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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듣기 싫어도 들어주고, 하고 싶지 않는 말도 해 주는 사람이 그립다(연중 제23주일)
   2012/09/15  19:41

듣기 싫어도 들어주고,

하고 싶지 않는 말도 해 주는 사람이 그립다

(연중 제23주일)

마르코복음 7,31-37

 

 

하느님은 서로 대화해야 살 수 있도록 우리를 지어내셨다. 말을 하고 서로 말을 들음으로써 상대방의 내면 안으로 들어가서 마음과 마음으로 만나게 된다. 생명과 기쁨과 행복은 소유에 있지 않고 하느님과 이웃과 대화관계에서 비롯된다. 이러한 대화는 실망 가운데 희망을, 미움 가운데 사랑을 창조한다. 그러나 내 말을 들어줄 사람이 없거나 내가 말할 상대방이 없으면 나는 병들고 나의 생명은 고갈되고 만다. 대부분의 질병은 대화결여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보인다. 자기 말을 들어줄 사람도 없고 말을 할 수도 없는 사람은 열이 받쳐서 병이 난다. 남의 말을 듣기보다 자기 말만 강요하는 사람, 독선적이거나 독재적 성격을 가진 사람도 참된 대화를 하지 못하고 폐쇄적 인간, 자폐증 환자가 되기 쉽다.

 

예수님은 귀가 먹고 언어장애를 겪는 사람을 고쳐주어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하느님을 찬미하고 목숨을 바쳐 하느님을 사람들에게 증언하게 하신다. 말씀은 신앙을 창조하고, 신앙은 이 말씀에 대한 순종이다. 예수님은 우리가 성경을 읽고 7성사를 받을 때마다 우리의 입과 귀를 열어 하느님과 이웃을 향해 마음의 문을 활짝 열게 해주신다. 예수님이 두 귀와 하나의 입을 열어주신 것은 말하는 것보다 듣는 노력을 갑절로 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람의 귀는 두 개이지만 입은 하나이기 때문이다.

 

밤을 지새우며 하느님 아버지와 대화하기를 즐기신 예수님은 우리에게도 당신을 본받으라고 이르신다. 하느님과 이웃의 말씀을 귀담아 들어야 옳게 이해하고 적절한 말을 할 수 있다. 귀와 입이 열려 하느님과 대화하는 사람은 이웃의 하소연을 들어주고, 사랑을 고백하고, 격려하고, 꾸중하고, 용서하고, 칭찬하는 힘을 얻는다. 귀와 입이 열린 사람은 들어서는 안 되는 것을 듣지 않고 해서는 안 되는 말을 하지 않는다. 예수님의 은혜로 귀가 열린 사람은 이웃이 말을 하지 않아도 그의 마음속을 꿰뚫어보는 힘을 얻는다. 입이 열린 사람은 희생과 손해를 입더라도 거짓을 지적하고 진리를 실현하고, 이기심을 단죄하고 사랑을 건설한다. 입과 귀가 열린 사람은 자기가 듣고 싶지 않는 말도 다소곳이 들어주고, 하고 싶지 않는 말도 해줄 줄 안다.

 

좋은 대화를 위해 이웃을 이해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를 이해하려는 태도를 보여주는 말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심전심이 최상의 소통방법이 아니다. 필요한 말을 꼭 해야 한다. 말을 해야 내 뜻을 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화를 위해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자세가 중요하다. “사랑해.” “조금만 기다리면 좋은 때가 올 것이다.” “당신은 정말 좋은 아빠, 엄마야”하는 말로 상대방의 입장에 서서 그를 인정해주는 자세를 보여야 진정한 대화가 이루어진다. “사람들은 상대가 자신의 말을 진심으로 들어주고 자신을 존중할 때, 상대가 자신을 이해하고 있다고 느낀다고 한다. 그리고 이 과정이 선행되고 난 후에야 비로소 상대를 이해하려는 동기가 생성된다고 한다”(곽금주, 습관의 심리학, 110쪽). 상대방이 좋아하는 음식 만들어주기나 안아주기 들 애정표현을 자주 하면 부부사랑을 오래 간직하고 증대시킬 수 있다. ‘너’나 ‘나’ 대신 ‘우리’라는 말을 자주 쓰자. “당신 요즘 왜 이렇게 못되게 굴어?” 대신 “요즘 우리가 피곤한 것 같아”라고 말하면 서로 진지한 대화를 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게 된다. 자기 견해를 먼저 제시하기보다 이웃의 관점을 먼저 묻는 것도 좋은 대화를 위한 지침이라 할 수 있겠다. 또한 효과적으로 의사를 소통하려면 자기를 많이 들어내야 한다. 부부가 날마다 10분쯤이라도 직장이나 가정, 가족과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 말고 자기가 열정을 가지고 추구하고 있는 일이나 인생관에 대해 이야기하면 서로 깊이 있게 폭넓게 이해하고 풍요로운 관계를 맺을 수 있다. 이처럼 대화는 연습이 필요하다. 이해하려는 마음도 성장한다. 낯선 사람에게 미소를 짓고, 날마다 누군가에게 친절을 베풀고, 친구에게 전화해서 만날 약속을 하면 당장 행복해진다.

