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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나에게 제일 소중한 사람은?(연중 제21주일)
   2012/09/15  19:39

나에게 제일 소중한 사람은?(연중 제21주일)

요한복음 6,60-69

 

생명은 어디든지 기대지 않으면 살 수 없다. 나무도 공기에 기대 서 있고, 구름도 하늘에 떠 있고, 새는 바람을 타야 날 수 있고, 벌레는 땅에 기대고 산다. 나무와 모든 식물은 영양 공급을 흙으로 부터는 10퍼센트밖에 받지 못하고 나머지는 모두 대기 중에서 받는다. 나뭇잎은 “나의 삶은 가지에 달려 있어요.” 가지는 “나의 생명은 뿌리에 달려 있어요.” 또 뿌리는 “나는 잎과 가지와 둥지가 없으면 못산답니다.” 이처럼 혼자 살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사람도 그러하다. 어머니의 기도, 아버지의 충고, 친구의 배려와 우정 들 덕분에 내가 살고 있다. 나를 웃게, 울게 하는 사람도 타인이다. 내 어깨에 손을 얹어 격려해 주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살아가는 것이다. 사람은 사람을 통하여 사람이 된다. 친척들, 친구들, 이웃과 좋은 관계를 맺는 사람들이 건강하고 장수한다. 사람이 서로 기대어 사는 것은 이웃의 마음에 스며드는 것이다. 그 인연의 덕목은 서로 마음을 주는 데 있다.

 

우리는 이따금 보통 만남과는 다른 특별하고 신비스러운 만남을 체험한다. 누군가가 나를 찾아와서 고질병을 앓고 있는 나를 기적적으로 고쳐주기도 하고 나의 잠재력과 능력을 인정해주고 훌륭한 사람으로 키워주는 경우가 있다. 인생의 중요고비마다 길을 열어주고 내 인생행로에 등불을 밝혀주는 스승이 있어야 인생에 성공할 수 있다. 옛날 어른들은 훌륭한 스승을 만나게 해달라고 100일 기도를 드리곤 했단다. 그 염원이 뼈 속에 사무쳐야 대 스승을 만난다는 것이다. 늙어서도 한 분의 진정한 스승, 진짜 친구 열 명, 읽을 책 백 권이 있는 사람의 인생은 대성공이다.

 

많은 제자들이 예수님을 떠나가자, 예수님은 열두 제자에게, “여러분도 떠나고 싶습니까? 그렇지 않지요?”(요한 6,67) 하고 물으셨다. 예수님의 질문에 대해 시몬 베드로가 열두 제자를 대표하여 대답했다. “주님, 저희가 누구에게 가겠습니까? 주께는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 있습니다”(6,68). 영원한 생명은 유일하신 하느님과 그분이 보내주신 예수 그리스도와 하나 되는 것이다(17,3). 열두 제자가 죽은 뒤 초기 그리스도교 신자들은 이미 승천하신 예수님을 눈으로 볼 수 없었다. 그들은 예수님이 성체와 성혈 안에 실제로 현존하심으로써 교회 안에서 계속 살아 계신다고 믿었다. 그들은 믿음의 눈으로 영성체 때 하느님의 아들 그리스도를 만나 삶의 의미와 목적이 그분을 닮는 데 있음을 배웠다. 성체를 받아 모시는 이들은 자기들이 예수님의 부활생명을 받고 하느님의 자녀라는 영광스러운 신분으로 들어 높여짐을 깨닫는다. 이 신분은 우리가 하느님의 뜻을 이루고 인류를 사랑하여 목숨을 바치신 예수님을 본받아 날마다 하느님을 향한 사랑과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데서 드러난다.

 

영성체 때 우리는 짐승처럼 약육강식이 지배하는 험악한 이 세상에서 오로지 예수님만이 내가 잘 되고 성공하고 영원히 행복해지기를 바라심을 깨닫는다. 예수님이 비록 우리가 당신을 저버리는 때에도 목숨까지 다 바쳐 나를 사랑하심을 깨닫는다. 예수님은 우리에게도 당신의 이러한 사랑을 이웃에게 베풀기를 바라신다. 약자들을 부축하며 불쌍한 이들의 눈물을 닦아 주어 그들에게 의지가 되고 안식처가 되기를 원하신다. 우리는 영성체 때 예수님을 만나 현세의 부조리와 불공평과 가난과 고통에도 사랑과 진리를 지키며 사람도리를 다하기 위해 모든 희생을 감내할 힘을 받는다. 또한 우리는 영성체 때 죽은 뒤의 세계를 미리 내다보고 영원을 살듯 오늘을 사는 법을 익힌다. 그래서 우리는 이 세상에 있는 동안에는 영원히 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모든 것을 계획한다. 그리고 내세를 위해서는 내일 죽는다고 생각하고 계획한다. “언제나 떠날 채비를 하고 영원히 머물듯이 하여라.” 모든 사람과 세상의 모든 것이 변하더라도 영원히 존속하는 진, 선, 미, 사랑을 지키면 언젠가는 없어지고 마는 부귀영화, 이기심, 허영, 쾌락 때문에 자신을 팔거나 기만하지 않고 자신을 지킬 수 있다. 그러기 위해 영원히 살아계시며 우리를 영원히 사랑하시는 예수께 의지하는 길밖에 없다.

 

예수님은 나에게 어떤 분이신가? 사랑의 첫 단계는 그를 알고 나면 그가 아름답게 보이고, 그의 기쁨이 나의 기쁨이 된다. 그 다음 단계는, 그가 보고 싶어지고 그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기쁨으로 몸이 떨리는 것을 느낀다. 그가 생각이 나면 내 인상이 밝아지고 희열을 느낀다. 그 다음 단계는, 그와 함께 있으면 한없이 행복해지는 것이다. 또 그 다음 단계는, 세월이 지나가면 그가 사랑하고 싶은 사람이 아니라 사랑해야 하는 사람으로 바뀐다. 마지막 단계로는 최악으로는 그가 보기 싫거나 나의 삶을 고달프게 만들기 때문에 미련없이 그를 떠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예수님은 지금 나에게 어느 단계에 계시는가?

 

“진실한 사랑은 꺼지지 않는 불꽃이요, 영원히 마음속에서 불타는 것이요, 병들지 않으며, 늙지 않으며, 죽지 않는 것이며 돌아 서지 않는 것이다”(Walter Raleigh). 관심과 배려와 노력만이 사랑의 영원성을 보존해준다.

 

“주님, 저희가 누구에게 가겠습니까? 주께는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 있습니다”(요한 6,68).

 

                      잘 읽히는 책

판매처: 바오로딸, 성바오로, 가톨릭출판사.

박영식, 공관복음을 어떻게 해설할까. 가톨릭출판사 2012년

-----, 마르코 복음 해설. 가톨릭출판사 2012년

-----, 오늘 읽는 요한 묵시록. 바오로딸 2012년

-----, 구약성경에서 캐내는 보물[1]. 모세오경의 주된 가르침. 가톨릭 출판사 2011년 3월 초판 3쇄

-----, 구약성경에서 캐내는 보물[2]. 전기 예언서(역사서)와 후기 예언서의 주된 가르침. 가톨릭 출판사 2012년 재판

-----, 신약성경에서 캐내는 보물[1]. 마르코복음, 마태오복음, 루카복음, 사도행전의 주된 가르침. 가톨릭출판사 2009년

-----, 신약성경에서 캐내는 보물[2]. 요한복음과 바오로 사도 서간과 요한 묵시록의 핵심 가르침. 가톨릭출판사 2012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