닥쳐올 사건을 깨닫게 한다. 믿음의 눈은 이 지상의 실재 안에서 천상적인 실재, 눈에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손길을 희미하게나마 감지할 수 있게 해준다. 믿음의 눈을 뜨면 죽은 뒤 세상이 어떠한 곳인지 내다볼 수 있다. 믿음의 눈을 뜨면 내 인생길을 밝혀주는 분을 찾아낼 수 있다. 그 사람만이 이 세상에서 착하고 훌륭한 사람이라는 믿음을 가지는 사람이 행복한 사람이다. 그분에 대한 그리움은 함께 겪은 슬픔과 고통을 통해 주어진다.

 

우리는 믿음의 눈을 떠야 예수님의 살과 피가 영원한 생명을 전해주는 음식과 음료임을 알 수 있다. 믿음의 눈을 떠야 예수님이 하느님의 아들로서 하신 말씀이 모두 영원불변 진리임을 인정할 수 있다. 믿음의 눈을 뜨면 영원한 생명이 영성체를 통해 이미 주어지기 시작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는 믿음의 힘으로 영성체 때 그리스도 안에 머무르고, 그분은 우리 안에 현존하신다.

 

해박한 교리지식으로 터득한 하느님께 대한 지식만으로는 하느님을 만나 뵐 수 없다. 하느님께 대한 지식으로부터 하느님을 사랑하기까지는 거리가 굉장히 멀다(B. 파스칼). 하느님이 나에게 생명과 사랑의 힘을 주신 것을 고마워하고 그분이 사랑하시는 전 인류를 사랑할 수 있어야 그분을 사랑한다고 할 수 있다. 어느 곳에서든지 하느님을 본 사람은 없다. 그러나 우리가 서로 사랑한다면 하느님은 우리 마음속에 머무르실 것이다(L. 톨스토이).

 

“믿는 데에는 세 가지 방법이 있다. 곧 이성과 습관과 영감이다”(B. 파스칼). 교리를 배우고 성경을 읽으며 열심히 강론을 들어 알아듣고 알아들은 것을 하나씩 실천하면 신앙생활이나 기도가 습관이 된다. 하느님께 대한 공부와 하느님의 가르침을 실천해서 생긴 훌륭한 습관에서 하느님께 대한 새로운 체험과 새로운 앎이 우러나온다. 하느님의 가르침이 우리 귀에 울리는 순간 하느님의 영이 우리 마음속에 임해 영감을 불러일으키고 우리 마음속에 열정과 기쁨과 사랑을 창조해준다. 사랑과 기쁨과 열정은 하느님의 생명을 이루는 요소이다. 믿음의 눈을 뜬다는 말은 내가 존재하는 것이 곧 하느님과 함께 산다는 것임을 인정하는 것이다(R.W. 에머슨). 하느님의 존재를 믿는다는 것, 인간의 행복은 이 한 마디로 다한다(L. 톨스토이). 

 

“나에게 가장 고귀한 사랑의 믿음을 주소서. 이것이 나의 기도이옵니다. 죽음으로써 산다는 믿음, 짐으로써 이긴다는 믿음, 연약해 보이는 아름다움 속에 강한 힘이 감추어져 있다는 믿음, 피해를 입고도 원수 갚기를 싫어하여 겪는 고통의 존엄한 가치에 대한 믿음을 주옵소서”(M.K. 간디, <편지>).

 

                           잘 읽히는 책

판매처: 바오로딸, 성바오로, 가톨릭출판사.

박영식, 공관복음을 어떻게 해설할까. 가톨릭출판사 2012년

-----, 마르코 복음 해설. 가톨릭출판사 201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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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약성경에서 캐내는 보물[2]. 요한복음과 바오로 사도 서간과 요한 묵시록의 핵심 가르침. 가톨릭출판사 2012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