 

하느님과 이웃과 대화하지 않는 사람은 사랑할 힘을 잃어버린다. 하느님이 참으로 좋으신 분임을 깨닫지 못하고 이웃의 장점 대신에 약점만 보고 하루를 서로 잔소리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예수님을 믿고 따르지 않아 귀와 입이 닫힌 사람은 자기가 바라는 말만 듣고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하는 이기주의자이다.

 

날마다 대화를 통해 화목하고 행복이 넘치는 가정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텔레비전이나 컴퓨터를 끄고 묵상시간을 늘리고 책을 읽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독서로 상상력과 대화능력을 키우고 마음을 풍요롭게 만들 수 있다. 심리학자들은 아이들의 학습력을 증대시키기 위한 좋은 방법은 과외수업이라기보다 오히려 독서와 작문이라고 한다. 유럽에서는 아이가 잠들기 전에 책을 읽어주는 것을 필수로 여긴다. 동화를 들으며 마음으로 대화를 하게 되어 이야기를 길게 할 수 있게 된다. 어린이에게 글을 쓰라고 하면 조금 쓰고 그친다. 대화상대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동화를 많이 읽거나 들으면 상상력이 풍부해져서 마음속으로 대화를 하며 작문을 잘 하게 된다. 이처럼 독서와 작문으로 학습력을 갖추면 공부를 스스로 알아서 잘 하게 된다는 것이다(김경미, 행복한 심리학, 2010년). 이와 반대로, 텔레비전이나 컴퓨터에 빠지면 언어장애뿐 아니라 사고력 감퇴라는 병을 앓고 치매를 일으키고 인간성이 황폐해지고 삶의 기쁨과 행복을 잃어버리고 이웃을 불행하게 만든다.

 

우리는 매순간 말하고 말을 들어야 살 수 있다. 우리의 행복과 불행, 생명과 죽음, 기쁨과 슬픔은 무엇을 듣고 말하는가에 달렸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따라서 날마다 하느님과 대화를 새로 시작하고 이를 먹는 일보다 더 우선시해야 하겠다. 숨 쉬는 일보다 더 자주 하느님을 생각해야 하겠다. 우리는 하느님과 이웃과 대화해야만 비로소 생명을 누리고 행복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눈, 귀, 코는 마음대로 작동되지 않는 반면, 입, 손, 발은 마음대로 작동될 수 있다. 당신은 지금 해야 할 말을 하고, 착한 일을 하며, 가야할 곳으로 가고 있는가? “무릇 눈으로 마구 보면 눈이 흐려지고, 귀로 마구 들으면 귀가 어지러워지고, 입을 마구 놀리면 입이 난잡하게 된다. 이 셋은 신중하게 간직해야 한다.”

 

 

              잘 읽히는 책

판매처: 바오로딸, 성바오로, 가톨릭출판사.

박영식, 공관복음을 어떻게 해설할까. 가톨릭출판사 2012년

           개정 초판 1쇄

-----, 마르코 복음 해설. 가톨릭출판사 2012년 개정 초판 1쇄

-----, 오늘 읽는 요한 묵시록. 바오로딸 2012년

-----, 구약성경에서 캐내는 보물[1]. 모세오경의 주된 가르침. 가톨릭

          출판사 2011년 3월 초판 3쇄

-----, 구약성경에서 캐내는 보물[2]. 전기 예언서(역사서)와 후기 예

          언서의 주된 가르침. 가톨릭 출판사 2012년 초판 2쇄

-----, 신약성경에서 캐내는 보물[1]. 마르코복음, 마태오복음, 루카복

          음, 사도행전의 주된 가르침. 가톨릭출판사 2009년초판 2쇄

-----, 신약성경에서 캐내는 보물[2]. 요한복음과 바오로 사도 서간과

          요한 묵시록의 핵심 가르침. 가톨릭출판사 2012년

-----, 성경과 주요교리. 가톨릭신문사 2006년. 초판 2쇄